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의 파편을 조명하다

ⓒ네이버 영화

 [문화뉴스 MHN 황산성 기자] 고개를 들어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아도 저마다 지닌 환경 안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을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의 파편을 조명하는 영화가 있다. 바로 이강현 감독의 '얼굴들'이다.

영화 '얼굴들'은 기선(박종환)과 기선의 옛 애인 혜진(김새벽)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실을 넘나들며 전개된다.

주인공 기선은 고등학교 행정실에 근무하는 직원이다. 그는 반복되는 일상에 권태로움을 느끼다 우연히 축구부 학생 진수(윤종석)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다 이후에는 학교를 그만둔 뒤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게 된다.

혜진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어머니가 운영하던 가게를 리모델링 한 뒤 그곳에서 일하며 새 출발을 시작하려는 상태다.

택배기사 현수(백수장)는 퇴사를 앞두고 있는 상태이지만 열심히 일상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의 삶에 대해 기사를 쓰려는 기선의 취재에 응하게 된다.

이처럼 영화는 주인공 기선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이 얽혀있다. 그러나 영화 내에선 이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여러가지 상황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다.

'기선은 왜 진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왜 혜진과 헤어지게 되었는지', '왜 현수의 삶을 취재하는 것을 포기하게 되었는지' 등. 

영화 '얼굴들'에 등장하는 스크린 속 인물들을 감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들 수 있는 '왜?'라는 질문에 감독은 철저히 무감각하게 응답한다.

결과가 있으면 응당 원인이나 이유가 있어야 하는 법인데, 그러한 인과관계에 대한 설명 없이 이어지는 장면들은 영화를 감상하는 입장에선 굉장히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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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눈 앞의 안개와 같이 희뿌연 스토리가 자아내는 그 답답한 느낌이 바로 영화 '얼굴들'만의 매력이다.

이 감독은 11일 열린 영화 '얼굴들'의 시사회에서 영화의 제작 의도를 두고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 일 수 있다. 영화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며 겪는 허약함, 삶의 조건들을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영화 제작 의도를 미루어 보았을 때, 관객은 '굳이' 등장인물들의 환경과 상황, 그리고 내면 속 깊은 생각까지 이해하려는 시도를 할 필요가 없다.

그저 스크린 속 나열되는 일련의 상황들과 인간 군상이 표현하는 희노애락의 감정에 스스로의 모습을 대입해 공감 할 수 있다면, 마침내 영화 '얼굴들'만의 매력을 찾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눈 앞에 닥친 작은 어려움들을 꼬인 실타래를 풀듯 하나하나 풀어가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굳이' 이해하려 하지 않는 것이 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영화 '얼굴들'의 또 다른 매력 하나를 꼽자면 '굳이' 영화에 출연 할 필요가 없는 인물들이 출연한다는 것이다. 

영화의 전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도 장면장면 스쳐지나가며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인물들의 모습들. 

그러나 어쩌면 그 '필요없어 보이는 인물들'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얼굴들'은 바로 그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도전을 다룬 영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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