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스 & 밀라디 역 강태을, 박은석, 윤공주, 이정화 인터뷰

[문화뉴스] 뮤지컬 '삼총사'의 여운이 남아있다면 이 인터뷰를 주목해보자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뮤지컬 '삼총사'가 26일까지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작품 속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달타냥'과 '콘스탄스'의 풋풋한 모습과는 다르게 가슴 아픈 사랑을 보여주는 커플이 있다. 총사대를 이끌며 왕을 충성스럽게 보좌하는 '아토스'와 왕에 복수를 하기 위해 납치까지 서슴지 않는 '밀라디'.

패기 넘치는 달타냥의 모습과 삼총사의 호탕한 웃음소리로 유쾌하게 흘러가던 극의 분위기를 진중하게 잡아주는 둘의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는 장면. 과거 연인 사이였으나 관계가 악화된 후 왕의 납치 사건을 통해 재회한 두 사람은 다시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까. '아토스' 역의 강태을, 박은석, '밀라디' 역의 윤공주, 이정화의 이야기를 통해 배우들이 어떤 마음으로 연기했는지 알아본다.

   
 

각자 맡은 배역의 어떤 부분에 이끌려 출연을 결정하게 됐나.

ㄴ 강태을: ‘아토스’가 남성미와 낭만을 가진 멋지고 섹시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ㄴ 박은석: 배역에 끌려서 출연을 결정했다기보다 전에 무거운 작품들을 해서인지 유쾌하면서도 감동이 있는 극을 연기하고 싶었고, 남자들의 진한 우정이 담긴 이야기가 흥미로워 출연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ㄴ 윤공주: '밀라디'가 악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잘 표현해 보고 싶었고, '밀라디'의 솔로곡이 좋아서 선택하게 됐습니다.

ㄴ 이정화: 지금까지 맡아온 착하고 연약한 캐릭터와 반대되는 악녀 캐릭터에 도전해 다양한 인물을 만나보고 싶었어요.

반역죄 누명을 쓴 '밀라디'의 아버지는 '아토스'의 충심으로 인해 왕에게 끌려가 사형을 당한다. 그 후 '밀라디'는 복수를 위해 '리슐리외 추기경'의 심복으로 그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며 모두가 인정하는 '악녀'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토스'는 '밀라디'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을 드러내고, '밀라디' 또한 자신의 방에서 재회한 '아토스'에게 칼을 겨눌 뿐 차마 해를 입히지 못한다.

'아토스'와 '밀라디'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ㄴ 강태을, 박은석: 운명 같은 여자.

ㄴ 박은석: 소설 원작에서도 '아토스'는 남자들과 얘기할 때도 특히 여자 얘기가 나오면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고 나와있어요. 그런 모습을 봤을 때 '아토스'에게 '밀라디'는 운명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많이 헌신하고 사랑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ㄴ 윤공주: 전부. 전부였기에 그에게 받은 상처가 컸을 거라고 생각해요.

ㄴ 이정화: 나를 꼭 지켜주고 내 평생을 맡길 수 있었던 사람. 그러나 나를 지켜내지 못한 사람. 분명히 그 사람도 후회하고 있을 테고, 평생 나를 잊지 못하고 괴로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밀라디'가 악녀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는 '아토스', 어떤 감정이 남아있어서일까.

ㄴ 강태을: 사랑의 감정이 남아있어서요. 그리고 믿음도, 죄책감도..

ㄴ 박은석: 아무래도 '아토스'는 '밀라디'가 악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서로 사랑이 식었거나 싫어서 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녀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어요. 그렇기에 사람들과 다른 입장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밀라디'의 복수 상대에 '아토스'가 포함되어 있을까.

ㄴ 윤공주: '밀라디'는 한번 배신당하고 그 누구도 믿지 않았어요. 당연히 '아토스'도 믿지 않았죠. 그녀는 오로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복수를 했던 거예요. 자신에게 적이라고 느낀다면 '아토스'도 복수의 상대였어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아토스'와 눈을 마주친 순간 그가 자신의 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죠.

