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만큼 보이는 톨스토이의 문학 세계

ⓒ 나무위키

[문화뉴스 MHN 이상인 기자] 러시아 문학가 중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작가를 고른다면 이견없이 톨스토이가 될 것이다.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톨스토이의 명작들은 현재까지도 반드시 읽어야 하는 세계문학으로 여겨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톨스토이의 작품들은 쉬운 단어들로 이루어져 비교적 읽기 수월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의 대문호로 함께 언급되는 도스토예프스키의 경우 어려운 단어들과 철학적인 명제의 충돌로, 책을 이해하는데 정말 많은 사유와 고찰이 필요하지만, 톨스토이의 작품의 경우 비교적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톨스토이의 작품의 깊이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보다 얕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톨스토이는 농민의 삶에 관심이 많았던 사회운동가였고, 삶과 종교에 대한 뛰어난 고찰을 보여준 철학가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이런 사상을 작품 속에 적절히 녹여냈다. 따라서 톨스토이의 작품은 쉬운 언어로 쓰였기 때문에 이해하기 쉬울 것 같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선 그만큼 알아야한다. 쉽게 말해서 톨스토이의 문학은 독자가 아는만큼 보인다. 이런 톨스토이 문학의 특징은 작품을 처음 볼 때와 두 번, 세 번 다시 읽을 때마다 독자들이 새로운 의미를 깨닫는 효과를 준다. 톨스토이의 문학이 세계적인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톨스토이는 단편과 중편을 포함해 굉장히 많은 문학 작품과 철학서적, 예술론의 저서를 남겼다. 그 중에서도 톨스토이를 대표하는 문학 작품들은 세 편의 장편 소설들이다. 이미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흥행을 거뒀던 톨스토이의 대표작을 소개하겠다.

 

ⓒ YES24

#전쟁과 평화

전쟁과 평화는 1805년부터 1820년까지 15년에 걸친 러시아 역사의 결정적인 시기를 다룬 역사소설이다. 나폴레옹 침공과 조국전쟁이라는 러시아의 역사적인 사건과 유기적인 수많은 개별 인간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과 죽음, 삶의 발견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총 559명의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톨스토이의 사상과 철학이 남김없아 녹아 있는 방대하고 복잡한 작품으로, 고전 문학 중 최고의 수준으로 여겨진다.

지독한 허무주의자 안드레이, 부유하고 방탕하지만 삶을 찾아 방황하는 피에르, 아나톨리의 치명적인 유혹에 빠지는 나타샤 등 등장인물들이 자신들의 시련을 겪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개인의 서사가 역사적 서사와 맞물려 조국전쟁이라는 큰 전쟁이라는 서사에 자연스러운 리듬을 부여한다. 

이런 방대한 규모의 소설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얽히는 서사구조와 등장인물들의 치밀한 묘사를 보며 톨스토이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문호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약 1700 쪽에 달하는 거대한 책의 두께 때문에 자칫 쉽게 도전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유를 가지고 차근히 읽어나가기 시작하면 톨스토이라는 러시아 문학의 정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YES24

# 안나 카레니나

'전쟁과 평화'가 과거 역사적 서사를 다룬 역사 소설, 즉 과거에 관한 책이었다면, '안나 카레니나'는 당시 동시대인의 삶에 관한 책이다. 사랑과 결혼, 가족문제라는 보편적인 소재는 ‘안나 카레니나’가 발표된 직후 전 러시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큰 이유다. 알렉산드르 2세에 의한 농노제 페지부터 러시아 혁명에 이르는 역사적 상황에 놓인 19세기 후반 러시아 사회의 풍속과 내면생활을 잘 묘사했고, 150명이 넘는 등장인물의 묘사로 사실적으로 책에 반영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완전무결한 예술작품'이라는 찬사를 했을 뿐 아니라, 2007년 노턴 출판사, 2009년 뉴스위크 선정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되며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간의 삶을 구현해난 보편적인 걸작으로 사랑받고 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은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으로, 다른 작품에도 인용될 정도로 유명한 문구다. 

안나 카레니나는 톨스토이 문학의 예술성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안나 카레니나를 읽다보면, 언어로 그리는 예술이라는 말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 YES24

# 부활

'부활'은 톨스토이가 일흔이 넘는 나이에 발표한 그의 후기 작품이다. 그는 당시 사상가로서 활동하며 교회와 차르에 반대하는 아나키스트의 모습을 많이 보였는데, 부활은 그의 그런 사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작품이었다. '부활'에선 정말 직설적으로 부패한 교회와 차르 체제의 무의미함을 비판한다. 이런 이유로 톨스토이는 1901년 러시아 정교회에서 파문당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부활은 귀족 네흘류도프가 과거 고모의 하녀였지만 본인 때문에 타락한 삶을 살았던 카튜사를 법정에서 우연히 만나 그녀에 대한 죄책감을 씻어내기 위한 네흘류도프의 모습과 그런 과정에서 네흘류도프의 영혼의 새로운 부활을 겪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화류계 여성들의 삶에 대한 현실적인 묘사와 감옥의 불합리성,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게된 다양한 사연있는 유형수, 농민의 토지제도 개혁이라는 당시 톨스토이가 깊이 빠져있던 다양한 사회 문제들이 직접적으로 드러내 비판하고 있고 그의 철학이 소설 곳곳에 잘 담겨있다. 

'부활'을 읽다보면 이전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다. 톨스토이는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저서를 통해 이전 자신이 썼던 문학 작품들이 사실 예술이라고 할 수 없는 것들이라고 언급하며 소설쓰기를 그만두려고 했기 때문이다. 톨스토이의 삶을 모르면 소설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렵고, 이것이 앞서 언급한 톨스토이의 소설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