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 현기증, 이창..."오래 전 영화임에도 엄청난 여운을 남기는 영화들"

ⓒ 알프레드 히치콕 공식 홈페이지

[문화뉴스 MHN 조아라 기자] 욕조에 떨어지는 잔잔한 물소리와 함께 샤워하고 있는 여성, 그리고 그 여성에게 다가가 무자비한 칼질을 하는 누군가. 끽끽대는 날카로운 바이올린 소리가 그 긴박감을 더욱 증대시킨다.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한번쯤 보았을 만한 장면, 알프레드 히치콕의 '사이코' 중 그 유명한 '샤워신' 이다.

알프레드 히치콕은 '서스펜스 거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25년 '기쁨의 정원'으로 영화 감독으로서 데뷔했다. 그는 당시 유래 없던 독특한 편집술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 그의 편집술은 2018년이 된 지금까지도 수많은 영화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가 죽음을 맞이한 지 약 40여 년이 되어 가는 2018년, 알프레드 히치콕의 '명작' 3편을 뽑아 보도록 하겠다.

■ '세계 서스펜스 대표작', 절묘한 음악과 편집방식 '사이코'

▲ '사이코' 포스터 ⓒ 네이버 영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알프레드 히치콕의 '사이코' 중 샤워신은 매우 유명한 장면이다. 이는 전 세계 서스펜스 영화의 영원한 대작으로 꼽힌다. 이것은 미국의 '로버트 블락'이라는 범죄물 작가의 소설 '사이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 얻은 엄청난 유명세와는 별개로, 이 영화는 당시 제33회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 여우조연상, 촬영상, 미술상에 후보로만 머물러 있었다. 여기에서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가 당시 예술적으로 저평가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그가 사망한 후 '사이코'는 재평가를 통해 1998년에 미국 영화 연구소 100대 영화에 18위로 선정되었고, 2007년에는 다시 14위로 선정되었다.

'사이코'는 회사원 '마리오'가 낡은 모텔에 묵게 되면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다룬다. '사이코'는 1960년에 만들어진 작품인데, 네티즌들은 영화가 만들어진 지 약 50년 후인 2010년대에도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수작", "진짜 대박. 말그대로 고전 명작"이라는 평을 하고 있다.

'사이코'는 현재 저작권이 만료되어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심장이 쫄깃해지는 공포감을 느끼고 싶다면, '사이코'를 추천한다. 

■ 유명한 현기증 기법, 그리고 엄청난 제작진 '현기증'

 

▲ '현기증' 포스터 ⓒ 알프레드 히치콕 공식 홈페이지

한국의 유명한 감독이자 평론가인 박찬욱 감독은 히치콕의 열렬한 팬이다. 그는 히치콕의 수많은 영화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현기증'을 꼽는다. 그는 '현기증'을 보고 영화 감독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만큼 '현기증'은 전 세계적으로 히치콕의 훌륭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영화의 제목인 '현기증'처럼 이 영화는 매혹적이고, 동시에 혼란스러운 인물들의 심리를 표현하는 내용이다. 그에 맞춰 히치콕은 '현기증 기법'이라는 편집 기법을 만들어냈다.

이것은 카메라를 뒤로 빼면서 동시에 렌즈는 줌하는 기법인데, 이 기법을 이용해 찍힌 영상을 보면 이름처럼 '현기증'이 느껴진다. 이는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 '라이프 오브 파이'등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많은 영화들에서도 사용되었다.

'현기증'은 훌륭한 제작진들로도 유명하다. 히치콕은 의상 전문가 '이디스 헤드'를 고용해 의상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두었고, '사이코'의 음악으로도 유명한 '버나드 허먼'과 함께 '사이코' 속 음악에 버금가는 엄청난 음악을 만들어냈다.

또한, 전설적인 그래픽 디자이너 '솔 바스'는 '현기증'의 오프닝과 포스터 디자인을 작업했다. 그가 만든 '현기증' 포스터는 지금까지도 회자될 만큼 엄청난 작품이다. 또한 '현기증'의 오프닝은 당시 그래픽을 활용한 최초의 영상 작품으로 '솔 바스'와 '현기증'의 유명세를 더했다.

