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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뷰] 교과서에 담긴 나, 너, 우리, 그리고 꿈'슬기롭게 사이좋게-초등 교과서 속 한글이야기' 는 왜 진한 여운을 남겼을까?
  • 아띠에터 해랑
  • 승인 2016.05.1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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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해랑 rang@munhwanews.com 대중문화칼럼 팀블로그 '제로'의 필자. 서울대에서 소비자정보유통을 연구하고 현재 '운동을 좋아하는 연기자 지망생의 여의도 입성기'를 새로이 쓰고 있다.

[문화뉴스] 한글박물관 개관 소식은 알고 있었으나 시간을 내어 찾아가기는 어려웠다. 어린 시절 방문했던, 그리고 가끔 광고로 접했던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 내용은 늘 너무나도 역사적이거나 너무나도 사실적이거나 혹은 너무나도 딱딱했다. 지난 연휴 버스를 타고 가다가 아주 즉흥적으로 버스에서 내리지 않았다면 아마도 나에게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이미지는 여전히 고리타분하게 남아있을 것이고, 한글박물관은 여전히 개관한 그 상태로 내 머리 속에 남아있었을 것이다.

우연하게 방문한 한글박물관에는 다양한 전시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상설전시를 통해 한글 창제와 발전, 쓰임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은 한글놀이터에서 놀이와 체험을 통해 한글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획특별전이 눈길을 끌었다.

기획특별전 '슬기롭게 사이좋게-초등교과서 속 한글이야기'는 초등학교 교과서라는 소재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전시같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어른들에게 던지는 커다란 메시지가 있다. 전시장에 들어가면 5분도 되지 않아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중요한 가치들을 일깨운다.

초등학교 교과서로 공부하던 초등학교 시절에는 그저 지나쳤던 '사이좋게 지내요.', '부모님께 '안녕히 주무셨어요.' 인사합니다.' 등등의 구절들이 마음을 울린다. 그렇다. 연대의식을 이야기하고, 살기가 팍팍하다고 이야기하는 요즘 세상에서 진짜 필요한 가치들을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왔다. 정작 공부하던 학생 때에는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어른이 되어서 그 모든 가치들을 배웠다는 것을 잊고, 현실에서 불평하고 실천하지 못한 채 지내고 있다.

분명 초등학교 교과서인데 어른이 된 내가 겪는 생활을 치유할 이야기들이 한 가득이다.

'넘어져도 괜찮아. 처음에는 다 그래'_바른생활,

'얘들아,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으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 아니야. 꼭 있을 거야. 용기를 내.'_국어,

'넘어지거나 뜻밖의 사고가 있을 때는 10분 정도 쉬었다가 다시 한다.'_체육

초등학교 교과서인가? 아니면 어른이 된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인가?

우리는 내가 어떤 사람이고, 나의 꿈이 무엇이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며, 우리라는 단어가 지니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우리 부모님의 직업이 그리고 내 주변 어른들의 직업이 얼마나 중요한 일들인지, 우리 마을이 내 삶에서 어떤 의미인지 등을 우리는 배워왔다.

그러나 어른이 된 지금 우리는 그런 의미보다는 나의 직업이 혹은 내 주변 사람들의 직업이 돈을 얼마나 버는 직업인지, 안정적인 직업인지를 더 먼저 묻는다. 우리 마을이 아니라 나, 그리고 내 가족의 삶에만 집중한다. 누군가의 목숨이나 생계가 나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면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들이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것이 해결되지 않고 지속되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가 이런 가치들을 잊고 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과연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왔던 '나, 너, 우리'를 기억하고 사는 것일까? 슬기롭게 사이좋게 살고 있는 것일까?

전시는 이러한 가치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우리가 잊고 있었지만, 우리의 삶에서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가치들을 일깨운다. 전시는 전달과 치유, 그리고 꿈과 공동체와의 소통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감동을 전달한다.

삶에 지쳤는가? 위로가 필요한가? 아이에게 소중한 가치를 전해주고 싶은가? 초등학교 교과서를 펼쳐보자. 초등학교 교과서가 없다면, 한글박물관을 찾아가보자. 당신과 당신 아이가 함께 즐기고 느끼고 또 소통하고 꿈 꿀 수 있는 다양한 가치를 얻어올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필자는 국립한글박물관 기획특별전 '슬기롭게 사이좋게-초등 교과서 속 한글이야기' 관람 후 감동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이런 전시를 기획하게 된 의도가 궁금했고, 이 전시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오는 29일까지 열리는 국립한글박물관 기획특별전을 기획하고 진행한 김미미 학예사에게 물어보았다.

