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서 공연하는 '여장남자' 이야기

   
 

[문화뉴스] 이성의 옷을 입는 '크로스 드레서'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까사 발렌티나'가 28일 프레스콜을 가지고 기자들과 만났다.

1962년 뉴욕 캣츠킬 산맥에 있는 리조트 '슈발리에 데옹'에 모인 7명의 남자가 주인공인 이 작품은 '라카지', '킹키부츠', '뉴시즈' 등을 집필한 극작가 '하비 피어스타인'의 브로드웨이 최신작으로 2014년 토니어워드 3개 부문, 드라마 리그 어워드 2개 부문 노미네이트에 이어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받은 바 있다.

한국에선 '김수로프로젝트' 18탄으로 선정돼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지난 21일 개막해 9월 11일까지 공연될 예정이다.

'크로스 드레서'란 이성의 옷을 입는 사람을 지칭하는 의미로, 성도착증 혹은 동성애 등과 관계없이 이성의 옷을 입는 행위 자체만을 의미한다. 작품 내 크로스 드레서들도 단순히 여성의 옷을 입는 남자들이 아닌 저마다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 김수로 프로듀서

프로듀서 김수로는 "이 작품이 너무 좋아서 일단 판권을 산 뒤 어떻게 한국에 들여올지 고민했다"며 첫 마디를 열었다. "런던에서 가장 좋아하는 극장에서 공연한 작품인데 국내에 비슷한 형태의 극장이 없어 조금 아쉽다. 그렇지만 작가의 힘이 워낙 강해서 주저하지 않고 선택했다. 또 책과 영상을 봤을 때는 제가 출연하고 싶단 생각이 없었는데 공연을 보니 앵콜때는 나도 하고 싶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뒤이어 그는 "책을 읽을 때 정말 좋았다. 한 번도 이런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많은 영감과 좋은 작품을 국내에 소개한다면 많은 관객이 작품을 통해 다양한 공연관람에 대해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을 국내에 계속해서 들여오고 싶다는 열망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일단 보자. 제 작품이라 자꾸 좋다고 하기 민망하지만 정말 좋다. 한 번 다양한 음악, 다양한 연극 경험해보시기 바란다"고 거듭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전했다.

작품 하이라이트 시연이 끝난 후엔 성종완 연출, 윤희석, 최대한, 박정복, 변희상, 한세라, 유일, 조민성, 문성일, 허만 배우가 기자들과의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 성종완 연출

자기소개와 함께 작품에 참여한 소감 부탁한다.

ㄴ 성종완 연출: 처음으로 한국에 소개되는 작품의 연출을 맡아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임했는데 배우와 스태프들이 잘 만들어줘서 감사하고, 많은 관객이 와주시면 좋겠다.

ㄴ 윤희석: 낮에는 조지, 밤에는 발렌티나 역을 맡은 배우 윤희석이다. 연극을 거의 13년 만에 하는 거라서 너무 설레고 좋은 배우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감사한다.

ㄴ 최대훈: 발렌티나 역을 맡았다. 성종완 연출과 같이 많은 부담감과 책임감을 가진다. 국내 초연인데 참 어렵고 하면 할수록 어려운 작품이라 느끼고 있다. 좋은 배우들과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한다.

ㄴ 박정복: 발렌티나 역을 맡았다. 열심히 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많은 관심 부탁한다.

ㄴ 변희상: 발렌티나 역을 맡았다. 생애 첫 연극인데 이렇게 좋은 작품과 좋은 선후배들과 함께해 영광이다. 많은 사랑 부탁한다.

ㄴ 한세라: 리타 역을 맡았다. 남자배우들 사이에서 혼자 여자배우라 좋다(웃음). 그러나 누구보다 여자친구 같은 배우들이다. 9월까지 열심히 쫀쫀하게 만들어보겠다.

   
▲ 윤희석 배우

ㄴ 조민성: 조나단, 미란다 역을 맡았다. 좋은 선배, 연출, 후배와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게 준비했다. 많은 격려 부탁한다.

ㄴ 유일: 조나단, 미란다 역을 맡았다. 처음으로 연극을 하게 됐는데 좋은 작품 만나서 영광이고 앞으로도 좋은 공연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ㄴ 임종완: 조나단, 미란다 역을 맡았다. 너무 좋은 작품을 너무 좋은 선, 후배, 연출과 하게 되서 영광이다. 너무 재밌고 즐겁고 공연도 재밌게 하고 있다. 잘 부탁한다.

ㄴ 문성일: 마이클, 글로리아 역을 맡았다. 저와 정복이형, 희상이형은 투입되지 않았는데 앞에서 너무 잘해주고 계신다. 잘 받아서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해 올라가겠다. 잘 부탁한다.

