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따뜻한 햇볕과 선선한 바람으로 날씨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9월, 난지 한강공원에서 9월 20일 21일 양일간 열렸던 렛츠락 페스티벌을 다녀왔다.

렛츠락 페스티벌은 최근 몇 년간 페스티벌 붐이 일어나기 전부터 꾸준히 한국 인디 밴드들을 중심으로 열려왔던 페스티벌로 올해로 8회 차를 맞은, 꽤 오래된 페스티벌이다. 이 정도 연차가 쌓였다는 뜻은 큼지막한 페스티벌들처럼은 아니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차곡차곡 내실을 다져왔다는 뜻이리라.

페스티벌은 러브와 피스, 두 스테이지로 이루어져 각자 다른 음악을 선보였다. 러브 스테이지는 주로 어쿠스틱 연주이거나 부드러운 톤의 음악이 주를 이루었다면 피스 스테이지에서는 제법 하드한 사운드로 방방 뛸 수 있는 밴드들이 대거 출연하여 락 스피릿을 즐길 수 있었다.

한낮의 뜨거운 햇볕을 피해 한참을 그늘에 머물러 있다 본격적으로 페스티벌을 즐기기 시작했을 때, 난지공원은 페스티벌 관람객 외에도 각자의 휴식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이미 가득했다.

   
▲ 월드컵 경기장 역에서 셔틀버스 정류장을 안내하는 표지판
   

 

   
 

러브 스테이지와 피스 스테이지 중간의 이동 구역은 통제되지 않고 오픈되어 있어 산책을 나왔던 사람들이 중간에 자리 잡고 누군지 모를 아티스트들의 노래를 BGM으로 감상하는 모습도 종종 눈에 뜨였다.

스테이지간의 이동 거리가 조금 멀긴 했지만 어느덧 필자는 타임 테이블을 연달아 펼쳐보며 러브와 피스 스테이지에서 흥과 정의 무드를 동시에 즐기고 있었다. 공연을 보다 보니 이번에는 최근 앨범을 발매한 아티스트들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최근 콜라보레이션 '싱글 96'을 발매한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을 비롯한 클래지콰이와 페퍼톤즈도 각각 최근 발매한 앨범의 수록곡 위주로 공연을 진행하여 밴드의 신곡에 목말라 있던 팬들의 갈증을 말끔히 해소해주는 듯이 보였다.

20일의 헤드라이너로 2시간여의 공연을 보여주었던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의 합동 무대에서는 말달리자로 무대를 마무리하는가 싶더니 얼마 전 발매한 두 밴드의 콜라보레이션 싱글 96이 앵콜곡으로 울려 퍼져 두 밴드의 팬들이 함께 소리를 지르며 따라부르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앵콜을 기다리는 잠시 동안 보였던 드럭에서 공연하던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의 초창기 영상은 아마도 그들을 근 20년 가까이 사랑해준 팬들에 대한 작은 서비스 같았다. 곧바로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무대로 난입(?)하여 마지막 앵콜곡 '다 죽자'에서 함께 보컬을 담당하며 끈끈한 인연을 과시하기도 했다.

   
 

다음날, 페스티벌로 갈 준비를 하면서 일요일의 날씨 또한 순조로워 날씨가 반 이상을 차지하는 야외 페스티벌에서는 올해 날짜를 정말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스티벌을 위해 전날처럼 월드컵경기장 역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체력을 비축할까 고민도 하였지만, 난지공원으로 자전거를 타고 이동을 해 보기로 하였고 이동시간을 고려해 보았을 때 결과는 꽤 성공적이었다. 물론 집으로 귀가할 때는 많은 후회가 뒤따르긴 했지만 말이다.

그늘에서 BGM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호사를 잠시 즐긴 후 '브로콜리 너마저'의 덕원의 솔로 프로젝트 공연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특유의 여린 음색으로 쑥스러운 듯이 멘트를 던지며 노래하는 모습은 밴드에서 중심을 담당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런 면에서 밴드 멤버들의 솔로활동을 보는 묘미가 있는 듯싶었다. 꾸준히 이런저런 페스티벌에 출연하면서 실력을 키워왔던 스탠딩 에그도, 이젠 제법 뒤쪽으로 배치된 타임 테이블을 보며 밴드의 성장을 지켜본 듯한 느낌이 든 것은 종종 페스티벌에서 그들의 무대를 접했던 관객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최근 가장 핫한 밴드 장미여관의 공연을 위해 관객들이 이동하는 동안, 필자는 내년 정규 마지막 앨범 발표라는 공지를 밴드 공식 홈페이지에 띄워둔 언니네 이발관을 기다리고 있었다. 철없는 대학생 시절 지금은 추억으로 사라진 '쌈지 싸운드 페스티벌'에서부터 보았던 그들이 그토록 담담하게 띄워둔 공지의 의미를 알 듯 모를 듯 애써 부정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예상외로 언니네의 보컬 이석원은 중간에 사운드 문제를 지적한 것만 제외하면 아주 신난 상태로 공연을 진행했고, 보기 드물게 춤까지 추며 관객들을 감동시켰다. 춤이라니…(그의 공연을 한 번이라도 본 관객이라면 어떤 의미인지 알 것이다.)

   
 

짙은의 만담 가득한 공연을 잠시 감상하다 얼마 전 2집 앨범을 발매한 국카스텐의 공연으로 넘어가자 역시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열광의 도가니라는 표현이 물리긴 하였지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었다. 하현우는 특유의 자신만만한 태도와 공연 매너가 여전했고, 밴드 멤버들도 한층 더 성숙한 연주로 페스티벌의 마지막을 깔끔하게 마무리 지어 주었다.

   
 

가장 좋았던 접근성과 더불어 한강의 정취를 즐길 수 있었다는 점, 깔끔하게 꾸려진 푸드코트, 편리했던 셔틀버스 운행 등이 렛츠락의 장점이었다면 제일 아쉬웠던 점은 러브 스테이지에서 이틀 연속으로 발생했던 사운드 문제로 아티스트들과 관객들이 공연에 집중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클래지콰이의 경우 사운드 문제로 인해 공연이 잠시 중지되면서 호란과 알렉스가 즉석에서 어쿠스틱 공연을 하며 공연을 이어나가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보였고, 다음날도 아티스트들 마다 크고 작은 문제를 사운드 팀에 이야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존재했으나 이틀간의 꽉 찬 피크닉 같았던 렛츠락 페스티벌은 내년에도 이 정도의 즐거움만 누릴 수 있다면 거리낌없이 이곳을 다시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페스티벌이었다.

[글] 아띠에터 박효비 artieto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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