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자연 환경에서 최상의 버섯만 키우죠

보령친환경버섯 영농조합법인 정영진 이사

천혜의 자연 환경에서 최상의 버섯만 키우죠

성주산 차령산맥 줄기를 따라 표고버섯 재배하우스가 줄지어 서 있다. 연평균 기온 10도의 기후와 큰 일교차, 땅 속 깊숙한 곳에서 솟는 맑은 지하수는 표고버섯 재배에 천혜의 조건이 됐다. 이들 지역 가운데 충청남도 보령은 특히 해발 200미터의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온도가 2도 정도 낮다. 청정한 공기에 깨끗한 물, 여기에 서늘한 환경까지 더해졌으니 표고버섯을 재배하기엔 이만한 곳이 없다. 당연히 맛도 빛깔도 최상급이다.

 

아버지는 대표, 아들은 이사. 부자가 함께 이뤄 가는 '꿈'

스물여덟의 정영진 이사를 만난 곳은 보령에 위치한 '임산물산지 종합유통센터'였다. 말투엔 충청도 사투리가 묻어 있었고 듬직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행동은 공손했다. 또래의 도시 청년에게선 찾아 볼 수 없는 순박함에 절로 호감이 갔다.

임산물단지 종합유통센터는 보령친환경버섯 영농조합법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2009년 지역 임업후계자들이 총 사업비 22억원을 투입해 설립했다. 보령의 농민들이 직접 재배하고 생산한 임산물과 특산물이 이곳 상시 전시판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전국에 판매되고 있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무농약과 GAP(우수관리 농산물) 인증을 받고 서울·경기지역을 포함해 전국 2,500여 군데의 학교에 납품되고 있는 표고버섯은 이 센터의 자랑거리다.

"아버지께서 이곳의 대표를 맡고 계세요. 하지만 제가 하는 일에는 일절 간섭을 안 하셔요. 그런 아버지가 정말 감사하고 또 존경스럽습니다" 정영진 이사가 수줍은 듯 센터의 이사 명함을 내밀며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낸다. 정 이사의 부친은 수십 년 표고버섯을 재배해 온 ‘버섯의 달인’이다. 친환경버섯을 주변에 널리 알린 공로로 지자체에서 주는 상도 여러 차례 받았다.

당연히 정 이사에게 한국농수산대학을 알려 준 것도 부친이었다. 현재 정 이사가 재배 중인 6,600㎡의 땅도 아버지가 물려준 것이다. 그런데도 아들이 하는 일에 간섭을 하지 않으신단다. "아버지는 참나무에서 재배하는 원목 표고버섯을, 저는 제가 직접 만든 톱밥 배지에서 키운 표고버섯을 생산합니다. 원목이든 배지든 어차피 같은 표고버섯입니다. 아버지 입장에선 이런저런 하실 말씀이 많으시겠죠. 그런데도 현재까지는 묵묵히 지켜만 보고 계십니다. 제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보고 싶어서 그러시는 것 아닐까요?"

실제로 2013년 대학을 졸업하고 3개 동 규모로 시작한 농사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대학에서 배운 이론과 실습으로 배운 것을 적용해 보았지만 좀처럼 버섯이 나지 않았다. 마땅히 물어볼 곳도 없었다. 그나마 대학 다닐 때 인연을 맺은 현장교수님이 도움을 줬다. 나머지는 불철주야 스스로 노력해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3년차부터 버섯이 제대로 자라기 시작했다. 탄력을 받기 시작한 농사는 5년 만에 3개 동에서 14개 동으로 5배가량 늘었다.

 

5년 만에 3개 동에서 14개 동으로 현재 추가로 9개 동 공사 중

인터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 정 이사는 기자를 재배 현장으로안내했다. 봉지에 톱밥과 균사를 넣고 배양하는 입봉부터 본격적으로 버섯을 길러 내는 재배 시설, 그리고 버섯을 포장하는 공정 등 생육부터 출하까지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정 이사의 손길을 거치는 과정들이다.

"예전에는 5~11월 정도로 생산 시기가 정해져 있었어요.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재는 연중 쉬지 않고 돌아갑니다. 처음 입봉에서 살균, 접종까지 길어야 3일, 배양 4~5개월을 거쳐 15~20일이면 수확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한 사이클로 해서 14개 동이 계속 돌아가니 쉴 틈이라곤 거의 없는 편입니다"

올해 스물여덟, 어떤 이들은 취업 준비로 바쁘고 어떤 이들은 아직 학생 신분일 나이다. 놀고도 싶고 해외여행 등 해 보고 싶은 것이 많은 나이이기도 하다. 정 이사에게 '이런 길을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이 없느냐'고 물었다. 단호한 대답이 나왔다.

