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최수형, 마이클 리, 최재림, 김동완, 정상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미국에서 온 마이클 리, 연예인 김동완, 전형적인 뮤지컬배우인 최재림까지 다양한 '에드거 앨런 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 배우 최수형

 

'함정과 진자', '갈가마귀' 등을 만들며,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소설가로 알려진 '에드거 앨런 포'의 삶을 그린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가 31일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국내 초연된다. 추리 소설인 '셜록홈즈'의 탄생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의 재능을 지녔지만, 가난과 신경쇠약을 동반한 채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 첫사랑과의 이별, 어린 아내의 죽음 등 어두운 삶을 살았던 '에드거 앨런 포'와 그를 시기한 '루퍼스 그리스월드' 사이의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7월 24일까지 공연되는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의 연습실 공개가 12일 오후 광림아트센터에서 진행됐다. 이날 연습실 공개 행사엔 총 6곡의 하이라이트가 시연됐고, 제작진과 출연진의 질의응답과 마이클 리, 김동완, 최재림, 김지우 배우의 라운딩 인터뷰 순으로 펼쳐졌다.

▲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의 출연진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멤버인 작곡가 에릭 울프슨의 유작으로, 작품을 선보인 박영석 프로듀서는 "'검은 고양이' 등이 어린 시절 나의 감수성과 정서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며 "에드거 앨런 포가 '시련이나 고난을 겪지 않고선 축복을 얻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좋은 배우들이 출연해 감사하고 행복하며, 노우성 연출 등 훌륭한 스태프와 같이 한 자체만으로 축복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이날 질의응답엔 박영석 프로듀서, 노우성 연출, 김성수 음악감독을 비롯해 '에드거 앨런 포'를 연기한 마이클 리, 김동완, 최재림, '에드거 앨런 포'를 시기한 비평가 '그리스월드'를 맡은 최수형, 정상윤, '에드거 앨런 포'의 첫사랑인 '엘마이라' 역의 김지우, '에드거 앨런 포'의 사촌 동생이자 어린 아내인 '버지니아'를 맡은 오진영, 장은아가 하이라이트 시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 참석했다. 질의응답과 라운딩 인터뷰에서 나온 이야기를 한데 엮어서 소개한다.
 

▲ 김동완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동완 배우는 기존의 이미지와 다른 역할을 연기했다. 캐스팅은 어떻게 이뤄졌나?
ㄴ 김동완 : 연예인 생활을 오래 하니 유약하고 병약한 멘탈을 갖고 있다. 그런 면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는데, 작품을 접할 때 도움이 돼서 좋기도 하고, 슬플 수도 있다.

 

노우성 : 동완 배우를 처음 봤을 때, TV에서 볼 때도 그렇고 소년 이미지였다. '에드거 앨런 포'와 잘 맞는다고 본다. 신경 쇠약, 우울증이라는 사실도 있고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소문이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선 부정보단 순수와 긍정을 이야기한 시인으로 보고 있다. 그게 왜곡돼서 세상과 괴리감을 느끼며, 결국 최후를 맞이하는 캐릭터다. 처음엔 마주했을 때 소년이었지만, 연습하면서 한둘씩 바뀌고 있다. 공연할 땐, 원래 '에드거 앨런 포'가 가진 소년 이미지를 잘 표현할 것 같다.

 

김동완 : 처음 뵐 땐 소년이고, 지금은 노인이다. 기대하면 좋을 것 같다. (웃음)

 

박영석 : 연출과 캐스팅할 때 많은 이야기 나눴다. 뮤지컬 '헤드윅'부터 기존 출연작들 영화나 드라마 등을 모니터링했다. 겉으로 보면 밝고 활발한 이미지로 보이지만, 사려가 깊다. 작품 선택 전부터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에드거 앨런 포' 역할과 많은 부분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 최재림 배우가 자신이 연기한 '에드거 앨런 포' 특징을 말하고 있다.