ㄴ 허만: 마이클, 글로리아 역을 맡았다. 정식으로 데뷔하는 무대를 이런 쉽지 않은 작품으로 하게 돼서 많이 힘들고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좋은 선배님들 만나서 조금씩 풀어가고 있다. 많은 사랑 부탁한다.

   
▲ 최대훈 배우

'프라이드', '거미 여인의 키스' 등 성소수자에 관련된 작품을 해왔다. '거미 여인의 키스' 때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낳기도 했는데 이번 작품의 캐릭터 해석과 각오 부탁한다.

ㄴ 최대훈: 이런 컬러의 무게감 있는 작품을 하기 위해 따로 노력하는 것은 동료들이 봐서 알겠지만 크게 없다. 아시아브릿지와도 처음 인연을 맺고 작업하게 됐는데 감사히 찾아주셨다. 감사히 잘 받아서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 중이다. 이 작품에서도 말하고 있고 그동안 했던 전 작품들에서도 말하듯 소수자라곤 하지만 소수자가 아니라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저변에 깔린 맥락을 가진 작품이라 생각한다. 말하기가 참 조심스럽다. 제가 바보도 아니고 소수자를 비하하거나 혹은 아닌 척하고 연기할 정도로 대단한 사람도 아니다. '프라이드'가 처음이었는데 흔히 말하는 소수자들, 그런 표현을 쓰기 싫은데 그때 알고선 소수자들에게 미안했었고 계속 그들을 알고 싶었다. 그래도 제가 다 안다는 듯이 말할 수도 없을 거다. 그런데 절대 제가 그렇게 말하려 하지 않았다. SNS를 하지 않아 항변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인터뷰가 참 조심스러웠는데 이 자리를 빌려 말하자면 절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까사 발렌티나'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란 걸 한 작품, 한 작품 할 때마다 절실히 피부로 느낀다. 색안경을 벗기를 바라는 제 나름의 목표가 있다. 이런 사람들도 당신 주변에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이 작품을 통해 알릴 수 있는. 좀 더 우리와 가까워지고, 하나가 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오길 바란다.

   
▲ 박정복 배우

주인공들이 '게이'나 '트랜스젠더'가 아닌 '크로스 드레서'로 느껴지기 위해 디렉팅을 주거나 한 부분이 있는지.

ㄴ 성종완 연출: 저희도 너무 생소하므로 검색도 하고 나름의 고민을 했다. '크로스 드레서'도 저마다 개성이 있다. 옷을 입는 것에만 의미 부여를 하거나, 성적 쾌감을 느끼거나, 동성애가 있거나. 그래서 단순히 '크로스 드레서'라고 묶지만 다 똑같지 않다. 각자 캐릭터의 개성을 강조했다. 정말 여성스러운 분이 있을 것이고, 실제 캐릭터도 그렇다. '테리'는 이성애자지만 동성애자 친구들이 있고, '에이미'는 동성애자고, '배씨'는 나름 가족과 합의한 형태로 살아가고 있는 거고. 사실 이 이야기는 '크로스 드레서'를 소재로 하지만 굉장히 보편적 소재를 다루고 있다. 아까 말한 '똑같은 사람이다' 이야기했지만 직접적인 대사도 있다. "그들도 우리와 공통점이 없는 줄 아느냐. 외로움, 자기혐오, 박해 이 모든 것은 우리 모두 다 똑같이 느끼고 있는 거다. 흑과 백으로 나눌 수 없고 우리는 무한한 회색 속에 살고 있다" 어떤 그러한 작가의 세계관이 있으므로 저희가 어떤 특별한 인물들로. 그런 특징을 잡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우리가 느끼는 것들. 우리가 삶 속에 느끼는 것들이 투영되길 바란다는 주문이 있었다.

   
▲ 변희상 배우

말투나 행동이 롤모델이 없지 않고선 할 수 없을 거 같다. 직접 여장도 하고 하면서 '여자들이 이럴 때 힘들겠다', '이런 건 여자들이 괜찮다' 싶은 게 있는지.

