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듀오 '팀 가지' 글작가 인터뷰

   
▲ 레진코믹스 웹툰 'What Does the Fox Say?' ⓒ 팀 가지 제공.

[문화뉴스] 레진코믹스 백합 장르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 'What Does the Fox Say?'. 웹툰 시장이 확장된 지금에 이르러서도 백합 장르는 드문 만큼, 레진 플랫폼 전체에서도 높은 순위를 점하고 있는 'What Does the Fox Say?'의 강세는 눈에 띈다.

'What Does the Fox Say?'의 이야기는 그저 아름답지만은 않다. "여우처럼 생긴" 수민과 수민을 둘러싼 세주와 성지, 세 사람의 로맨스는 다정하게 속삭여지다가 불안하게 기우뚱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들의 로맨스는 본질적으로 위태롭고, 그래서 때때로 아찔하다. 'What Does the Fox Say?'의 마력은 그 휘청거리는, 아름다운 로맨스에 있다. 제목처럼, 그들이 마지막 순간 무엇을 말할지 더욱 기대되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창작자, 웹툰 듀오 '팀 가지'에 질문을 던져보는 건 어떨까. 마감 일정상 글 작가님과만 인터뷰를 가졌다.

'팀 가지', 작가들은 무엇을 말했을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ㄴ 레진코믹스에서 백합 만화를 연재하고 있는 웹툰 듀오, 팀 가지라고 한다. 마감 일정상 오늘 자리에 그림 작가님은 참석하지 못하셨다.

작품을 시작했을 무렵에는 대학생이었다. 지금은 졸업 후 작품에 전념하고 있다. 그림 작가님은 공모전을 같이 준비해 데뷔하신 이후로 작가 활동만 하고 계신다.

레진코믹스 공모전을 통해 데뷔했다. 어떤 준비 과정이 있었나.

ㄴ 공모전 전에는 관계도 설정 같은, 전체 틀을 짜지 않았다. 초반에는 어떻게 진행되면 좋을지 그런 대강의 설정만을 잡아뒀었고, 사실, 1화는, 글 작가로서 내가 관여한 게 크게 많지 않다. 대사 같은 것도 그림 작가님이 거의 준비하셨다. 나는 그 당시에는 학생 신분이었고, 공모전에 당선될 거라는 생각이 없어서 내 전공과 관련된, 자격증 준비 같은 것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1화를 공모전에 내고 나서 후회했었다. 마음에 안 들어, 하면서. 공모전에 당연히 안 될 거라고 생각해서, 그 캐릭터들로 다른 이야기들을 해서 인터넷 같은 데 올려볼까 계획하고 있었는데 공모전 당선이 돼서 그때부터 전체를 거의 새로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공모전에 당선되지 않았을 경우에 하려던 다른 이야기라면, 섹스 코미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이상한 설정들이 좀 보이는데, 그때 코미디로 하려던 흔적이다.

공모전 후에는 그 전까지 주간 연재와 같은, 마감이 있는 작업을 해보지 않아서 주간 연재를 할 수 있도록, 일주일이라는 기간에 맞춘 작업의 트레이닝을 하면서, 원고 준비를 했다. 조금 빠듯하게 시작한 감이 있다.

   
▲ 'What does the Fox Say?' 연재 페이지 캡쳐 ⓒ 레진코믹스

데뷔 후 주변의 반응은.

ㄴ 놀렸다. 작품에 대해 놀린 건 아니고, 나를 놀리셨다. 주변 지인들은 나보다 연상인 분들이 많아서 나를 놀리는 걸 좋아하신다. 괜히 작가님, 이렇게 부르시는데 민망했다. 민망해하니까 더 놀리셨다. 부모님은 계속 반대하셨는데, 그래도 데뷔하니까 좋아하시더라. 엄마 친구 분이 걔는 될 사람이라고 그러셨다고 들었다.

기존의 창작 활동과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느끼는가.

ㄴ 제일 큰 차이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프로 창작 활동 당시에는 보통 이미 정해져 있는 캐릭터들로 했다. 캐릭터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그게 번거로운 작업인 것 같은데, 제일 즐거운 부분이기도 하다. 비프로 때보다 더 재밌는 점인 것 같다. 단점은 마감 시간이 있다는 부분이다. 하고 싶은 게 이만큼 있는데, 정해진 시간만큼 하려면 그만큼을 전부 다 보여줄 수 없다. 다 표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게 제일 아쉽다. 연재가 길어질수록 체력이 나날이 떨어져서, 후반 들어서는 좀 더 일정이 타이트해지는 것도 있다.

