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마이 라이프',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위대한 드러머

[문화뉴스 MHN 김장용 기자] "백발 성성해도 섹시한 뮤지션으로 남자. 무대 위에서 죽자."

마지막까지 무대 위를 꿈꿨던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드러머 전태관이 지난 27일 밤 별세했다.

봄여름가을겨울 측은 "지난 27일 밤, 드러머 전태관 군이 향년 56세로 세상을 떠났다"며, "6년간 신장암 투병을 이어왔으나 오랜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 밤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2012년 신장암이 발견돼 한쪽 신장을 떼어내는 대수술을 받았던 전태관은 이후 암세포가 어깨를 비롯한 전신으로 전이돼 활동을 중단했다.

지난 2017년까지도 헌정 앨범을 준비하는 등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였으나 전신으로 전이된 암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세상을 떠났다.

그는 비록 암을 극복하지 못했지만, 그의 음악은 여전히 살아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봄여름가을겨울을 이루고 '브라보 마이 라이프' 등 주옥 같은 명곡들로 우리 시대를 밝혔던 드러머 전태관을 돌아본다.

ⓒ 봄여름가을겨울

봄여름가을겨울의 드러머, '광폭한' 연습벌레

1962년 태어나 신일고등학교를 거쳐 서강대학교에 입학한 전태관은 서강대학교 중앙록밴드 '킨젝스'의 드러머로 활동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1982년 김종진을 만나 1986년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로 데뷔했다. 그러나 맴버 김현식이 대마초 사건에 휘말리는 바람에 김종진과 함께 독립하게 된다. 김종진과 함께 2인조 밴드를 결성해 1988년 1집을 발표한 것이 본격적인 음악 활동의 시작이다.

이후 2집 '어떤 이의 꿈'과 3집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등의 곡이 히트하면서 봄여름가을겨울의 인기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

2집과 3집의 인기를 힘입어 랜드로바 CF로 광고대상을 얻기도 하고 국내 최초로 라이브 앨범을 발매하며 평단의 호평을 들은 봄여름가을겨울은 또한 모스 부호의 소리를 삽입하거나 일부러 소리를 거칠게 내는 등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거듭했으나, 그로 인한 침체기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러한 침체기 끝에 내놓은 음악이 바로 '브라보 마이 라이프'로, 2002년 발매된 7집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대중적으로 큰 공감대를 형성하며 당시 IMF를 겪으며 침체돼 있던 사람들에게 위로를 선사했다.

한편 온유해보이는 외관과 달리 '무대 위에서는 난폭한 드러머'였던 그는 동료와 후배들이 모두 인정하는 연습벌레였다.

김종진은 인터뷰에서 "무대에서 연습하면 광폭했다"며, "인대가 늘어나도 철제 스틱을 들고 연습할 만큼 우직하다. 직장인 밴드 사이에서 전태관은 전설"이라며 그를 호평했다.

무대에서의 저돌적인 이미지와 달리, 전태관은 늘 "가족은 내 삶의 원동력"이라며 가족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1988년 유재하 추모음악회에서 함께 무대에 올랐던 바이올리니스트와 결혼한 전태관은 슬하에 딸 하나를 뒀다.

ⓒ 윤종신 인스타그램

오랜 투병 생활, 열정의 끈을 놓지 않다

전태관은 지난 2012년 신장에서 악성 종양을 발견해 한쪽 신장을 떼어내게 된다. 이후 25주년 앨범 '그르르릉!'을 내는 등 활동을 재개하는 등 전태관은 완치된 것처럼 보였다.

김종진이 "가끔 어깨가 아프다고 했는데, 우린 오십견 정도로 생각했다"고 말한 것처럼, 교통사고가 나기 전까지 전태관은 어깨뼈에 암이 전이됐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교통사고로 발견한 어깨뼈의 암세포는 이어 뇌, 두피, 척추, 골반으로 퍼졌다. 전태관은 투병 중에도 후학을 양성하며 자신의 재능을 다른 사람과 나눴고, 김종진과 계속 음악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열정의 불꽃을 끝없이 피워 올렸다. 

"한국 대중음악의 자존심이었으며 여기에 과장은 없었다"며 전태관을 설명한 봄여름가을겨울 측은 이어 "전태관 군은 이제 천국의 자리에도 위로와 기쁨을 나눠주기 위해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음악과 기억은 우리에게 오래토록 위로를 줄 것"이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로 삶을 위로했던 전태관은 그에게서 위로를 받은 많은 사람의 답가를 들으며 영면하게 됐다.

비록 무대 위에서 죽지는 못했으나, 그가 뿌린 희망은 삭막하고 혐오 가득한 우리 시대에서 중심을 지키며 지금도 고집되게 위로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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