자신만의 '에드거 앨런 포' 연기 포인트는 무엇인가?
ㄴ 최재림 : 내가 연기하는 '에드거 앨런 포'는 처음에 부르는 '매의 날개' 넘버처럼 "내가 잘 날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고 시련을 겪는다. 그러면서 점점 더 망가져 가는, 피폐해가는 예술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주는 사랑만큼 그 사랑이 받아들여지고, 나를 사랑해줬으면 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드리려 한다. 또한, 키가 크다 보니 섰을 때나 구부렸을 때나 이미지가 달라 최대한 활용해보려 했다. (웃음)

 

김동완 : 많은 뮤지컬배우가 초연 작품에 서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는지 이번에 알게 됐다. 확신 없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결정이 안 된 상태에서 연습해 나가며 좋은 과정을 찾았다. 사실 아이디어를 많이 찾지 못했다. 두 배우의 연기를 보고 모티브로 삼았다. 최재림 배우의 '에드거 앨런 포'는 광기 있고, 에너지가 넘친다. 마이클 리 배우의 '에드거 앨런 포'는 섬세하고 부드러우며, 병약한 모습을 잘 보여줬다. 둘을 많이 따라 하니 새로운 게 나왔다. 마치 짬짜면 같은 느낌이다. (마이클 리에게) '두 유 노 짬짜면?' (웃음) (마이클 리 : 알고 있다)

 

마이클 리 : 이 뮤지컬은 제일 신나는 게 록 음악으로 '에드거 앨런 포'를 보여준다. 관객이 작품을 보고 돌아갔을 때 '에드거 앨런 포'는 록스타 같은 이미지를 가져갔으면 좋겠다. 자기가 하는 역할에 최고였고, 굉장한 섹시미를 가지면서 재능을 많이 나누고자 하는 욕심을 가졌다.

 

이 작품을 볼 때, 세 남자가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대단한 열정을 표현하는 것을 보고 갔으면 좋겠다. 동완 씨는 실제 무대에서 가요나 록 노래를 부른 경험이 엄청 많아서, 자연스러움을 많이 보고 배우고 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재림 씨는 제일 훌륭한 목소리를 가진 배우다. 팝페라, 팝, 가요가 됐든 너무 훌륭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좋은 친구 같다. 

 

▲ 김성수 음악감독이 음악 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원작에 없는 '애쓰지 말아요'와 같은 넘버가 등장한다. 원작과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으며, 전체적인 음악 특징은 어떠한가?
ㄴ 김성수 : 연출님이 많이 괴롭혔다. (웃음) '에드거 앨런 포'의 우울한 영향을 어린 시절 많이 받아서 이 작품을 하고 싶었다. 또한,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팬인데 멤버인 에릭 울프슨의 유작으로 남은 작품이어서 꼭 하고 싶었다. 잘 만들어져서 편하게 지휘만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새롭게 곡을 써야 한다고 했다.

 

음악 스타일은 에릭 울프슨의 원곡 안 망치려 했다. 안 벗어나려고 하는데, 훨씬 더 강하고, 시끄럽고, 무서울 것이다. 원작 서곡과 다른 강력한 서곡을 사용할 것이다. 고음이 많이 올라가는 것은 가수들을 생각 안 하고 썼는데 죄송하다. '버지니아'의 '애쓰지 말아요' 넘버는 특히 다른 누구도 부르기 힘들게 하려고 했다.

 

노우성 : (김성수 음악감독에게) 정말 죄송하다. 라이센스 작품을 접할 때 연출이 걱정할 것은 그 작품이 가진 장점과 가치가 무엇이며, 그것을 한국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하는 점이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는 그다음이다. 이 작품은 음악이 가장 큰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한국 관객에게 부족한 것이 서사구조였다. 기본적인 드라마 서사조차도 많이 빠져있다. 아름다운 음악이 군데군데 배치되고 있는 형태다. 그 부족한 서사를 채우기 위한 노력을 했다. 하지만 그 서사를 채우려면 말이 많아지고, 원작이 가진 가치를 파괴할 거 같아 장면마다 밀도를 높이려 했다. 원작의 가치를 살리면서, 지금 관객들에게 음악이 잘 전달될 수 있는 최소한의 드라마를 뽑아내는 데 주력했다. 

