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성의 정점을 찍은 박찬욱 감독 작품

ⓒ 네이버 영화 '아가씨'

[문화뉴스 MHN 김선미 인턴기자] 2016년에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는 청소년 관람불가 상영등급에도 428만 관객을 기록하며 많은 수상의 영광을 얻은 작품이다.

영화는 총 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은 원작 소설 '핑거스미스'에 따른 이야기로 장물어미 손에서 길러진 숙희(김태리)가 돈 많은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의 돈을 노리는 백작(하정우)의 계획에 동참하기 위해 히데코가 사는 코우즈키(조진웅) 저택에 하녀로 들어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백작의 계획을 도와 한밑천 얻어 조선 땅을 뜰 생각한 숙희는 속여야 할 대상인 히데코에게 점점 끌리게 된다. 히데코에 대한 감정이 연민에서 점점 사랑으로 변해가지만, 숙희는 계획을 위해 결국 히데코를 정신병원에 가두기로 한다. 그러나 진짜 정신병원에 갇히는 사람은 숙희였으며, 관객에게 깜짝 반전을 선사한다.

ⓒ 네이버 영화 '아가씨'

숙희의 나레이션 "아가씨는 정말 나쁜 년이다"로 시작되는 2장은 1장에서 보인 순수한 모습의 히데코가 진짜 히데코의 모습이 아님을 보여준다. 어릴 때부터 이모부(조진웅)의 학대를 받아오며 자란 히데코는 음란서적을 신사들 앞에서 낭독하며 성적 노리개로 여겨지며 살았다. 자신의 자유를 위해 백작과의 거래를 승낙하고 그 거래에 이용당할 숙희를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자신과 닮은 점이 많은 숙희에게 히데코는 끌리게 되고 점점 사랑으로 피어오른다. 연민으로 시작된 감정이 사랑에 이르게 된 히데코와 숙희는 결국 서로의 계획을 말하게 되고 백작을 속이기 위한 계획으로 변경한다.

3장은 자신의 계획을 성공한 줄만 알았던 백작이 히데코와 숙희에 의해 코우즈키 저택으로 끌려가게 된다. 백작은 코우즈키의 고문을 당하지만, 사기꾼답게 노련한 입담으로 코우즈키의 목숨을 끊는 모습을 보여준다. 백작과 코우즈키를 속이고 도망친 히데코와 숙희는 둘만의 시간을 가지며 영화는 끝이 난다. 억압 속에서 피어난 그들의 사랑은 결국 자유를 얻게 된 것이다.

숙희와 히데코는 '고아'라는 공통점을 가졌지만, 그들의 삶은 달랐다. 항상 보살핌을 받아오며 살아온 히데코와 다르게 숙희는 일본 귀족에게 팔아넘길 아기를 보살피며 살아왔다. 숙희는 아무 것도 모르는 히데코를 보살피며 자신이 아는 사랑의 기술을 가르쳐 주고, 히데코는 책으로만 배웠던 사랑의 기술을 숙희를 통해 실현한다. 이는 모성애로 시작된 감정이 결국 사랑에 이르게 됨을 보여준다.

히데코와 숙희 두 사람은 국적, 신분, 살아온 삶 등이 모두 다르지만, 성별만은 같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그들이 사랑하는 모습은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나오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현해낸다. 자신들을 억압하는 남성들에 맞선 그들의 연대와 사랑은 이를 보는 관객들이 그 사랑이 잘못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 없게끔 한다.

영화 '아가씨'는 여성성의 정점을 찍은 작품이라 불린다. 모성애로 시작되는 주인공들의 사랑뿐만 아니라, 성적으로 소비되고 억압받는 여성성의 해방을 보여주며 순종적인 여성 캐릭터가 아닌 주체적이고 강렬한 여성 캐릭터를 보여준다. 이는 우리 사회가 소비하는 여성성과 대부분의 영화 속에서 다뤄지는 여성 캐릭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을 가져다준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