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온공주의 '자경전기' 포함 68점... "조선 왕실 한글문화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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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이종환 기자] 조선의 마지막 공주인 덕온공주가 남긴 '자경전기'가 국내로 환수됐다.

문화재청은 덕온공주 집안에서 보관 중이던 '자경전기'를 포함한 한글자료 68점을 작년 11월 미국에 거주하는 후손으로부터 매입해, 지난 16일 국립한글박물관에서 공개했다.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국립한글박물관이 협력해 환수한 '덕온공주 집안의 한글자료'는 덕온공주와 양자 윤용구, 손녀 윤백영 등 왕실 부마 집안에서 3대에 걸쳐 전해내려온 책, 편지, 서예 작품 등이다.

특히 주목받는 자료는 덕온공주의 '자경전기'다. 글씨의 결구, 획 흐름 등이 어머니 순원왕후의 것과 흡사한 점과, 윤백영이 서책 마지막에 '덕온공주가 어머니 명을 받들어 직접 쓴 글'이라는 메모를 남긴 것이 공주의 친필 서적이라는 점에 설득력을 더한다. 같은 글자를 반복해 쓰는 등 잘못 쓴 흔적도 보인다.

'자경전기'는 혜경궁 홍씨부터 정조, 효의왕후, 순조, 순원왕후를 거쳐 덕온 공주에 이르기까지의 왕실의 효성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높다.

이 서책에 대해 국어학자 이종덕 박사는 "글씨가 뛰어난데, 어머니 글씨를 보고 배운 친필로 보인다"며,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으나 10년 이상 단련한 상태로 생각된다"라고 밝혔다.

'자경전기' ⓒ문화재청

덕온공주가 규훈을 한글로 번역한 서책 일부도 이번 자료에 포함됐다. 순원왕후가 사위 윤의선에게 보낸 편지와 신정왕후, 명헌왕후, 철인왕후, 명성황후 등의 한글편지도 함께 돌아왔다.

박준호 국립한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조선 왕실의 한글문화를 살필 수 있는 유물들"이라며, "여성들의 생활에서의 한글의 역할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특히 신정왕후가 1874년 윤용구의 첫 부인인 광산 김씨에게 보낸 편지는 조선 최고의 한글명필인 궁중 여성 서기 이씨가 대필한 것으로 사료적 중요성이 높다. 그해 2월 8일 명성왕후가 순종을 출산한 기쁨을 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밖에도 윤용구가 1909년 왕실 여성들을 위해 쓴 역사책 '정사기람'과, 1899년 12살 딸 윤백영을 위해 여성과 관련된 역사를 발췌해 정리한 '여사초략' 등 한글 역사서 2권도 함께 환수됐다. 또한 윤백영이 1934년 환소군 전기를 한글 궁체로 쓴 '환소군전' 등의 서예 작품들도 포함됐다.

문화재청은 환수된 유물들을 국립한글박물관에 이관할 계획이며, 기획전과 소장자료 총서 발간 등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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