 

▲ 노우성 연출이 연출 의도를 말하고 있다.

 

이 작품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을 이야기해 달라.
ㄴ 박영석 : '에드거 앨런 포'를 접한 것은 2년 전 쇼케이스 DVD를 입수할 때였다. 여기에 유튜브에 있는 '영원'(Immortal)이나 '관객석 그 어딘가'(Somewhere In the Audience)를 들었는데, 저녁에 비가 올 때 들으니 괜히 눈물이 났다. 공부를 해보니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를 좋아했는데, 에릭 울프슨의 유작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작품을 하고 싶었지만, 라이센스의 출처를 찾기 힘들었다. 영국에서 미망인이 권리가 있었는데, 알고 봤더니 일본인에게 그 권리를 위임했었다. 그분을 찾아서 만나 협의를 했다. 뮤지컬 제작을 하려면 배우 섭외, 제작비 투자, 대관 등을 해야 한다. 쇼케이스 정도의 영상밖에 없어서 투자자들이 "이건 온전한 작품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것 같다.

 

하지만 완벽한 전체 버전으로 만들고 싶었다. '셜록홈즈'를 보고 인상이 깊어서, 노우성 연출을 꼭 데려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작품과 잘 맞게 데려온 김성수 음악감독을 데려왔다. 배우들도 원하는 대로 캐스팅되어서 자신감이 생겼다. 계약할 당시, 풀버전 만들려고 음악만 계약했다. 자유롭게 다시 각색하고 편곡할 수 있도록 했다. 음악 베이스로 한 창작이라고 보면 된다. 촘촘하고 명민하게 잘되고 있다.

 

▲ 박영석 프로듀서가 작품을 준비한 과정을 설명했다.

 

'버지니아' 역을 맡았는데, 상대역 '에드거 앨런 포' 세 배우의 스타일을 말한다면?
ㄴ 오진영 : '버지니아' 역할은 '에드거 앨런 포'가 케어를 해주고, 감싸주는 역할이다. 마이클 리 배우는 정말 스위트하고, 내가 연약한 여자가 되면서 굉장히 소중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세 분 다 그렇다.

 

김동완 : 나도 공감한다. 연기할 때, 마이클 리 배우가 프로 허거다. 

 

오진영 : 동완이 오빠는 소년이고, 순수한 면이 너무나 강해 눈을 보고 있으면 깨끗해지는 마음이 있다. 재림이는 아무래도 막내다 보니까 연습을 제일 많이 한다. 쉬는 시간에도 계속 붙어서 하는 경향이 있다. 되게 열정적으로 해서 호흡 계속 맞추다 보니 잘 된다. 처음에 할 땐, 여자 케어할 줄 정말 몰랐다. 아니 이 사람이 도대체 사랑 안 해봤나 싶었는데, 점점 좋아졌다. 재림이는 사랑받는 쪽인데, 사랑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오진영이 '버지니아'를 연기한다.

 

'버지니아' 캐릭터만의 매력은?
ㄴ 장은아 : 매력이라기보다 '버지니아'의 병약한 역할 하기엔 내가 덩치도 있다. 대체 왜 나를 뽑는지 잘 몰랐는데, 역할을 들어가면 '엘마이니'가 '에드거 앨런 포'의 첫사랑이어서, 질투가 나는 '아내' 역할이다. 나도 짝사랑을 하는데, 한 사람을 바라보는 사랑이 애절하다.

 

내 몸이 아파서 그 사람에게 기대기도 부담스럽기도 하다. '에드거 앨런 포'도 유약한데, 내가 보호해주기도 그렇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내 마음만 끓고 있다는 노래도 있다. 대사도 거의 없고 기침만 하다 들어갈 때도 있다. 유일하게 '애쓰지 말아요' 곡에서 소리를 지르고, 안에 있던 것을 처음 끄집어낸다. 불쌍하기도 하고, 많은 여성분들이 볼 때, 내가 사랑하는 남자에 대해 이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도 들 것이다.