ㄴ 이정화: 처음 배신 당할 때는 아버지와 자신을 보내주지 않은 '아토스'가 미웠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를 미워하지 않게 될 것 같아요. 아버지를 반역으로 몰아넣은 사람들 그리고 충신을 죽여버린 왕에 대한 복수심이 불타오른 것이고, '아토스'와의 사랑에 대해 확신이 있었기에 그도 괴로워할 거라 생각했을 거예요. 사람이 아닌 상황과 운명을 원망한 거죠. 결국 '아토스'는 피의 복수 상대는 아니었지만, 평생 나를 잊지 못하고 생각해주고 미안해하며 괴로워하길 바라는 정도의 복수인 것 같습니다.

만약 '아토스' 또는 '밀라디'와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ㄴ 강태을: 지금으로 따지면 스파이? FBI? 테러범? (웃음) 지금 이 시대에 그런 충성을 할만한 낭만과 정의가 있을까요? 어쨌든 전 연인을 택할 겁니다.

ㄴ 박은석: 정말 어려운 선택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왕을 너무 잘 알고 있고 이 모든 일이 음모임에 확신이 있다면 저도 '아토스'처럼 행동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누구보다도 '에사르 후작'의 결백을 밝혀내야 할 '아토스'가 왕의 명령을 어긴다면 더욱 최악의 상황이 될 테니까요.

ㄴ 윤공주: 상처가 아물어 흉터가 될 때까지 아파하겠죠?

ㄴ 이정화: 아마 저도 그 사람을 직접적으로 해할 순 없을 것 같아요. 상처는 혼자만의 시간으로 다독이고, 슬픔이 바닥을 찍고 나면 그가 평생 후회하길 바라며 제가 더 멋지게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복수할 것 같습니다.

   
 

극 중 관객들이 가장 집중하는 장면을 고른다면 단연 2막 중반 감옥에서 '밀라디'가 '아토스'에게 또 한번 버림받고 자신이 처한 운명에 절망하는 장면. '밀라디'는 왕을 납치해 복수를 해나가는 악랄한 모습에서 넘버 '버림받은 나'를 통해 그녀가 어떠한 삶을 살아왔고 왜 '악녀'가 되었는지를 설명해주며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이 곡을 부를 때 어떠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가.

ㄴ 윤공주: 어떤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아요. 동정 받아야 할 인물로 보이기 위해 애쓰고 싶지도 않고요. 그냥 노래에 빠지면 되는 것 같아요. 넘버 자체에 모든 것이 담겨있으니까요.

ㄴ 이정화: 지금까지 힘든 일들을 견뎌온 과정과 운명에 지지 않고 버텨내겠다는 살아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곡이에요. 거기에 다시 태어나면 외롭게 하지 말아달라는 외침을 통해 아무도 믿을 수 없었던 그녀의 외로움까지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렇다면 '밀라디'는 정말 악녀일까.

ㄴ 윤공주: 태어날 때부터 악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밀라디'뿐만 아니라 '리슐리외'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과거가 있잖아요. 그 아픔을 어떻게 치유해 나가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ㄴ 이정화: 본래 성질이 모질고 나쁜 여자는 아니었지만, 감옥 생활 이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자들을 유혹해 목숨을 빼앗았으니 결국에는 악녀가 되었죠.

   
 

풋풋한 연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달타냥'과 '콘스탄스'. 이들과 비교했을 때 '아토스'와 '밀라디'커플의 매력은 무엇일까.

ㄴ 강태을: '진한 코냑' 같은 묵직하고 깊은 사랑.

ㄴ 박은석: 마치 연단을 견뎌내 잘 다듬어진 '다이아몬드' 같은 커플이라고 해야 할까요? (웃음)

ㄴ 윤공주: 그들보다는 더 성숙하고 깊은 사랑.

ㄴ 이정화: 진하고 아픈 사랑. 산전수전을 겪으며 평생을 마음에 담아두고 서로를 그리워했으니 '절절함'으로는 저희 커플이 우세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칫 유머만으로 채워질 수 있는 극 전개에 무게감과 깊이를 더하며 뮤지컬 '삼총사'의 재미를 한층 돋보이게 만드는 '아토스'와 '밀라디'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어서 공연장으로 달려가자.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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