[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 조형근kareljay@mhns.co.kr. 글을 쓰고 싶은 음탕한 욕망이 가득하나, 스스로를 일단은 억눌러야 하는 현실.답은 유명해지는 것 뿐일지도 모른다

[문화뉴스] 최근 우리로부터 약 8,700km 떨어진 영국에서 우리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투표가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를 볼 수 있었다.

브렉시트(Brexit), 영국은 EU에서 탈퇴하겠다는 의미로 치러진 국민투표는 53%의 지지를 얻은 찬성파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지금, 영국은 본인들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허덕이고 있다. 정작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이민자가 줄어들고, EU에 내는 분담금을 더 효율적으로 영국 국민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던 정치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을 바꾸기 시작했고 투표한 국민 본인들조차 자신들이 행한 결과가 어떻게 돼가는지 모르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본인들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인 투표를 별 생각 없이 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지금 영국이 국제사회에 하는 행동들(결과가 나왔지만 당장 시작하겠다는 말은 아니라든지)은, 마치 자기들은 실제로 탈퇴파가 승리할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 없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탈퇴파의 논리는 어떻게 보면 직관적이고, 단순했다.

지금 영국에는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있고, 이 외국인 노동자가 영국민의 일자리를 빼앗고 범죄를 일삼고 있다. 우리 영국인들의 돈으로 그들이 혜택을 누리고 있다. EU에 내는 돈이 수위급임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당당하게 제 목소리를 내지도 못하니 EU에서 탈퇴하고 그 분담금으로 영국민에게 돈을 쓰면 더 효율적이다.

세계 경제가 침체됨에 따라 자국민 보호적 성향을 띠는 정치인들이 하는 말과 유사한데, 핵심은 프레임을 씌워, 논리보다는 감정에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군들 한 번쯤 그런 소리를 듣고 고개를 무의식적으로 끄덕이지 않겠는가, '우리나라'의 국민을 보호하겠다는데. 영국이 먼저 실행한 것뿐이지, 고도로 세계화된 현대사회는 여전히 이런 '틀'을 강조하는 극우주의자들을 불러일으켰다. 프랑스의 르펜이나, 미 대선에 돌풍을 몰고 들어온 트럼프랄지.

   
 

'틀'이 갖는 힘은 매우 강력하다.

사람은 본디 이성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사람이라고 불린다지만, 어쨌든 사람도 포유류에 해당하는, 근본은 '동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감정이 앞서게 되면 이성을 짓누르게 되고 비이성적인,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 모든 사람이 이성적으로 행동한다면 범죄가 어떻게 일어나고, 법이 왜 필요하겠는가?

그러므로 정치인들은 이 점을 절묘하게 파고들어 이성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방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는다. 이른바 포퓰리즘에 해당하는, 무상복지라든지, 청년수당이라든지, 아니면 또 다른 방법으로, 민생 우선이라든지, 국민이 우선이라든지, 허울 좋은 말로 어쨌든 포장하는 게 우선이지 뒷일이나 문장에 대한 논리적 뒷받침은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이런 프레임화된 사회는 지금의 우리나라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틀에 박힌 현대사회를 대표할 수 있는 두 키워드는 '헬조선'과 '수저론'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몇 가지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착취하는 구조고, 부자들은 매번 탈세를 일삼지만 평범한 일반인들의 지갑은 착실하게 털어간다.

정부는 제대로 하는 일이 없고 매번 비리를 저지르며, 불필요한 해외여행으로 도망가기 일쑤고 그들이 내놓는 정책은 모두 반서민적 정책이다. 좀 더 여러 예시를 들 수 있겠지만, 크게 대한민국의 현재는 '기득권 = 나쁜 놈', '나머지 = 불쌍함' 으로 정의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기득권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사람은 서민의 삶을 생각하지 않는 빌어먹을 놈으로 치부하고, 비난한다. 서민을 위한 현금성 지원정책을 추진하면 그 사람은 옳은 사람이다. 안타깝게도, 양쪽 두 사람이 어떤 근거로 주장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전혀 없다. 왜냐하면 '틀'에 박혀 있으니까. 1+1 = 2인 것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왜 그런 소리를 하는지에 대한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혹시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까 봐 말하자면, 필자는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어떠한 경제적 보상도, 어디로부터도 받고 있지 않은,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러나, 생각 없이 맹목적인 프레임화에 따르는 것이 얼마만큼 위험한 지 우리는 브렉시트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이성보다는 감성에 끌려 투표를 하게 되면 이런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그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브렉시트가 옳은지, 브리메인이 옳은지를 이야기하고 싶은 게 아니라, 브렉시트를 주장했던 사람들이 실제로는 진지하게 브렉시트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는 점, 그리고 투표를 하는 국민이 그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로 감정에 이끌려 투표하게 되면 어떤 결과를 낳게 되는 가를 알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또한 경직된 틀에서 벗어나, 더 자유롭게, 그리고 폭넓게 사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와 주장이 맞지 않는 사람은 나의 적이 아니라, 내가 더 알아야 할 대상인 것이다. 네이버 댓글에서 복붙을 일삼는 게 아니고, 네 다음 OO충, 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고, 틀니가 딱딱거린다고 비웃을 게 아니고, 지금부터라도 서로의 말을 듣고 그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를 좀 더 생각해보자.

우리는 사람이지 않은가,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사람과 동물을 분류할 수 있는 특징이라고 하지 않나. 고등교육을 70% 이상 받는 사람들인데 우리는 더욱 사고하고, 또 사고해야 하지 않겠나? 프레임에 박히면, 우리는 결국 빈민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만들기에, 좀 더 유연해질 우리 사회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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