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고 솔직해서 짠한 그녀에게 공감하는 우리 vs 사랑했지만 자존심이 먼저였던 어리석은 그들

 
[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아띠에터) 미오jy3308@mhns.co.kr 좋아하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여주인공 이름이자, '미혹됨과 깨달음'을 통틀어 의미하는 말. 연세대 임상심리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임상심리전문가로 활동중

[문화뉴스] (…①에서 계속)

사랑했지만 자존심이 먼저였던 어리석은 그들

'또 오해영'의 두 조연 금해영태진(이재윤 분). 둘은 각각의 이유로 결혼 전날, 그리고 당일에 약혼했던 이에게 이별을 고했다. 그리고 다시금 돌아왔다. 내 마음은 그게 아니었고, 내게는 이런 사연이 있었다고 변명하며. 그들은 왜, 말하지 못하고 떠났을까?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태진은 사업이 망해버려 당장 구치소에 들어가게 될 상황에서 사랑하는 해영이 착하게도 그 모든 것을 함께 감당하며 기다리겠다고 말하는 것을 볼 수 없었다 변명한다. 그래서 매몰차게 다른 이유를 더 묻지 않도록 그녀를 끊어냈다고. 금해영은 계속해서 자신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며 이간질하는 도경의 어머니를 버티지 못해 떠난다. 그녀가 몰래 녹음해온 도경의 목소리로 인해'자신이 애써 밝은 척 숨기려 해왔던 것들을 실은 모두 들키고 있었다는 것'을 안 그녀는 큰 충격을 받았고, 그렇게 상처받은 그녀가 도경에게 어머니의 행태를 고발하기보다 그저 떠나기를 선택한 것은, 어쩌면 어머니와의 관계를 상하게 할 수 없을 만큼 그를 아끼고 사랑해서라고 보는 시각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태진과 금해영이 떠난 것은 결국 '자존심' 때문이다. 상대를 사랑해서, 그들을 생각해서였다면, 나의 이런 상황을 함께 나누고 나와 함께 버텨낼 수 있을지 상대의 의사를 묻지 않았을까. 이들은 결국 '완벽한 나의 그런 꼴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떠났다. 그 순간 그들에게 그들이 이제껏 사랑했다고 말한 이가 얼만큼의 상처를 받고 나락으로 떨어질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들이 '너를 사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돌아와 다시 이루어진다 한들, 이 관계에 다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또다시 역경이 찾아온다면 이번에는 전과 달리 연인을 믿고 그 곁에 남아있을 수 있을까? 장밋빛으로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는 것이 우리들의 인생이다. 그리고 그런 역경과 상처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며 힘을 얻는다. 혹자는 '진흙 속에 피는 연꽃과 같은 것이 위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의 못난 모습, 어두운 시기를 보여줄 수 없고 함께 할 수 없어 혼자 감당해야만 하는 이라면, 험한 이 세상을 함께 헤쳐나갈 생각을 할지, 아니면 다시금 도망가버릴지 믿을 수 있을까.

그래서 어쩌면 해영과 태진, 금해영과 도경의 결혼이 깨진 것은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3급수의 물고기라 표현하며 태진이 자신이 만났던 유일한 1급수의 남자였다고 생각하는 해영이 태진과 도경을 대하는 모습은 상이하다. 도경 앞에서는 심하게 망가진다 싶을 만큼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모두 꺼내어 보이지만, 태진 앞에서는 연기를 하는 건가 싶게 여성스럽고 우아해지는 해영이다. 아마 그가 나보다 훨씬 나은 등급의 남자라고 생각되었기에 그에게 맞추기 위해 애쓰지 않았을까 싶어진다. 그래서 그녀는 파혼을 통보받고서도 단 한 번 '내가 뭘 잘못했어?'라고 물었을 뿐, 더 이상 그에게 묻거나 따지지 않고 그 상황을 받아들인다. 파혼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가 그 이후 더 오랜 기간 병들지 않기 위해서는 그 상황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질 때까지 그에게 물었어야 했다. '너 밥 먹는 게 꼴 보기 싫어졌어'라는 한 마디에 망연자실한 얼굴로 떨어져 나갈 것이 아니라, 우리 관계가 어디서부터 어그러져 온 것인지, 함께할 다른 방법은 없는지 찾으며 말이다.

   
 

도경금해영도 마찬가지다. 완벽해 보이는 해영이 실은 부모의 이혼과 잦은 재혼 등 복잡한 가정사로 인한 상처를 가졌고, 누군가에게 버림받고 싶지 않아 어떤 상황에서도 괜찮은 척 웃으며 상대를 대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도경은 그녀를 위해 조금도 그런 내색을 하지 않는다. 결혼 전, 자신의 연기가 모두 들통났었다는 것을 안 해영 역시 도경에게 어떤 설명도 없이 떠나버린다. 속내를 꺼내 이야기할 수도, 서로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대화를 할 수도 없었던 이들의 관계와 사랑이 얼마나 깊이 있는 것이었을까 묻게 된다. 반면, 극 중 도경과 해영이 둘의 기구한 운명을 알았으면서도 서로를 쉽게 놓지 못하는 것은, 이처럼 아픈 상처를 공유하고 위로하며 맺어진 끈끈한 인연이고 사랑이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 태진과 금해영은 당당하게 돌아온다. 조금 미안한 듯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그들은 상대가 나를 여전히 사랑하지 않으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잃었다. 태진은 자신에게 되도않게 해를 끼쳤던 남자에게 사랑했던 여자를 잃었고, 금해영은 평생 자신의 들러리였던, 나 때문에 인생이 망가지든 말든 별 상관도 없는 무수리 같았던 흙해영에게 가장 사랑하는 이를 잃었다. 이거면, 이들에게도 충분한, 아니 조금은 가혹한 벌이 된 게 아닐까 싶어진다. 그리고 그들을 벌하는 것을 떠나, 결국 해영과 도경이 인연이었기에 이런 만남과 이별과 오해가 모두 벌어졌던 것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그렇게 믿는 나는 그들이 꼭 해피엔딩을 맞이하기를 바란다.

[Tip1] '또 오해영'에서 모든 오해와 악의 근원이 되는 도경의 어머니. 아마 모든 시청자의 미움을 받고 있을 그녀가, 바로 얼마 전,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모습을 보였던 것을 아는가? 국민드라마로 불릴만큼 높은 시청률을 자랑했던 '태양의 후예'에서 극중 강모연의 어머니로 출연해 짧지만 부드럽고 우아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 또한 그녀. 놀란 마음에 이름까지 다시금 찾아본 연극배우 출신의 '남기애(▲사진 위)'. 정말 대단한 연기력이다.

[Tip2] 드라마가 진행되는 내내, 그리고 아마 끝난 이후에도 우리의 머릿속에 기억될 이름 '오해영'. 그런데 이 드라마를 쓴 작가의 이름은? 바로 '박해영'이라는 흥미로운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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