 

▲ 장은아가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엘마이라'를 연기한 소감을 들려달라.
ㄴ 김지우 : '에드거 앨런 포'와 '엘마이라'는 서로를 사랑하지만, 주변 환경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헤어지는 역할이다. 첫사랑이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을 때, 야리야리할까 그랬는데 강인한 여성이고, 2막 후반부에선 무너져가는 '에드거 앨런 포'를 일으켜야 하는 역할이다. 오히려 '버지니아' 역할은 잘 못 표현했을 것 같은데, '엘마이라'를 해서 마음이 편하다.

 

세 '에드거 앨런 포' 배우에게 포옹을 받는다. 느낌이 어떤가?
ㄴ 김지우 : 안기는 것은(웃음) 세 분 다 잘 안으신다. 사랑 가득 안아주긴 하시는데, 아무래도 마이클 리 오빠는 외국생활을 하시다 보니 스킨십이 굉장히 자연스럽다. 재림 씨나 동완 씨는 배려를 너무 많이 하신다. 유부녀이고 아기 엄마인데, 마이클 리와는 유부남, 유부녀라 편하다. 저 두 분은 확 하기가 미안해하시는 것 같다. (최재림 : 아니다) 지금은 세 분 다 잘 안아주셔서, 편하게 잘하고 있다.

 

평소 악역에 대한 갈증이 있다고 했다. 악역인 '그리스월드'를 맡았다.
ㄴ 정상윤 : '그리스월드'는 굉장히 정당한 인물이라 생각한다. 악역을 하고 싶은 이유는 어떤 작품에서 내가 '악역입니다'라고 말한 것이 없다. 작품에서 나쁠 수 있고 아닐 수 있지만, "이 사람은 악역입니다"라고 정해진 캐릭터는 처음이라 좋다. 복합적인 인물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스월드'는 공연오셔서 확인하시는 게 제일 좋겠다. 목사이면서, 주님의 파수꾼 같은 심판자, 대리인 느낌도 있다. 그저 악역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어떤 느낌인지 보셨으면 좋겠다.

 

▲ 정상윤이 '그리스월드'를 맡은 소감을 전하고 있다.

 

내면적인 연기로 파고든 부분이 많았다. 연습하면서 어떤 부분에 집중하려 했는가?
ㄴ 김동완 : 이 작품이 처음에 망설여진 것이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작품을 하면 우울증 걸릴 것 같았다. 여기에 핑계 삼아 주인공이 술을 많이 마시기 때문에, 술도 많이 마실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하게 됐는데, 작품에 몰입해서 내가 캐릭터처럼 변하지 않을까 했는데, 무서울 정도로 변하고 있다.

 

작품이 어두워서 만류하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사람이 코미디만 좋아하지 않는다. 울고 싶어 할 때도 있고, 그로테스크한 것을 보고 싶은 날이 있다.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에서 이 극이 재밌다고 느껴질 요소는 음악이다.

 

음악이 배우들에게 큰 도전이고, 이 넘버를 어떻게 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이 넘버를 어떻게 훼손하지 않겠냐고 생각하고 있다. 몰입하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마약과 섹스를 뮤지컬에서 다루는 게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작품 하면서 어떻게 더 추악한 모습을 표현해야 할 지 고민하고 있다.

 

최재림 : 원작 쇼케이스 영상만 봤고, 서사적으로 시간을 건너뛰는 부분이 있다. 처음 미팅할 때, 그 부분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너무 많은 드라마를 집어넣어서 원작을 훼손시키고 싶지 않다. '에드거 앨런 포'가 일상서 겪는 순간과 상태에 집중하고 싶었다. 인물이 가져가는 흐름은 있겠지만, '에드거 앨런 포'라는 존재를 선보일 때 나오는 젊음의 에너지와 자신감부터 점점 더 망가져 가고, 힘들고, 실패하고, 일어서려고 할 때, 술과 마약에 병들고 죽어갈 때 등을 잘 부각하려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무대에서 멋있고 싶어 하고, 예뻐지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하다. 미학적에서 맞는 부분이기도 하겠지만, 본질적인 것을 작품에서 건드리려 한다. 인간 감정과 어둡고 밝은 면,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은 것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연습 과정에서 다들 한 걸음씩 나아가려 한다.

