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록앤롤', 지루할 틈 없이 알찬 200분

[문화뉴스 MHN 정보미 기자] 올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바탕으로 뜨거웠던 록 음악의 열풍을 연극 '록앤롤'이 마무리한다.

연극 '록앤롤'은 제목만 봐서는 록 음악에 대한 연극인 것 같지만, '록'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1960년대 후반 체코의 민주화 과정에 자유와 저항정신을 바탕으로 한 록앤롤 음악이 미친 영향을 다루고 있다. 롤링 스톤즈, 핑크 플로이드 등의 록 음악을 체코의 정치사와 절묘하게 결합해 진정한 자유에 대해 되묻는다.

연극 '록앤롤'은 196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후반까지 20여 년의 시간을 보여준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유학 중이던 체코 청년 얀은 영미권의 록 음악에 빠져있다. 프라하의 봄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봄의 꽃은 피지 않았고 록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얀의 인생에 겨울이 찾아온다. 정치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록 음악을 좋아해서 LP 음반을 모으던 그가 전체주의적인 국가의 통제 속에 서서히 체코의 반체제 인사로 변모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는 최고의 현대 극작가 톰 스토파드의 작품으로, 토니상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심도 있는 주제와 다양한 연극적 기법을 시도하여 철학과 냉소가 섞인 사회적 메시지를 작품에 녹여냈다. 또한, 스토파드는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으로 싱가포르와 인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후 영국으로 건너왔는데, 연극 '록앤롤'은 영국의 케임브리지와 체코의 프라하를 배경으로 하는 스토파드의 가장 자전적인 희곡 작품이다.

방대한 20세기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연극 '록앤롤'을 더욱 즐기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공부를 하고 가기를 추천한다. 또한, 작품 속에 나오는 록 음악 밴드의 음악, 그 음악의 역사와 흐름도 알고 있다면 더욱더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 사회, 인문, 문학 등 생소한 용어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혹여 이해가 안 되더라도 그 음악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국립극단

이날 공연에는 막스 역에 강신일, 얀 역에 이종무, 엘레나 역의 장지아, 에스메 역에 정새별, 나이젤 역에 정원조, 렌카 역에 양서빈, 페르디난도 역에 김한, 밀란 역에 최지훈, 질리안, 마그다, 캔디다 역에 강해진, 앨리스 역에 이다혜, 스티븐, 피리 부는 남자 역에 김세환이 열연을 펼쳤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주조연을 불문하고 활약을 하고 있는 강신일은 꾸준히 무대에도 오르며 무대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연기력은 물론이고 그의 연륜, 내공과 함께 무대에서 보이는 그의 열정만으로도 감동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마지막 커튼콜 때 무대 중앙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록 음악에 심취해 있는 그의 모습은 그의 나이를 잊게 만들며 관객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다소 어렵고, 200분이라는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360도 회전하는 무대와 전환마다 나오는 록 음악, 배우들의 호흡과 연기를 보는 재미로도 충분히 그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록 음악을 통해 전달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조금이나마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한편, 연극 '록앤롤'은 오는 2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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