ㄴ 박정복: 저도 준비하면서 찾아가고 있는데 딱히 롤모델은 없는 거 같다. '여성적인 게 뭘까?'라는 의문을 계속 스스로 던지고 있다. '이렇게 해야만 여성적인 것인가?' 그런데 좀 더 보편적인 것을 중점적으로 찾아야 하는 건 맞는 거 같다. 그런데 하면서 느끼는 건, 잘 모르겠다. 제 안의 여성성이 어느 정도 있는지 계속 물어보고 찾아가고 있다. 지금까진 계속 혼란이 오고 있다. 그것들이 어떻게 표현될지. 그래도 반드시 첫공 올라가기 전엔 찾아서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ㄴ 문성일: 연습하는 데 있어서 처음에는 저도 여장남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떄문에 여성스러운 남자들에 대해 생각하다 대본 보고 연습 계속하면서 차라리 여자를 찾아봤다. 어찌 보면 자칫 잘못하면 남자가 생각하는 여자들의 행동, 남자가 생각하는 여자라는 것에 표현이 국한될까 봐 되게 조심스러운 부분이었고. 정복이 형이 말했듯 '여성스러움이란? 남자다움이란?' 이런 것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이 작품 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제가 반했던 게 생리대 광고였다. 어린 여학생에게 '여자답게 뛰어봐' 했더니 거침없이 뛰더라. 그 모습을 보고 알았다. 여성들에게 '여성스러움이 뭐야?' 했을 때 여성스럽게 행동한다. 그런 것은 사실 없더라. 단지 내가 알고자 하는 것들의 관심에 대한 표현 방법이 다르더라. 연습하며 공유했던 것은 예를 들어 화장품을 봤을 때 남자는 그냥 화장품이구나 하지만 여자는 테이블에 앉아서 이 화장품의 성분부터 해서 효과가 어떻고 발색이 어떻고 하며 관심을 가지는 것이 다르더라. 이런 부분부터 세세하게 찾는 연습을 한 것 같다. 롤모델에 있어 겉으로 본 표현의 방식이라면 '글로리아'는 좀 더 당당하고 젊은 30대의 역할인데 당당함, 걸크러쉬함 같은 부분이 있어서 김혜수 선배, 전지현 선배가 영화에서 보여준 모습을 참고했다. 그런데 제가 그런 모습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 안의 모습들, 제가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좀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ㄴ 임종완: 저 같은 경우는 다른 '슈발리에 데옹'에 온 역할들에 비해 제일 (여장이) 익숙지 않은 역할이라 여성성보다는 여자 옷에 대한 촉감. 나를 심적으로 보듬어주는 느낌을 많이 느껴보려 했고 실제 여자 옷, 여자 속옷, 가발을 했더니 행동이 달라지더라. 어쩔 수 없이 긴 머리가 내려오면 불편하고, 속옷이 주는 불편함. 그런 것들이 느껴져서 '조신'이 아니라 '조심'하게 되더라. 저도 딱히 롤모델은 없고 직접 느껴가며 찾고 있다. 

   
▲ 한세라 배우

뮤지컬이 아닌 첫 연극에 도전하는 소감이 궁금하다.

ㄴ 유일: 처음으로 연극을 하게 돼서 걱정이 많았다. 제가 연극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많이 했다. 작품 들어오며 연출님께 많이 물어봤다. 제가 어떤 연기를 해야 하는지. 근데 연출님이 대답해주신 게 '연극은 오로지 배우가 채워야 하는 호흡이 있다' 하셔서 온전히 무대에 서 있을 수 있는 한 배우가 돼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선배님께 계속 물어보고 어떤 게 좋을지 조금조금 천천히 찾아가면서 너무 재밌게 했다. 같이 호흡을 맞춰가는 게 마음이 느껴지고 그러면서. 제가 또 도움을 받는 역할이다 보니 실제로 형들이 절 도와주는 것 같아서 제 마음이 덜컹덜컹 움직였다. 그래서 재미를 많이 느끼고 행복했다.

ㄴ 변희상: 그동안 대극장 뮤지컬만 하다가 처음 연극을 하게 됐는데 이렇게 좋은 작품에 좋은 배역을 주셔서 해낼 수 있을까. 하고 부담되고 낯설고 그동안 했던 뮤지컬과는 연습, 접근 방법, 표현하는 것 세세한 발성과 동작 모든 게 너무너무 달라서 처음엔 헤맸다. 그리고 연기를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아서 세세한 노하우가 있거나 한 게 아니라 혼자 엄청 헤맸는데 연출님이 오랫동안 기다려주시고 도와주시고 조언해주셨다. 또 모든 선배님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발렌티나 역 선배님이 진짜 친동생처럼 하나하나 붙잡고 다 가르쳐주셨다. 정복이 형은 제가 힘들 때 밤에 여자친구처럼 통화도 해주시고(웃음). 공부한다는 마음을 가지면 안 되는데 공부가 많이 됐고 그걸 꼭 표현해내서 이 좋은 작품에 누가 되지 않겠다는 마음만 가지고 달려가고 있다.