 

▲ 마이클 리가 '에드거 앨런 포'를 연기할 때 중점을 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이클 리 : 예술가의 여정을 잘 드러내고 싶었다. 동료 배우 중에 나이도 제일 많아서, 살아온 경험이 이들보다 있어서 그런 경험도 반영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의 20대 초반엔 긍정적이고 밝은 눈빛으로 '세상은 내가 장악하겠다'로 살펴보게 된다.

 

그러나 가족이 있기 시작하면서, 나의 예술이 내가 밥 먹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부양을 해야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때 예술의 성공과 실패의 차이는 그만큼 벌어지기 시작한다. 나 같은 경우에 '에드거 앨런 포'의 삶에 그런 점을 동기화시킬 수 있다. 너무나 많은 매력을 느끼고 이 작품을 하게 된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면?
ㄴ 김동완 : 연예인이나 무대에 서는 모든 분이 다 느낄 것이다.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는데, "내가 떠날 때인가"라는 가사에 내 인생이 생각나 울컥할 것 같았다. 그래서 떠나는 부인 '버지니아'를 생각하려고 한다. 시인 '에드거 앨런 포'의 생각을 가지게 된다. "아무도 찾지 않는 광대는 그만 끝내자"라는 가사가 기억난다. 예술가들을 보면 삶의 균형감이 있어야 잘하는 경우도 있지만, 고통이 동반되어야 일도 잘하는 나 같은 경우도 있다.

 

최재림 : '에드거 앨런 포'의 인생엔 항상 뮤즈가 있었다. '엘마이라'와 '버지니아'. 두 살 때 죽은 엄마 '엘리자베스'가 있다. '에드거 앨런 포'가 사랑에 빠지는 계기는 엄마로부터 시작된다. 기억에 남지 않는 엄마가 이상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던 모성애를 통해 안으로 끌어오는 압박감이 생긴다. 그러다 '엘마이라라는 자신이 생각하는 여성향을 발견해서 치열하게 사랑하고 그 사랑에 실패한다. 여기에 '버지니아'를 만날 땐 병에 걸린 엄마가 떠올려 내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 된다. 그것에 따라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대사는 "전 글을 쓰고 싶어요. 제 직업은 작가라고요"라고 '에드거 앨런 포'가 말하는 대목이 있다. '에드거 앨런 포'가 그 시대엔 처음으로 글로만 먹고 살려고 한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작가라는 직업이 인정받지 않았다고 한다. 글로만 돈을 번다는 것이 정말 힘든 시대다. 그 시대 사회에서 나는 글을 쓰고 싶다. 내 직업은 작가라고 말하는 게 얼마나 치열했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의 연습 하이라이트. (순서대로) 김동완 '관객석 그 어딘가', 최수형 '널 심판해', 마이클 리·김지우 '날 비추네'.

 

마이클 리 : 작품의 대사가 모두 좋다. '관객석 그 어딘가'에서 "나 홀로 남은 모습, 아무도 찾지 않는 나는 광대였을까" 부분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다. 우린 예술가로 그 누구를 위해서 그 행위를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가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배우들의 관계가 흥미로운 연결고리가 된다. 예술을 창조하는 사람과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하지만, 서로의 관계가 없다면 내가 하는 예술을 보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가사에서 보면 예술가에 대한 내용을 설명할 뿐 아니라, 주변인과의 관계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그 가사가 좋다.

 

김지우 : '관객석 그 어딘가'를 '에드거 앨런 포'는 '버지니아'가 죽은 후 부르게 된다. 이후 '에드거 앨런 포'가 죽은 다음, 세 여자가 '에드거 앨런 포'를 위해 다시 한 번 '관객석 그 어딘가'를 부른다. '에드거 앨런 포'가 부르는 것도 좋지만, 주변 인물 세 명이 풀어나가면서 이야기하는 것을 공연장에 오셔서 보시면 좋을 것 같다.