'현기증'의 매력을 이야기하자면, 영화의 반전 스토리도 빼놓을 수 없다. 전직 형사 퍼거슨과 그의 친구 개빈, 그리고 개빈의 아내 마들렌이 등장하는 스토리는 엄청난 반전과, 앞뒤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 합일감을 느끼도록 한다.

■ 즐거움과 긴박감을 동시에, 한 장소에서만 계속되는 '이창'

▲ '이창' 포스터 ⓒ 알프레드 히치콕 공식 홈페이지

'이창'은 모든 인간에게 숨겨져 있는 '엿보기 심리', 즉 '관음증'과 주변에 대한 현대인들의 무관심을 담아낸 영화다. 

'이창'에서 주인공 제프리는 쌍안경과 카메라를 통해 이웃을 몰래 관찰하는데, 이때 드러나는 이웃들의 모습은 유머러스함을 더한다. 그러나 서스펜스 영화인 만큼 잔인하고 긴박감 넘치는 장면들도 계속해서 나타나면서 관객들을 이완시켰다가 동시에 몸을 얼어붙게 만든다.

'이창'에는 어떠한 배경 음악도 나오지 않는다. 단지 작곡가 역할로 등장한 인물의 집이나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만이 있을 뿐이다. 이렇게 배경 음악의 부재로 '이창'은 관객들로 하여금 더 많은 긴장감을 갖도록 한다.

더불어 '이창'에서 나오는 장면들은 모두 같은 장소를 배경으로 한다. 화면은 주인공의 방과 창문을 통해 보여지는 방 바깥의 풍경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잡하고도 다양한 감정과 사건들을 '이창'은 너무나도 잘 표현하고 있다.

한편, '이창' 또한 50년이 지난 지금에도 네티즌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네티즌들은 "몰입감이 엄청나다. 역시 서스펜서의 거장 히치콕", "이창은 전설 같은 작품"이라고 평하고 있다.

ⓒ 알프레드 히치콕 공식 홈페이지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들은 엄청난 흥행을 해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여러 영화인들로부터는 저평가를 받았다. 그의 영화들 전부가 항상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만 올랐을 뿐, 단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를 드러낸다.

그러나 이후 그의 광팬인 '프랑수와 트뢰포'와 나눈 대담이 책으로 엮이고, 그가 만든 영화들의 기획 의도 등이 밝혀지자 그는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특히 그가 자신의 '서스펜스'에 대해 정의한 부분은 현재까지도 서스펜스 장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는 삐걱거리는 문소리로 서스펜스를 자아내 본 적이 없습니다. 어두운 거리에서 죽은 고양이와 폐물들이 나뒹구는 것보다, 밝은 대낮에 졸졸 흐르는 냇가에서 일어나는 살인이 더 흥미 있습니다. 서스펜스가 무엇인지 알려드릴게요. 네 사람이 포커를 치러 방에 들어갑니다. 갑자기 폭탄이 터져 네 사람 모두 뼈도 못 추리게 됩니다. 이럴 경우 관객은 단지 놀랄 뿐이죠. 그러나 나는 네 사람이 포커를 하러 들어가기 전에, 먼저 한 남자가 포커판이 벌어지는 탁자 밑에 폭탄을 장치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네 사람은 의자에 앉아 포커를 하고, 시한폭탄의 초침은 폭발시간이 다 되어갑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똑같은 무의미한 대화도 관객의 주의를 끌 수 있는 것이죠. 관객은 '지금 사소한 얘기를 할 때가 아니야. 조금 있으면 폭탄이 터질 거란 말이야' 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 되니까요. 폭탄이 터지기 직전 게임이 끝나고 일어서려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말하죠. '차나 한잔 하지.' 바로 이 순간 관객의 조바심은 폭발 직전이 됩니다. 이때 느끼는 감정이 '서스펜스'라는 겁니다."

만약 당신이 서스펜스 영화를 좋아한다면, 혹은 고전 영화에 입문하고 싶다면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를 보는 것이 어떨까. 그의 영화를 감상하는 것은 엄청난 몰입도를 줄 뿐만 아니라, 현대 영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 또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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