한글 박물관의 기존 기획특별전과 비교했을 때, 이번 기획특별전은 관람객 대상이 다양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초등학교 교과서라는 측면에서는 어린이 관람객, 공동체와 꿈이라는 주제 측면에서는 선생님과 부모 등 성인이 전시 대상이라 생각됩니다. 전시 기획에서 이 전시를 꼭 보았으면 하고 고려한 명확한 대상이 있습니까(연령, 직업 등)? 혹은 다양한 대상을 고려하고 기획한 전시인지요?

ㄴ 정확히 봐 주셨습니다. 이번 전시는 초등 교과서와 그 속의 한글을 소재로 한 것이라 초등학생들을 위한 전시일 것이라고 생각하시기 쉬울 텐데요. 초등학교 교과서에 담긴 '공동체의 꿈'이라는 주제는 학생, 선생님, 학부모 등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공감할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전시장의 교과서 내용 체험 코너는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학교 고학년까지의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분위기로 꾸몄지만, 곳곳에 적힌 교과서의 문장들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전시를 기획하면서 교과서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아, 초등 교과서야말로 모든 어른들이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할 책이구나', '초등학생뿐 아니라 그들을 가르치는 선생님과 학부모님이 꼭 보아야 하는 책이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초등학생 아이들부터 초년생의 교사분들, 학부모님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관람객을 염두하고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성장, 소통, 공동체, 꿈'이라는 주제 전달을 위해서 한글과 결합된 다양한 전달 도구가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도구 중 '초등학교 교과서'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시 기획에서 특별히 '초등학교 교과서'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ㄴ 교과서라는 매체의 가장 기본적인 성격을 묻는다면 '지식 전달'이라고 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특히 교과서는 '교육 과정'이라는 국가적인 틀에 따라 규정된 지식들만 실린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교과서 속 지식은 '지루하고, 재미 없고, 딱딱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교과서에는 다수의 사람들이 개인의 취향이나 성향을 떠나 함께 공유해야 할 지식을 담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는 모두가 공유해야 할 그 기본을 보이고자 했습니다. 사실 교과서에 실린 교과 지식은 교과서가 아닌 다른 매체도 얼마든지 제공하고 있지만, '사회적 관계의 성장', '공동체로 살아가는 법', '혼자가 아닌 함께 꾸는 꿈의 가치' 같은 것들은 교과서 외의 책에서 잘 이야기하지 않거든요.

전시 기획 단계에서부터 '관계의 성장과 소통, 공동체의 꿈'과 '초등학교 교과서'가 동시에 고려된 것인지요? 혹은 주제가 정해진 후 '초등학교 교과서'가 가장 적합한 전달 도구라고 고려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전시 소재로 활용된 '초등학교 교과서'가 먼저 정해졌고, 전시 주제는 교과서 수백 권을 뒤져본 후에 정해졌어요. 한글박물관은 한글이 기본이 된 다양한 한글문화를 담은 소재라면 무엇이든지 전시할 수 있는 박물관이고, 교육과 관련된 대표적인 한글 자료인 교과서를 이번 전시 소재로 고른 것이었습니다. 기획 초기 단계에는 교과서를 통해서 개인의 다양한 꿈을 소개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교과서에는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도록 안내하는 지식이 있을 뿐, 개인의 꿈 자체가 들어 있지는 않더라고요. 전시를 준비하면서 교육계에 계신 전문가들이나 교사들을 만나봤지만 모두들 단호히 말씀하셨어요. 교과서 안에 꿈이 있는 건 아니라고요. 그래서 500여 권의 교과서를 살피면서 다시 답을 찾아보고 고민하다가 '관계의 성장과 소통, 공동체의 꿈'이라는 주제를 찾게 되었습니다.

'슬기롭게 자유롭게'는 체험 및 참여형 전시입니다. 전시 이후 전시와 연계된 별개의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가 계획되어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한글박물관에서는 기획특별전시마다 전시 연계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슬기롭게 사이좋게' 특별전의 경우 초등 교과서를 소재로 하였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선생님이나 학부모들에게도 적절한 전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4월 7일부터 28일까지 매주 목요일에 성인을 대상으로 한 4차시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했습니다. -"교과서는 그 나라와 시대의 표상-'철수와 영이의 지향'"(4/7), "교과서 삽화로 읽는 한국인의 삶"(4/14), "교과서를 통해 키운 꿈"(4/21), "교과서 속 윤동주를 만나다"(4/28).

마지막으로 '슬기롭게 사이좋게'가 관람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장 큰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요약해 주십시오.

ㄴ '교과서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 '함께 꾸는 꿈'의 가치를 생각해 보자'입니다.

초등 교과서는 모두가 배운 적이 있지만, 그 내용을 모두가 기억하지는 않잖아요. 커 가면서 잊고 살았던 '슬기롭고 사이좋게, 함께 꿈 꿀 수 있는 방법'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아띠에터 해랑 | rang@munhw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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