 

자신의 캐릭터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ㄴ 김지우 : 그 시대의 생각이 남들보다 조금은 앞서있는 여자였다고 본다. 그러므로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잘 생각하지 못하는 '에드거 앨런 포'의 글에 대한 내용과 속뜻을 알게 된다. 이 사람의 생각을 공유했기 때문에, 서로 사랑하는 데 있어서 감정 전달이 됐을 거라 생각한다. 또한, 강인함이 밑바탕이 되어서 '에드거 앨런 포'와 사랑도 했을 것이고, 고집불통일 수 있는 사랑을 하는 역할이라 외유내강인 사람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표현하려 노력하고 있다.

 

▲ 김지우가 '엘마이라' 캐릭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지난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했는데, '황인 배우' 캐스팅이 쉽지 않다고 들었다.
ㄴ 마이클 리 : 미국에서 살다보면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 있다. 배우로 활동하는데 내 몸, 악기, 피부색은 도구이면서 악기다. 나는 그런 걸로 따지면 거슬린 적은 없었다. 나 같은 경우는 전형적이지 않은 역할로 캐스팅되어서 운이 좋았다. 인종에게 맞지 않는 캐스팅이 되기까진 프로듀서, 연출이 용감해야지만 가능한 이야기다.

 

왜 그게 힘든 상황이라 보는가?
ㄴ 마이클 리 : 두려운 것이다. 투자자나 연출이나 제작사 측에서 이러면 돈을 못 번다고 하는데, 그건 전 세계적 문제다. 생소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도 모험이라 생각할 것이다. 미국 여행을 하다가 관광객이 뮤지컬 보러오는데, 당연히 백인을 기대할 것이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물론 꼭 그렇지만은 않다. 미국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중 90%는 실패한다.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는 것도 있다.

 

캐릭터 분석할 때 어떤 것을 참고하는 편인가?
ㄴ 최재림 : 오디션 공지가 뜬 걸 보고 바로 '구글링'을 했다. '에드거 앨런 포'가 누군지는 알았는데,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생애도 읽어보고, 작품도 읽어보고, 쇼케이스 영상도 보고, 주변 관련 인물의 생애도 찾아봤다. '에드거 앨런 포'는 사실 매우 못생긴 인물이다. 외계인처럼 생겼다. (웃음) 여성편력도 많았다. 이러한 실존 정보를 위주로 인물을 연구하고 무대 위에서 보여줄 때, "인물의 본질적이 나오는 부분은 어딜까"라는 흐름 안에서 변화를 많이 찾는 스타일이다.

 

마이클 리 : 새 작품이 들어갈 때마다 학구적으로 들어간다.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려고 할 때, 초연이 아닌 경우는 영상 자료도 피하려고 한다. 다른 연기자의 해석으로 작품을 방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최재림 : 레퍼런스 크리에이터다) 아니다. 이미지를 보기보다 읽은 것을 머릿속에 그려내는 편이다.

 

▲ (왼쪽부터) 최수형, 마이클 리, 최재림, 김동완, 정상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에드거 앨런 포'의 실제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ㄴ 마이클 리 : '고자질하는 심장'이다. 살인을 저지르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 내가 완벽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남자다. 사람을 지하를 묻게 되는데, 살인에 대해 인터뷰를 할 때 시체의 심장 소리를 듣는 죄책감을 시달리게 된다. 사람들이 살면서 한 점 부끄럼 없이 사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표현이 상당히 잘된 작품이다. 

 

김동완 : 마치 김기덕 감독의 영화 같다. '에드거 앨런 포'를 검색해 보면 아라베스크하고 그로테스크한 느낌도 있다.

 

그렇다면 '에드거 앨런 포'의 실제 작품을 보고 오는 것이 좋은가?
ㄴ 최재림 : 알고 온다면 재미가 있을 수 있다. '모르그 가의 살인', '갈가마귀', '애너벨 리'가 주된 테마로 등장한다. 하지만 모르고 오셔도 큰 상관은 없다. 이를테면, '검은 고양이'가 이런 내용이라고 보여주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동완 : IPTV에서 '데 레이븐'을 보시면 나름 존 쿠삭이 비슷하게 묘사했다. 무시무시한 장면도 있고. 그로테스크한 장면도 있다. 처음 검색할 땐 왜 이렇게 그로테스크한 작가가 있나 싶었는데, 깊이 들어가니 그 안에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여기에 '그리스월드'가 친절하게 대사로 설명도 해준다.