   
▲ 'What does the Fox Say?' 연재 페이지 캡쳐 ⓒ 레진코믹스

레진코믹스 시스템 특성상, 직접적인 리플은 작품 블로그에 달린다. 포털 사이트에서 연재되는 작품들의 리플과는 어떤 면에서 차이를 느끼나.레진코믹스는 리플이 없는 시스템이다. 작품 연재를 하는 동안 이로 인한 각각의 장단점이 있었을 것 같다.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ㄴ 다른 작가님들은 좀 불편하게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우리는 좋게 생각한다. 둘 다 유리 멘탈이어서, 댓글에 영향을 되게 많이 받는다. 댓글이 없으니까 심적으로는 편하다. 멘탈 관리도 되고. 굳이 반응 찾아보고 싶으면 직접 찾아보면 되기도 하고.

그런데, 독자분들한테는 아무래도 좀, 웹툰 댓글 창이 웹툰 팬들의 커뮤니티 창구이기도 한 만큼 독자분들이 모일 곳이 없어서 그게 갑갑하실 것 같다.

레진코믹스 시스템 특성상, 직접적인 리플은 작품 블로그에 달린다. 포털 사이트에서 연재되는 작품들의 리플과는 어떤 면에서 차이를 느끼나.

ㄴ 포털 사이트 리플은 누구나 쉽게 보고, 달 수 있다. 그런데 블로그는 일단, 작품에 정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는 거다. 조금 더, 심사숙고해서 쓰시는 것 같다. 포털 댓글 창은 휘발성이 강한 데 비해서.

리플에 영향을 받는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ㄴ 도움이 많이 된다. 리플을 보면서, 안 좋은 반응이 있을 때도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거면, 내가 잡고 있는 반응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다. 좀,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은 수정하려고 한다.

'What Does the Fox Say?'는 백합 웹툰이다. 백합이라는 장르에 대한 생각은.

ㄴ 엄청 많이 받는 질문이다. 사실 별생각은 없다. 그냥 로맨스 장르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굳이 무슨 생각을 가진다고 한다면, 나는 여성이라는 성별 자체가 좋은 것 같다. 연애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여성이라는 성별이 좋아서 여성의 이야기를 하고 싶고, 둘 다 여성이면 더욱 좋은 거고. 그렇다.

   
▲ 'What does the Fox Say?' 연재 페이지 캡쳐 ⓒ 레진코믹스

두 분 모두 데뷔작으로 알고 있다. 'What does the Fox Say?'에 대한 감상도 특별할 것 같다. 작품에 더 애정을 갖게 되는 부분은 어떠한 것들인가.

ㄴ 원래 데뷔하려고 만들었던 게 아니라서 캐릭터들이 기본적으로 전부, 우리의 취향을 반영하고 있다. 취향 그대로다. 나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내 캐릭터들을 내가 덕질하고 있는 거 같다. 내 자식 같다. 못된 짓을 해도 그저 예쁘고, 달래주고 싶고. 그냥, 무조건적으로 포용해주고 싶다. 그리고 장면 같은 것도, 수위가 있는 부분도 전부 하고 싶은 장면 다 하자, 가 목표여서, 내가 좋아하는 구도나 배경의 장면들도 많고, 첫사랑 코드나, 반전 매력, 이런 것도 전부 내가 좋아하는 소재로만 이루어져 있다.

데뷔작은, 다음에 또 작품 연재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니까 하고 싶은 걸 전부 다 하려고 하다 보니 더 즐거운 것 같다.

1부 후기 만화에서는 총 80화라고 밝혔는데, 앞으로의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ㄴ 다음 주(6월 첫째 주)에 2부가 끝난다. 사실 작년에 단행본 계약을 해서, 단행본 작업이랑 3부 준비를 한 후 돌아올 예정이다. 구체적인 휴재 기간은 아직 피디님과 논의를 해보지 않아서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다. 총 편수 자체는, 좀 더 길어질 것 같다. 많으면 90화까지 정도.

   
▲ 'What does the Fox Say?' 연재 페이지 캡쳐 ⓒ 레진코믹스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는가. 또, 각 캐릭터에 있어 취향이 반영된 부분이 있다면.