   
▲ 조민성 배우

여장남자라는 쉽지 않은 소재 때문에 연습부터 공연까지 계속 노력해온 것이 있을텐데 무엇인지. 또 여배우로서 어드바이스를 준 것이 있나.

ㄴ 윤희석: 저는 헤드윅을 해서 여장을 해봐서 그때 여장을 했다. 세월이 많이 지나고 몸도 많이 퍼졌다. 결혼하고 나서 40대가 표현할 수 있는 여자의 모습. 이런 것을 고민하며 어머니나 누나를 많이 관찰했고 집에서 장모님이나 와이프 옷을 몰래 꺼내 입어보고 느끼고 그런 시간을 가졌다.

ㄴ 최대훈: 계속 옷 입어보고 써보고 하며 느끼지만, 아직도 무대 위에서 걸어 다닐 때 불편하다. 그래서 짬 날 때마다 계속 입어보며 노력하고 있다. 성일 배우 말대로 여성스러운 게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단순히 어떤 몸짓을 하면 여성스러운 것인가. 보이시하면서도 충분히 여성인 사람도 많은데. 그래서 저는 그쪽을 좀 더 주의 깊게 보려고 하고 있다.

ㄴ 박정복: 저는 거울 보거나 사진 찍는 것을 안좋아하지만 대본에 나왔듯 그런 것을 계속 남기고 관찰해서 나에게 있는 그런 것들(여성성)이 어떻게 비춰지고 있고 찾을 수 있을지 연구한다.

ㄴ 변희상: 저는 또 집이 멀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데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여성들 행동 하나하나 많이 관찰해서 집에 와서 해본다. 또 아버지가 구제 옷을 파시는데 여자 옷이 있을 때마다 한 번씩 뺏어 입고 걸쳐보고 하고 있다.

   
▲ 유일 배우

ㄴ 한세라: 저는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여기는 전쟁터다(웃음). 연습실에서도 그랬고 분장실에서도 그런다. 이 극장 들어오는 순간 남자배우들도 다 '언니'라고 호칭한다. 그런 것부터 배우들이 노력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사람들이 불편했던 것. 속옷, 스타킹. 여자용이다 보니 남자들에겐 좀 짧은가 보더라. 영화 '여배우들' 보신 분 많으실 텐데 질투도 많고 어떻게 자기가 더 이쁘게 분장할까 한다. 저랑 엘리아노 역이 제일 분장 시간이 짧을 거다. 눈 밑을 어떻게 그려달라, 펄을 어떻게 해달라 하며 분장 선생님들을 괴롭히고 있다. 네일 아트도 같이 하러 갈 수 있고 제가 화장품 이야기를 할 때도 스스럼 없이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원래 알던 남자 동료들이 아닌 여자 친구들이 생긴 것 같아 반갑다.

ㄴ 조민성: 저는 제일 먼저 해본 것이 어머니 옷장을 열어서 입어보는 거였다. 어머니에게 많이 혼났다. 옷 늘어난다고(웃음). 연습실 오면 누나들, 엘리아노 역 분들, 이런 분들에게 많이 도움받았다. 생각이 너무 많이 난다. 여자들의 내면 심리에 대해 많이 생각한 것 같다. 예전엔 그냥 '야 너 뭐했어.' 이랬는데 이제 진짜 '화장이 이쁘네'하고 물어보게 되면서 여자친구들에게 잘해줘야겠다 생각했다. 약속시간 늦어도 다 이해해줘야 되고(웃음).

ㄴ 유일: 저는 '대니쉬 걸'이나 '헬프'를 보며 참고하려 했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알 수 없었기에. 연습하면서 형들이 어느 순간 한 번 제게 '예쁘다'고 했는데 그 뒤부터 욕심나더라. 그래서 좀 더 내 안의 여성성을 내비치고 싶어지는 욕심이 생기면서 그때부터 빠져들었던 것 같다. 예쁘다는 소리 들으면 행복하고 기분 좋고.

ㄴ 임종완: 전 여자친구 옷을 입고 연습실에서 계속 걸어 다니고 했는데 옷이 달라지니 걸음걸이가 달라지더라. 그렇게 직접 해보는 것이 확실히 다가오니까 많이 했다. 형들 관찰도 많이 하고 TV에서 영화 해주고 그러면 여배우들 보고 '예쁘다'가 아니라 '화장이 어떻다'하고 보게 됐다. 그렇게 더 관심을 가지려 노력했다.