 

가상인물과 실존인물을 연기할 때 다른 것이 있나?
ㄴ 최재림 : 책임감의 정도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가상의 인물이라면, 내가 연기하는 인물이 그 인물이라 부담이 없다. 실존인물은 실제로 주변에서 어떤 평을 들었고, 역사에 남겨진 설명이 있고, 어느 정도 고증을 해야 하는 책임감이 모든 배우에게 있다고 본다. 그러나 무대나 영상이나 재창조가 될 때 그 배우만의 해석은 분명 들어가 있다. 고증만을 위한 연기는 하지 않는다.

 

마이클 리 :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큰 장점이 실제 삶과 동떨어졌다는 것이다. 구성 자체가 예술인데, 실제 삶에서 감정이 복받친다고 춤추고 노래하진 않기 때문이다. 뮤지컬 할 때, 허구이든 실제이든 큰 상관은 없는 것 같다.

 

▲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의 연습 하이라이트. (순서대로) 최재림 '매의 날개', 정상윤 '함정과 진자', 장은아 '애쓰지 말아요'.

 

'에어포트 베이비'를 통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ㄴ 최재림 : '에어포트 베이비' 작품을 하게 된 건 나에게 큰 행운이고 공부였다. 이 작품이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였다. 내가 작품 참여한 건 2013년이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다닐 때, 스승님인 박칼린 선생님과 전수양 작가를 만나면서 이야기했다. 이런 작품을 쓰고 있는데, '조씨 코헨'이 영어도 해야 하고, 서툰 한국말도 해야 한다. 배우 찾기가 힘들다고 해서 "내가 해보고 싶다"고 했다. 3년 동안 쇼케이스, 발표회, 지원사업 제출 등의 과정을 통해 지난 2월 작품을 하게 됐다.

 

뮤지컬 시작을 할 때 가창력이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했다. 성악을 기본으로 해서 연기를 못한다고 했는데, 스스로 연기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대학원도 다녔다. 그런 점들을 관객분들이 잘 봐주신 것 같다. 너무 좋은 주변 배우분들과 작업해서 밀어주시고 당겨주시고 조언도 해주셨다. 연기를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 이번 작품은 성격이 다른 인물이라, 다른 방향성에서 모습을 보여드리려 한다.

 

김동완 : 재림이가 연습 3주차 때 넘버 다 외웠고, 이젠 남의 대사도 한다. (최재림 : 사실 남들이 보면 그건 오지랖이 넓은 것이다.) (웃음) 내가 연기할 때 배역이 없으면 같이 연기를 한다. (본인도 부지런한 편 아닌가?) 내가 부지런하다는 오해가 있다. 게으른데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막판에 연습을 많이 한다. 이번에 두 배우 보면서 학구적으로 파는 것을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최재림 : 동완이 형 연기는 재밌다. 인물이 순간순간 살아있는 경우가 많다. 동완이 형 자체가 그럴 수 있는데 '에드거 앨런 포'와 잘 떨어진다. 너무나 천재인데, 저런 방식으로 표현할 때가 있다. 마이클 리 형도 못하는 것이다. 카피하고 싶은데 내가 못해서 부러울 때가 있다. 그리고 순수하시다.

 

▲ 김지우(왼쪽)와 마이클 리(오른쪽)이 키스씬을 선보이고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오하라'로 변신을 하며, 호평도 받았다.
ㄴ 김지우 : 진짜 운이 좋았다. 솔직히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산후조리도 하고, 다시 일을 시작해야지 할 때 나에게 '스칼렛 오하라' 역할을 줬다. 아주 작은 역할이라도 괜찮으니 천천히 다시 해야지 했는데 맡게 된 것이었다. 항상 나는 캐스팅이 될 때 논란의 인물 중 한 명이다.

