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이 샤페즈(오른쪽)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문화뉴스] "조각, 영화의 본질이나 특성이 무엇이며, 가능성과 한계는 무엇인지에 대한 심층적인 생각을 한다."

 
일민미술관이 25일부터 8월 14일까지 포르투갈 출신 영화감독 페드로 코스타와 조각가 후이 샤페즈의 2인전인 '멀리 있는 방(Distant Rooms)'을 연다. 이번 전시는 페드로 코스타의 영상 작품, 후이 샤페즈의 입체·조각 작품 40여 점이 공개된다. 페드로 코스타와 후이 샤페즈가 24일 오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전시 이야기를 전달했다.
 
페드로 코스타는 리스본의 이민자, 노동자 등 인간의 절망적 모습과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다수 실험영화를 만들었다. 1989년 데뷔작 '피'를 시작으로, 세 번째 장편 '뼈'(1997년)를 통해 칸과 베니스 등 국제 영화제에서 영화비평가의 주목을 받았다. 페드로 코스타는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큐픽션' 장르의 대표적 감독이며, 실험 영화계의 거장으로 인정받았다.
 
   
▲ 후이 샤페즈, '너의 손들' ⓒ 일민미술관
 
후이 샤페즈는 1980년대부터 검고 무거운 철을 재료로 한 대형 추상 입체/조각을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낯선 미적 체험을 전달했다. 그의 작품은 유기적 형태로 자연물 또는 건축물을 연상케 한다. 실제로 100kg 이상의 육중한 작업임에도 공중으로 작품을 매달거나 띄움으로 매우 연약하고 가볍게 보이는 아이러니한 풍경을 연출한다.
 
두 작가는 2005년 포르투갈 세할베스 미술관에서 2인전 'FORA! OUT'을 시작으로 2012년 일본 하라미술관 등 다양한 공간에서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일민미술관 전시가 이들의 5번째 듀오전이다. 두 작가는 시간을 다루는 예술 형식이 영화와 조각을 매개로 '기억'에 대한 주제를 정했다.
 
페드로 코스타가 삶과 밀착된 장소나 목소리를 담은 그의 필름을 전시실에 파편처럼 상영하고, 후이 샤페즈는 기억을 일깨우는 장치로 철제 오브제를 페드로 코스타의 영상 작품과 함께 선보인다. 한 공간에 서로 다른 작업을 교차하며, '기억'과 '시간의 흔적'의 구현을 극대화한다.
 
기자간담회의 사회를 맡은 일민미술관 함영준 책임큐레이터는 "일민미술관에서 초청한 페드로 코스타와 후이 샤페즈는 영화와 미술이라는 영역에서 현재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뛰어난 예술가"라며 미술과 영화라는 다른 예술 장르가 만나 독특한 감흥을 느끼다 보면, 융복합과 이종교배를 특징으로 하는 현대 예술의 경향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두 작가의 이야기를 살펴본다.
 
   
▲ 페드로 코스타, '불의 딸들' ⓒ 일민미술관
 
두 사람이 작업하면서 어떤 시너지가 있었나?
ㄴ 후이 샤페즈 :  둘이 항상 같이 작업하는 건 아니다. 한 팀을 계속 이뤄서 하는 건 아닌데, 간혹 이번 프로젝트처럼 같이 하자는 청을 받기도 한다. 각자의 하는 일에 대해 좀 더 많은 생각을 한다. 조각, 영화나 영상의 본질이나 특성이 무엇이며, 가능성과 한계는 무엇인지에 대한 심층적인 생각을 한다. 우리가 하는 일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생각을 하게 된다.
 
페드로 코스타 : 내 경우엔 원래 하던 영화 작업의 좀 더 변화를 줘야 한다. 박물관 같은 곳에선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주기 힘들고, 보는 사람들도 지친다. 파편을 재구성 해야 한다. 영화 프레임이나 방법, 리듬감이 다 다르게 작용하여야 한다. 그래서 원래 영화에서 하지 않는 부수적인 것을 가미한다. 조명을 추가로 설치한다는 것 등이 필요하다.
 
   
▲ 페드로 코스타(왼쪽)와 후이 샤페즈(오른쪽)가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전시에서 영화의 어떤 것을 더 중점적으로 보여주려 하는가?
ㄴ 페드로 코스타 : 공간에 따라 달라진다. 후이 씨와 5회 정도 같이 전시를 했는데,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전시할 때 변화를 하려고 했다. 나는 영상을 보여주면 되기 때문에 하얀 공간을 다운시켜야 했다. 너무 하얗게 되면 영상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후이 씨는 실내나 실외에 모두 보여줄 수 있지만, 어둠 속에서 효과를 잘 내는 작품들이라 같이 잘 됐다. 내 작품이 후이 씨 작품보다 제약이 많다. 편집 방법이 다른데, 갤러리나 박물관에선 작품을 보는 사람이 편집한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보는 사람이 실제로 회상하고, 콜라주를 하거나, 공감을 한다.
 
   
▲ 페드로 코스타와 후이 샤페즈의 전시 기자간담회가 24일 오후 일민미술관 3층 강연실에서 열렸다.
 
영화와 조각을 같이 전시하는데, 그 과정에서 서로 어떤 이야기를 하나?
ㄴ 후이 샤페즈 : 처음 전시 공간을 보는 시점부터, 최종 결과물 완성될 때까지 1년이 걸린다. 1년 동안 계속해서 의논한다. 한 전시를 같이하고 다음 전시까지 할 때도 짧게는 2년, 길게는 3년 걸린다. 빵 굽듯이 찍어내는 전시 작품이 아니다. 페드로 씨 이야기처럼 공간을 이해하고, 공간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공간마다 특성이 다 다르다. 일민미술관이 도쿄 하라미술관과 다르듯이, 서서히 여러 가지를 선택하게 된다. 이게 어떤 건지 명확하지 않다. 작년 로마의 카타콤에서 전시할 땐 장소 자체가 굉장히 강렬했다. 미술관처럼 중립적인 톤이 아니었다. 그 공간에선 이 작품이 어울릴만한 공간을 찾아야 했다. 기억과 추억이 깃든 곳이기 때문이었다.
 
[글]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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