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아띠에터) 김미혜 mihye0330@mhns.co.kr 보기와는 다른 엉뚱하고 발랄한 매력의 소유자. '세상에 밝은 빛을 비추리라'라는 사명감으로 모든 이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방송인이자 조들호와 딴따라에도 출연한 배우.  

코끼리가 하늘을 날 수 있을까? 왜 이 연극 제목은 '코끼리 날다'일까. 말 그대로 코끼리에 관련된 내용일까? 궁금증을 한가득 안은 채 연극은 시작되었다.

나의 이 궁금증에 대한 대답을 연극이 끝날 무렵, 포차주인인 '세라'의 입을 통해 듣게 되었다. 필자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코끼리 이야기는 이렇다. 새끼 코끼리가 들판에 묶여있었다. 줄로 묶여있었기 때문에 새끼 코끼리는 그 줄의 길이만큼만 동그랗게 풀을 뜯어 먹을 수 있었다. 어느덧 그 새끼 코끼리가 자라 어른이 되어 줄을 풀어주었다. 줄이 없어 자유롭게 더 넓은 곳의 풀을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코끼리는 여전히 그 줄의 길이만큼의 땅에서만 풀을 뜯어 먹었다는 이야기다.

씁쓸한 이야기다. 이 코끼리가 우리 삶의 모습과 닮지 않았는가. 좋은 환경에서 좋은 학교에 가야 하고 남들 하는 만큼의 노력으로 남들과 비슷한 회사에 취직해 적당한 때에 결혼하고 딱 그만큼만 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이 코끼리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연극 '코끼리 날다'는 한동네에 사는 4명의 남녀가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내용이다. 어찌 보면 네 명의 삶은 특별히 좋지도 그렇다고 눈에 띄게 나쁘지도 않은 그저 그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포차주인, 노래방 도우미 아르바이트, 회사 인턴, 백수. 소위 잘 나가는 사람 빼고 다 모인 곳이다.

힘든 세상 잘살아 보려고 억척스럽게 일하며 살아온 '세라'. 그런 모습에 지쳐버린 남편과 이혼하고 사랑하는 자식도 보지 못하고 혼자 외롭게 포차를 운영하고 있다. 손님이 다 내리고 난 불 꺼진 마지막 버스를 보며 마치 자신의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아르바이트를 해도 한 달 치 월세 내기도 빠듯한 삶을 사는 '청희'. 결국 노래방 도우미 아르바이트까지 하게 된다. 그래도 그녀의 삶은 좀처럼 빛을 보지 못한다.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꼭두새벽에 출근해 정신없이 일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모두가 퇴근한 빈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철수'.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하는 그는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하냐는 질문에 "남들이 다 하니까요…"라는 대답을 한다.

가수가 되겠다는 꿈 하나만을 가지고 사는 재능 없는 백수 '신봉심봉'. 술 때문에 몸이 힘들지만 술을 마시지 않으면 하루가 너무 길다.

   
 

"계급이란 건 과거에만 존재했던 것이 아니에요. 현대 사회에도 계급은 존재합니다."

"예전엔 음악 듣는 걸 무척 좋아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퇴근 후 잠깐이나마 커피숍에 앉아 흘러나오는 음악 듣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사치인 것 같네"

이들이 진정 원하는 삶은 어떤 삶이었을까? 내가 진짜 살고 싶은 인생은 어떤 것일까? 연극 '코끼리 날다'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정말 하고 싶었던 일 없어요? 아니, 생각해본 적은 있어요?"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세상은 아니지만,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는 인생이지만,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인가.

[글] 아띠에터 김미혜 mihye0330@mhns.co.kr

[영상]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