 

"도대체 쟤가 왜? 노래 잘 하지 않잖아. 연기 잘 못 하잫아"라고 했는데, 팬분들이 잘 봐주신 것 같았다. '엘마이라' 역할을 주신 박영석 프로듀서가 나를 캐스팅한 것이 용기 있다고 생각했다. 나를 뭘 보고 캐스팅하느냐는 부담감이 있었다. 작품에 피해가 가면 안 되니, 잘해내고 싶었고, 욕심도 많았다. 

 

김동완 : 옆에서 본 지우는 겸손하다. 상상할 수 없는데, 매우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연기는 터치볼이 아니라 캐치볼이다. 피구가 아니라 공을 주고 받는 것이다. 피구 하듯이 연기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잘한다고 본다.

 

옆에서 본 '에드거 앨런 포'의 캐릭터는 어떠한가?
ㄴ 김지우 : 지금까지 보면 '에드거 앨런 포'가 병약하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이런 부분만 조명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재림 씨가 보여준 '매의 날개' 곡도 있지만, 초반부의 '에드거 앨런 포'는 굉장히 강렬하다. 아픔도 있지만, 자신감이 가득 찬 사람이다. 이 세 분이 연기하는 걸 보면 '에드거 앨런 포'가 정말 섹시하다고 느꼈다. 여자들은 그런 거 많이 느낀다. 뭔가 저 사람이 가진건 없어도, 범접할 무언가가 있다면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 사람이 그렇게 망가져 가지만, 일어나는 모습도 섹시하다고 느꼈다.

 

▲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출연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ㄴ 박영석 : 우리 작품을 굉장히 머릿속에 각인될 작품으로 남기고 싶다. 찐하고, 세고, 강한 작품으로 남고 싶다.

 

노우성 : '에드거 앨런 포'에 대한 평가들은 너무 많이 있다. 그 중 왜곡된 것이 많다. 한국 관객들에게 캐릭터가 많은 사랑을 받길 원한다.

 

김성수 : '에드거 앨런 포'에 대한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므로, 각자 추리를 하고 봤으면 좋겠다. 그런 과정이 얼마나 재밌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장은아 : 보시고 난 후 많은 잔상이 남았으면 좋겠다.

 

정상윤 : 관객분들이 천둥과 번개 같은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번개가 딱 치면 몇 초 후에 천둥소리가 오는 느낌처럼, 머리와 가슴속에 남아 집에 돌아가셨으면 좋겠다.

 

최재림 : 굉장히 스타일리시하고 세련되고 멋있게 기억될 것이다. 몇몇 노래 마디들이 머릿속에서 리플레이되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 최수형 배우가 끝인사를 하고 있다.

 

최수형 : 미국에서 온 마이클 리, 연예인 김동완, 전형적인 뮤지컬배우인 최재림까지 다양한 '에드거 앨런 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대단한 사람이 있다는 부분을 아실 것이라 본다.

 

김동완 : 얼마 전 인터뷰에서 뭘 보여주고 싶으냐는 질문에 말하기 힘들었다. 김동완의 뮤지컬이 아니라 '에드거 앨런 포'에 김동완이 참여했다고 생각하시면 좋겠다.

 

마이클 리 : 이 작품은 사실 '구원'의 이야기다. 작품을 보고 가시는 분들이 감염될 정도로 음악을 많이 기억하고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에드거 앨런 포'가 진정한 예술가였다는 사실을 알고 갔으면 좋겠다. 그 어떤 작품도 주어진 짧은 시간에 인물을 이렇게 훌륭히 소개하지 못할 것이다.

 

김지우 : '에드거 앨런 포'를 아직 모르는 분들도 많다고 들었다. 생소할 텐데, 공연을 보고 나가시면서 에드거 앨런 포 작가가 있었다는 각인을 하는 것만으로 좋을 것 같다.

 

오진영 : '에드거 앨런 포'의 내면을 터치하고 자신의 내면도 깊게 들여다볼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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