"글쎄요. 아직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은 없어요. 처음엔 몰랐는데 지금은 할수록 더 재미가 있는걸요. 지금 제 주변을 둘러보면 아직 자리를 못 잡고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렇게 본다면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지를 빨리 찾은 셈이죠"

정 이사는 가족경영이라는 점이 그에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있어 든든했고, 아무리 힘든 순간이 와도 아버지의 얼굴을 보면 이겨 낼 힘이 솟았다고 했다. "아버지는 저에게 스승이십니다.어떤 때는 함께 고난을 헤쳐 나가는 동료 같은 존재이기도 하고요.아버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제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요?"

정영진 이사는 현재 기존의 14개 동 외에 추가로 9개 동의 재배사를 신축 중이다. 올해 안으로 총 23개 동의 재배사가 완성되면 월 생산량은 3~4t에서 6t 이상으로, 연 매출 역시 2억 5,000만 원 정도에서 4억 원 이상으로 뛰게 된다. 생협과 급식이라는 든든한 판로를 확보해 둔 상태이기에 판매 걱정은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탄탄한 길을 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배지를 직접 만들면서 수익률 또한 급속도로 나아지고 있습니다. 은행 대출도 없으니 인건비를 제외하면 전부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돼 있는 거죠. 할 수 있는 한 재배사를 계속 넓혀 가고 최신 설비를 갖추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버섯들이 예쁘게 자라고, 사람들에게 좋은 품질을 인정받을 때 가장 큰 행복과 보람을 느낀다는 정영진 이사. 마지막으로 "바라는 최종 목표 같은 것이 있는가"라고 묻자 이런 답이 나왔다. "글쎄요. 연 매출 10억 정도요(?). 일단은 결혼을 해 봐야 알 것 같네요. 어느 정도 돈이 필요하고 어느 정도 써야 하는지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언젠가 찾아올 우렁각시를 기다리는 순박한 총각의 얼굴에 연분홍빛 수줍음이 살짝 다시 피어올랐다.

일반 현황

나만의 성공노트

성공 노하우

농업에 ‘왕도’는 따로 없습니다. 주위에서 선뜻 자신의 노하우를 말해 주는 사람도 드뭅니다. 아버지가 하시는 원목 표고버섯을 이어받았다면 편했겠지만, 저는 1년 사시사철 생산이 가능한 배지 표고버섯에 주목했습니다.

대신에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때마다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며 새로운 방법을 찾아 나간 끝에 저만의 답을 찾았습니다. 처음 시행착오를 겪을 때 절대 좌절하지 말고 끈질기게 도전하기를 응원합니다.

미래 계획

우선은 10억 원 매출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그때까지는 계속 재배사를 넓히고 최신 설비를 갖추는 데 노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최종 목표는 현재 생각한 매출 목표를 달성한 후에 새롭게 세워야 하지 않을까요?

경험자 조언

젊은 나이에 농업을 원하신다면 반드시 한국농수산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권유하고 싶습니다. 농업인에게 한국농수산대학은 가장 좋은 선택지이며 유일무이의 성지 같은 곳이라 생각합니다. 3년 동안 국비로 이론과 현장실습, 맞춤형 교육까지 지원해 주는데 가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농업을 꿈꾸는 사람에게 이토록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의 대학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청년농업인,

그것이 알고 싶다!

Q. 아버지 말고 가장 고마운 분을 들자면?

A.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톱밥 표고버섯 재배를 시작한 ‘표고박사’ 정이용 사장님이다. 재학 시절 현장교수이셨던 이 분의 농장(청양)에서 실로 많은 것을 배웠다. 지금도 대만이나 중국 등을 견학하며 남다른 재배방법을 연구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열정이 존경스럽다.

Q. 누가 표고를 재배하겠다고 찾아온다면?

A. 글쎄, 당장은 그냥 돌려보내지 않을까 싶다. 굳이 말한다면 1년 정도 충분히 표고에 대해 배우고 다시 오라고 하고 싶다.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했다가는 실패하기 쉽기 때문이다. 더불어 땅과 설비에 들어가는 비용도 꽤 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Q. 풀이나 잡초 제거에도 많은 노력을 들이는 것 같다.

A. 그렇다. 농장 주변의 풀이나 잡초는 정말 골칫거리다. 잠깐 한눈을 팔면 그새 엄청나게 자란다. 농약을 치면 좋겠는데 버섯에 안 좋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어쩔 수 없이 틈만 나면 풀을 깎고 있다. 어떤 분은 이걸 모르고 시작했다가 힘들어 포기했다는 말도 들었다.

Q. 표고버섯의 뛰어난 점을 자랑한다면?

A. 워낙 좋은 효능이 많아 일일이 설명하기 힘들 정도다. 표고버섯에는 에리타데닌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어 고혈압·심근경색 같은 심장계 질환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그 밖에 신체의 면역력을 높여 줘서 암 세포의 증식을 막아 주는 탁월한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맛 자체가 뛰어나니 말린 표고버섯 분말을 국이나 찌개에 넣어 먹기만 해도 색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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