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작가이자 철학가였던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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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이상인 기자] 러시아를 대표하는 문호 도스토예프스키. 그의 문학은 19세기 러시아의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인간의 심리를 탐구하고, 다양한 철학과 종교적 주제를 다뤘다. 이런 그의 작품과 사상은 당대 내로라하는 지성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그의 작품은 사르트르, 헤밍웨이, 고리키, 카프카, 무라카미 하루키, 이문열 등 국적을 떠난 다양한 문학가에게 영햐을 끼쳤을 뿐아니라 니체,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등 철학자나 과학자에게 까지 영향을 줄 정도로 파급력이 대단했다. 그가 현재까지 천재, 위대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천재적인 그의 인생은 한 편의 소설과 같이 파란만장했다. 그의 아버지는 괴팍한 성격으로 인해 자신의 농노들에 의해 살해되었고, 20살이 되기 전 결핵으로 어머니 또한 세상을 떠나 그는 어릴적부터 생활고에 시달렸고, 혁명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받지만 감형되어 시베리아로 유형을 갔다온 삶을 살았다. 유형 이후 그는 진보적인 사상에서 완전히 탈피해 보수주의자가 됐다. 그의 작품 ‘악령’은 보수주의자가 된 그가 진보주의자들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이러한 이유로 1917년 사회주의 혁명 이후 그는 의도적으로 평가 절하되기도 했다. 죽어서까지 그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치열하게 살았던 그의 인생만큼 그의 작품을 읽는 것은 쉽지 않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의 가장 큰 특징은 두 명제의 충돌을 통해 진리에 대한 탐구를 시도한다는 점이다. 그의 작품 '죄와 벌'은 겉으로는 노파를 살해한 젊은 지식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 속엔 도스토예프스키가 생각한 '죄'의 진정한 의미와 그에 따른 '벌'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이 담겨있다. 이 숨은 철학적 탐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 세계를 이해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선 깊은 사색과 고찰이 필수적이다.

또한 그의 문학 세계에서 '가난' 또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주로 부유한 귀족 남성을 주인공으로 그린 다른 러시아의 대문호들과 달리 도스토예프스키의 주인공들은 가난과 관련된 인물들이 많다. 그의 데뷔작은 제목부터 '가난한 사람들'이고, 그의 대표작인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 역시 가난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젊은 지식인이다. 이는 실제 긴 생활고에 시달렸던 도스토예프스키의 삶이 그의 문학 생활에 반영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의 작품 중 장편이 많은 것은 그의 생활고와 큰 관련이 있다. 당시 러시아의 원고료는 글자수로 책정됐고, 길이가 길수록 더 많은 원고료를 받았기 때문에, 그는 의도적으로 긴 문장을 사용하여 소설의 분량을 늘렸던 것이다. 이런 긴 문체는 그의 작품을 읽기 어렵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이기도 하다.

쉽게 다가가긴 어렵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 세계는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만나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철학적인 고찰을 잘 풀어낸 서사와 인물 심리에 대한 치밀한 묘사를 읽고 있다면 그의 천재성에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그의 천재적인 문학 세계를 느낄 수 있는 그의 대표작 3가지를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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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데뷔작이다. 글씨체를 알아보기 힘든 서류들을 높은 관리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쓰는 '정서' 업무를 맡은 하급관리 '마까르'와 풍족하게 살았지만 도시로 오면서 삭막한 생활과 사악한 친척 때문에 불행을 겪는 '바르바라'의 편지 형식으로 이뤄졌다.

두 사람을 잇는 키워드는 가난이다. 두 사람 모두 가난으로 인해 힘든 삶을 보낸다. 가난으로 인해 비굴해지고 자유의지가 꺾여 피해의식이 심한 마까르의 모습을 통해 가난한 입장에서 사실적으로 그들의 입장을 드러냈다. 이는 다른 부유한 입장에서 가난을 바라보는 톨스토이와 같은 작품들과 대비되는 점이기도 하다. 실제 도스토예프스키가 긴 생활고를 겪었기 때문에 이런 묘사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데뷔작이지만 문학적으로도 뛰어난 작품이다. 마까르와 바르바라의 편지 형식으로 된 구성 속에서, 마까르의 시점과 바르바라의 시점의 문체가 다르다. 공무원이지만 글쓰는 솜씨가 부족한 마까르의 시점에선 난잡한 문체를 사용했지만, 바르바라의 시점에선 꽤 정돈된 문체를 사용하여, 문체를 통해서 두 사람의 성격을 반영했고 편지 형식의 소설의 사실성을 높여 독자들의 몰입을 더 쉽게 만들었다. 두 사람의 삶을 통해 '가난'에 관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철학이 뛰어난 문학적 구조 속에 잘 반영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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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벌

도스토예프스키의 대표작인, 제목을 모르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유명한 '죄와 벌'이다. 젊은 지식인 라스콜리니코프가 자신의 사상을 실험하기 위해 파렴치한 전당포 노파 일리나를 도끼로 살해하고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살인을 한 후 자신의 사상에 큰 모순이 있음을 깨닫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기합리화를 하려고 애쓰는 라스콜리니코프의 심리 묘사가 매우 뛰어나, 형식적으론 형사소설과 비슷하지만 오히려 심리소설에 더 가깝다고 여겨진다. 

극 중 등장인물인 라스콜리니코프, 라주미힌, 포르피리, 소냐, 두냐, 루쥔 등은 한 작가가 평생을 걸쳐 쓸 수 있을 정도로 심도 깊게 만들어져, 죄와 벌에 대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철학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런 등장인물들을 한 소설에서 그린 도스토예프스키의 천재성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라스콜리니코프와 포르피리가 경찰서에서 자신의 사상으로 충돌하는 모습은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철학적 배경과 사유가 필요하여 문학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세계적인 위인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준 파급력을 가진 작품이기 때문에 꼭 한 번 쯤 읽어보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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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며, 이 작품 출간 3개월 후 도스토예프스키가 사망했기 때문에 그의 유작이 된 작품이다. 

1860년대 러시아의 소도시 스코토프리고니예프스크(러시아어로 가축 시장을 의미)의 지주인 표도르 카라마조프는 이기주의와 탐욕적으로 살아온 탕아이다. 이런 그의 집에 20년 만에 아들들이 찾아와 아버지와 재산 문제를 담판 지으려한다. 이런 집안의 갈등은 점점 커져만가고, 드미트리는 친부 살해범으로 체포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소설에서 도스토예프스키가 탐구하고자 했던 철학은 '충동', '악'과 관련된 것이다. 작품의 매력은 이 악의 깊이에 있는데, 선은 평면적이지만 악은 깊고 중층적이기 때문에, 악한 인물들의 생생한 묘사가 가능했다. 이 소설에서 가장 유명한 대목인 ‘대심문관’의 이야기도, 이런 악과 관련된 이야기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장편 2부작을 구성하여, 그 2부작의 프롤로그로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썼고, 이후 셋째 아들 알렉세이가 혁명가가 되어 황제를 암살하고 처형당하는 줄거리를 담은 장편을 쓰려했던 도스토예프스키지만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출간 3개월 후 그가 사망함에 따라 2부작은 쓰여지지 못하고 미완으로 남았기 때문에 더욱 아쉬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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