ㄴ 특별히 더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없는데, 그때그때 좀 더 마음 쓰이는 캐릭터는 있다.

꼭 하나 취향 캐릭터 같은 예를 들자면, 등장 인물인 성수민이 얼굴은 귀엽고 속은 아저씨 같다, 그게 내 취향인 것 같다.

'What does the Fox Say?'의 지향점은.

ㄴ 로맨스 장르이기도 하고, 지향점이랄 게 따로 있지는 않다. 다만 폭스가, 갈등이 많은 작품이 아니다. 계속 잔잔한데, 꼭 갈등이 있지 않아도, 갈등이 크지 않아도 잔잔하게 재미있는 작품. 그 정도를 지향점이라고 들 수 있을 것 같다. 

'What does the Fox Say?'는 오디오 드라마라는 2차 콘텐츠가 나와 있다. 이에 대한 감회는 어떤가. 또, 2차 콘텐츠화가 되기를 바라는 매체가 있다면.

ㄴ 오디오 드라마 작업 당시에는 되게 신기하고 재밌었다. 내 작품이 2차 창작되는 게 처음이니까. 그게 아무래도, 2차 콘텐츠는 원작 그대로가 아니더라도 그 콘텐츠의 매력이 그대로 스며든다. 더 새로운 작품이 된다는 점이 큰 매력인 것 같다.

또 다른 2차 콘텐츠 화라면, 개인적으로는 애니화를 바라고 있다.

차기작에 관해 묻는 건 이른 일일 것 같지만,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품은 어떠한 것인가.

ㄴ 사실 이미 했다. 작년에 계약했다. 모두 백합 장르다. 폭스가 너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차기작은 내년에나 할 수 있을 거라고 잡고 있다. 당장의 차기작은 단편집일 것 같다. 데뷔 이전에 ‘애완의 미학‘이라는 단편을 올렸었는데 그게 반응이 좋았고, 우리 피디님이 그것도 계약하자고 이야기하셨었다. 좀, 솔직하게, 단편집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지금도 짬짬이 하고 싶은 단편 뭐 있을지 계속 생각하고 있다. 단편집도, 잔잔한 가운데 파격적인 그런 것도 하게 될 것 같다. 그다음에는 요즘 계속하는 건, 단편집 다음에는 밝은 분위기의 만화를 하려고 하고 있다.

오디오 드라마에서 단행본까지

'What does the Fox Say?'의 확장

그리고 "애니화" 기원

   
▲ 'What does the Fox Say?' 연재 페이지 캡쳐 ⓒ 레진코믹스

'What does the Fox Say?'의 남은 전개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어떤 것인가.

ㄴ 내가 마음속으로 정해둔 주제가, 누군가가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과정. 그 누군가가 굳이 수민이가 아니더라도, 다시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어서, 남은 전개에서, 그걸 생각하며 보시면 될 것 같다.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되는 인물이 성지일 수도, 세주일 수도 있겠다.

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작가로서의 목표라면.

ㄴ 나는 작가가 되기 전에는, 그냥 내 머릿속에 떠다니는 이런저런 소재들이 누구나 생각할 수 있고 특별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작가를 목표로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작가가 되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하나도 없을 때까지 작품을 해봐야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올해의 목표는.

ㄴ 휴재 기간에, 아까 얘기했듯이 단행본 작업이랑 3부 준비하고. 그다음에 3부 연재하고. 그러다 보면 올해가 다 끝나 있을 것 같다.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ㄴ 이건 그림 작가님에게도 물어봐서 적어 놓았다.

저희가 드리고 있는 것보다 많은 것들을 팬들이 주신다고 생각해서, 저희는 가끔 실망도 시켜드리는데, 항상 응원한다고 해주시면 죄송하기도 하고, 되게 감사하다. 그래서 작품을 하면 계속 팬 분들과 함께했으면 좋겠다.

그림 작가님은, 펜 들 힘이 없어질 때까지 재밌는 만화 많이 보여드리겠다고 하셨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 홍보를 하고 싶다. 올해 퀴어문화축제 공식 굿즈로 'What does the Fox Say?' 캐릭터 부채가 만들어진다. 퀴어 웹툰 캐릭터가 들어간 부채를 만드신다고, 저희에게 참여 가능한지 문의가 와서 부채가 나오게 됐다. 많이 가셔서, 받아서 부채 들고 재밌게 노시면 좋겠다.

문화뉴스 김미례 기자 prune05@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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