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아띠에터) 미오jy3308@mhns.co.kr 좋아하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여주인공 이름이자, '미혹됨과 깨달음'을 통틀어 의미하는 말. 연세대 임상심리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임상심리전문가로 활동

[…1편에서 계속] 전형적인 비극도 희극도 아닌, 다른 영화도 있다.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에서 주인공 마고는 편안하고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남편과 5년간 친구처럼, 연인처럼 살아오지만, 우연히 인생에 등장한 새로운 남자에게 자꾸만 마음이 간다. 결국, 고뇌하던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따라 새로운 사랑으로 뛰어드는데, 이 영화가 흥미로운 지점은 그 이후의 전개다.

비극으로 치닫는 영화가 '권태-새로운 만남-불륜-발각-징벌'의 구도를 갖추고, 기존의 사랑을 지키는 희극이 '권태-새로운 만남-불륜-(발각)-뉘우침-제자리'의 전개를 보인다면, 이 영화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접근과 전개를 보여준다. 영화에서는 불륜이 '놀이기구'와 같다 말한다.

 아마도 놀이기구가 주는 쾌락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그것을 탈 수도, 늘 처음처럼 스릴을 느낄 수도 없다는 의미를 담지 않았을까.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새 것도 시간이 지나면 헌 것이 된다', '인생에는 빈틈이 있기 마련인데, 그걸 미친놈처럼 일일이 다 메우고 살 순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이 영화는, 마고가 '진정한 사랑'이라 여기는 이 불륜의 과정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보여준다.

영원히 새로울 것만 같았던 사랑이 어떻게 유효기간을 다한 헌것이 되고, 소멸되어 가는지를 보여주는 과정은 담백하지만 그래서 더 잔인하다. 지금 불륜 스캔들의 주인공이 된 '그녀'가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일까. 아마 쏟아지는 대중의 비난은 오히려 그녀의 마음을 더 강하게 들끓게 하겠지만, '사랑했다고 믿었던 이에게 같은 방식으로 버려지게 되었을 때' 그녀는 여전히 당당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그 헤어짐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들만의 행복에 빠져 누군가의 아픔에는 무뎌진 그녀가, 가장 깊이 그 마음을 알 수 있을 그런 일은 부디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들도 사랑일까?

모든 사랑이 정당하고 아름다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이 사랑인지 정의를 내리기도 쉽지 않다. 그 자체로 죄가 되는 사랑은 없는지도 모른다. 하여, 지금 모두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 두 사람의 마음은 그 자체로 죄를 물을 수는 없다. 타인인 누군가에게 이들의 관계가 사죄해야 할 잘못일 이유도 어쩌면 없을지 모른다. 사회적이고 공식적으로 불륜을 저지른 이들을 벌하는 간통죄가 사라진 이유이기도 하겠다. 하지만 자신이 과거 사랑의 이름으로 일구었고, 사랑과 책임과 헌신을 약속한 가족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30년간 한 가정의 가장이고, 한 여자의 남편이었던 '그'에게는 지켜야 하고 마무리해야 할 많은 것들이 있었다. 인간으로 해야 할 도리를 기대할 수 없다 치더라도, 제도를 통해 자신이 한 약속을 깨기 위한 일련의 절차가 필요했다. 자신이 맺었던 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그렇게 그가 사랑이라고 표현할 다음 관계로 넘어가는 것도 아닌, 그저 아무것도 잃으려 하지 않는 '그'에게 대중들이 '우리라도 사회적인 비난으로 당신을 벌해야겠다.' 분노하는 것은 어쩌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닐지 모른다. 그는 참, 자신의 영화처럼 사는 사람이었고. 그들은 그때도, 지금도, 틀렸던 것 같다.

누군가는 말할 수 있다. 불륜을 주제로 한 영화를 흥미롭게 보면서 실제 불륜을 저지른 이들을 비난하는 것은 모순적이지 않냐고. 하지만 영화는 판타지이고, 우리에게는 꿈꿀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래서 홍상수 그가 만든 영화가 찌질한 인간의 욕망을 다루었어도, 그의 인생이 실제 그렇지 않을 때 그것은 그가 세상을 표현하는 '창구'이고 '문화적 승화'일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합리화하고자 만든 이야기에 누가 관심이 있을까. 이미 그의 욕망은 겉으로 모두 분출되어 버렸는데.

   
 

덧. 외도한 딸에 대한 부모의 반응과 역할

한 매체에 따르면 김민희의 어머니가 홍상수의 아내와 나눈 대화가 공개됐었다. (그러나 가족 측은 스마트폰으로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밝혔다) "저런 어머니니 딸을 저렇게 키웠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나는 그녀가 어머니로서 충분히 맞는 방향의 역할을 하고 있다 생각한다.

화풀이할 대상을 찾을 수 없는 그의 아내가 아무 말도 통하지 않는 남편 대신, "내 가정을 깨트린 불륜녀"라고 상대 여자를 비난하고, 그래도 끄떡없는 그녀의 어머니에게로 화살이 돌아가는 마음은 백번 이해하지만, 그녀가 사과받아야 할 대상은 결국 자신과의 약속과 신의를 져버린 자신의 남편이다.

자녀가 성장하는 동안 충분한 애정과 더불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규율을 알려주는 것은 부모의 중요한 역할이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품 안의 자식으로 안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서른 중반인 딸의 머리를 다 깎아 집에 감금했어야 좋은 어머니인가? 세상의 시선과 같이 네가 제정신이고 미쳤냐고 함께 손가락질하고 비난해야 했을까? 자신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곱디고운 딸이 온 국민에게 '가정을 깬 불륜녀'라는 비난의 소리를 듣고 있다. 어쩌면 지금 그녀는 누구보다 마음이 무너질 사람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모두에게 비난의 말을 듣는 그녀도 살아야 할 것이 아닌가. "네가 그런 선택을 한 이유가 있겠지.…", 비록 응원은 할 수 없더라도 애잔한 마음으로 바라봐줄 사람이 한 명은 필요하고,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는 남자를 제대로 선택하지도 못한 그녀에게, 그 대상은 그녀의 어머니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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