   
▲ 임종완 배우

ㄴ 문성일: 일단 처음 연습실에서 시작한 건 빨리 구할 수 있는 게 구두여서 구두부터 신고했었다. 1막 대사에도 나온다. "하이힐 만든 사람은 40살까지 살 생각이 없었나봐"라고. 하이힐이란 거 봤을 때는 여성분들이 너무 잘 뛰어서 전혀 불편함을 못 느꼈다. 그냥 '까치발로 걷는구나' 했는데 직접 해보니 무게중심부터 해서 어떻게 걸어야 하나 싶고 타고난 골격이 다른 데서 오는 불편함, 아픔이 느껴졌다. 발가락이 좁혀지는 부분의 고통이라거나. 또 대사 중에 '속옷에 경의를 표합니다'란 대사가 있는데 의미는 조금 다르지만 여성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하고 싶다. 속옷이나 여러 제품이 많이 답답하더라. 여배우와 연습할 때 레깅스나 큰 치마 입었을 때 보며 '정말 편하겠다!' 했는데 막상 입어보니 엄청 불편하더라. 다리를 늘 오므리고 있어야 하고. 그래서 '진짜 대단하구나. 남자로 태어난 게 다행이다'라 생각했다. 입술에도 3, 4가지를 바르고 눈에도 그렇고. 엄청난 컬러조합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경 써야 된다는 것. 그런 것들이 참 내가 관심을 가져야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도 계속 관심사를 유지하고 있다. 주변 여성들에게도 물어보고 여성 잡지도 보고. 그런 노력이 제일 필요하다 생각하고 제가 빨리 흡수하는 게 관건이라 생각한다.

ㄴ 허만: 저도 남자로 태어나서…전 여동생이 있다. 근데 여동생과도 살갑지 않고 보면서도 여성성이란 거 뭘까 하고 인지를 못 했다. 제 동생을 보면 그냥 남동생 같다. 그래서 과연 여성스러움을 표현하는 게 단순히 손짓, 표정 이런 걸로 해서 날 보는 사람들이 진짜 여성스러움을 공감할 수 있을까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그걸 찾아보면서 연습 때 치마도 걸쳐보고 구두도 신어봤다. 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지금 여자 속옷을 입고 가슴이 나와 있으니까 팔짱을 가슴 밑으로 하게 되더라(웃음). 그래서 이런 부분에서 '이게 정말 구조가 다르고 살아온 과정이 달라서 그렇게 되는 거구나. 딱히 여성성 남성성을 구분 짓는 게 아니구나. 그들의 삶 자체가.' 그리고 치마 입을 때도 일어설 때마다 치마가 밟힐까 걱정하게 되고 여자는 섬세하게 살 수밖에 없다 느꼈다. 내가 그런 것을 표현하려면 계속 이해하고 공감하고 관찰해야겠구나 하고 애쓰고 있고 제가 공감하는 것을 관객들도 공감해주셨으면 한다.

   
▲ 문성일 배우

여장남자란 소재도 그렇고 20명 넘는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는데 힘든 점은 무엇이고 신경 써서 연출한 점이 있다면.

ㄴ 성종완 연출: 역시 작품 속에 나오는 인물들을 이해하는 거였다. 가장 중요하고 앞으로도 계속돼야 할 일이다. 아까 문성일 배우도 말씀하셨지만, 저희는 모두 어쩔 수 없는 편견이 있다. 크로스 드레서에 대해서나 그런 것이 아니어도. 예를 들면 저는 기자들에게 편견이 있다. '자극적으로 쓰지 않을까?' 하고. 또 배우들에 대한 편견도 있고 남자로서 여자에 대한 편견도 있다. 그래서 저는 이 작품이 인간의 불완전한 존재에 대해 다루지 않는가 하고 생각이 들었다. 피어스타인이 했던 말 중 가장 가슴에 와 닿은 말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나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상대가 누구든 그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작가의 가치관이 이 작품에 고스란히 남아있다고 본다. 이해하는 것에 대해서 제게 가장 큰 숙제였고, 배우들과의 관계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고 이 작품 안에서 각각의 인물이 이해하는 것. 이 인물은 왜 이런 말을 했고 이런 행동을 하느냐란 부분에 대해 노력했다. 이 작품의 메시지가 결국 이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똑같았다. 편견을 줄이고. 이해의 반대말이 편견과 오해지 않나. 가장 어려운 일이 이해하기라면 가장 쉬운 일은 오해하기, 편견을 가지는 것 같은데 그런 것들을 줄여가는 과정들.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지점이 있다 느끼고 남은 기간 열심히 작품과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 허만 배우

연출과 배우 모두 입을 모아 가장 많이 꺼낸 단어가 '관심', '이해', '공감'이었다. 과연 연극 '까사 발렌타인'이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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