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관람 매너 논란, '시체처럼 보란 말이냐' vs '내 공연 망치지 마라'

ⓒ 뮤지컬 라이언킹

[문화뉴스 MHN 주재현 기자] 최근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하면서 관람층이 두터워지고 있다. 그런데 관람객 수가 빠르게 증가하다보니 소위 말하는 '뮤덕'(뮤지컬 애호가를 일컫는 말)들이 구축해둔 관람 문화와 신규 유입 관람객들의 관람 태도가 충돌하고 있다. 이른마 '관크'논란이다. '관크'는 관객(觀客)에 '크리'(critical의 약어)를 합성한 신조어다. 온라인 게임에서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 경우 사용하는 '크리'를 차용해 공연에서 다른 관객 때문에 공연 관람에 피해를 입은 경우를 표현한 것이다. 

 

■ 내 돈 내고 보는 공연 '관크'때문에 망쳤다. 

공연이 끝난 후 '뮤덕'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관크'에 대한 불만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의자에 몸을 때고 앉아 뒷 사람의 시야를 가리는 '수구리', 핸드폰 불빛으로 피해를 끼치는 '폰딧불이', 과도한 애정행각으로 불편하게 하는 '커퀴밭', 빈자리로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메뚜기'등 유형도 다양하다. 특정 '관크'행위를 지칭하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아직 우리 공연 관람 문화가 미성숙하다는 이야기다. 한 공연장 집계에 따르면 관람객의 90%이상이 '치명적인 관람 방해 행위'를 경험해 본 적 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특히 아이돌이 캐스팅된 뮤지컬은 공연 시작 전 매번 초비상이다.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행위는 물론, 공연 중에 아이돌이 등장하면 소리를 내는 등 다른 관객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유독 많기 때문이다. 꼭 아이돌이 아니더라도 뮤지컬 배우들도 팬덤이 형성되면서 '팬심'이 다른 관객에게 피해를 끼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게다가 '관크'행위는 다른 관객 뿐 아니라 배우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앞에서 촬영을 하거나 음식을 쩝쩝거리고 먹고 있으면 연기하는 배우들도 제 기량을 다 발휘하기 힘들다.  한 공연관계자는 "뮤지컬 시장이 확대되면서 나타나는 일종의 '성장통'인것 같다"며 "공연 전 안내문이나 방송 등을 활용해 최대한 안내드리지만 '관크'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무리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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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크'할까봐 노심초사...'시체 관람'이라는 말까지 

한편 '관크'에 대한 관리가 너무 과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관람 예절은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이지만 기존 관람객들의 과도한 '눈초리'때문에 오히려 관람에 불편을 겪기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관크' 경험담 중에는 "부스럭 거리게 패딩을 입고 왔다"거나 "형광색 옷을 입고 와 시선 강탈이었다"는 등 상식선 이상의 불평도 흔하다. '관크' 기준이 워낙 까다로워 배우나 공연 관계자들 마저 주의하지 않으면 '관크'범죄자가 되버리기 십상이다. 오죽하면 '가장 바람직한 관람태도'로 좌석에 딱 붙어 앉아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 '시체관람'이 모범적인 관람 태도로 여겨질 정도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공연 현장에는 갈등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관크'행위를 직접 제지하는 이른바 '직고나리'(관리에서 온 말)때문이다. 관람객이 직접 제지하다 보니 원만히 해결되지 않고 언성이 높아지거나 험한 말이 오가곤 하는 것이다. 관람 초심자뿐만 아니라 '뮤덕'들 마저 혹시 내가 '관크'한 것은 아닐까 노심초사하며 공연 보느라 정작 공연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며 불만을 토로할 정도다.

 

■ 서로 배려하는 공연문화 정착시켜야

전문가들은 '공연문화가 확장되며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기존 관객과 신규 관객 모두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한 공연 관계자는 "한편으로는 '관크'담론이 확산되면서 급성장한 우리 공연 시장 관람 매너가 빠르게 정화된 측면은 있다. 몇년 전만 해도 흔하던 폰딧불이나 전화 소음, 불법 촬영 등은 최근 빠르게 사라지는 추세"라며 '관크' 담론이 바른 공연 문화의 빠른 확산에 기여했다는 점을 지적 했다.

한편 한 관계자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공연을 관람하니 그만큼 자기 경험 수호의지가 강한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관람문화가 과도한 엄숙주의에 빠지면 오히려 공연 문화가 확산되는데 장애물이 될것"이라며 "아직 공연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관람객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 공연 관계자는 "공연장도 '관크'행위 근절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불편을 겪을 경우 직접 제지하기보다 진행요원을 통해 해결하면 갈등 없이 공연 문화를 개선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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