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송이버섯의 매력에 푹 빠지다

맛슈룸 농장 최승정 대표

양송이버섯의 매력에 푹 빠지다

'맛슈룸'은 우리에게 생소한 단어다. 하지만 양송이버섯 하면 어느새 친밀하게 다가온다. 맛슈룸은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지에서 양송이버섯을 일컫는 말이다. 일찍이 고급식품으로 알려져 지금도 널리 사랑받고 있는 버섯 중의 버섯. 이 매력에 빠져 스물네 살의 나이에 모든 것을 건 청년이 있다. 2017년 한국농수산대학 버섯학과를 졸업하고, 경기도 양평군에서 양송이 재배 농장인 ‘맛슈룸 농장’을 운영하는 최승정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2학년 실습농장 현장 교수와의 인연으로 양평에 터를 잡다

대학을 졸업하고 곧장 양송이 재배에 뛰어든 지 1년 3개월. 짧은 기간 동안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일까. 야무져 보이는 최승정 대표의 얼굴에서 '초보 농사꾼'의 어설픔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농장 규모부터 물어봤다.

"부지 4,000㎡에 현재 4동의 '버섯 재배사'가 가동 중이고요. 추가로 2동을 더 공사 중입니다. 지난해 11월 말쯤 재배에 들어가 올해 1월 1일 첫 수확을 했습니다. 현재 생산량은 하루 200kg 정도 됩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이 시작하는 규모치고는 작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위치 또한 남한강 물길을 따라 수려한 풍경이 펼쳐지는 도로 옆이라 땅값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이런 부지를 찾고 매입하는 데만도 꽤나 애를 먹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양평이어야만 했을까?

"사실 그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실제로 양송이버섯의 60~70%는 충남 부여나 보령에서 생산되고 있거든요. 여기는 땅값만 해도 평당 15만~20만 원으로 비싼 데다 이 정도 규모의 부지를 찾기도 쉽지 않아 수십 번을 둘러봐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최 대표가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딱 하나. 이웃한 개군면에서 양송이버섯으로 크게 성공한 금단버섯농원 김유철 대표의 권유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경기도 양평군이 인정하는 '최고 농가'로 여러 차례 기념탑을 수상한 바 있는 버섯 농사의 대부다. 한국농수산대학 재학 중 2학년 때 3개월간 김 대표의 농원에서 현장실습을 한 것이 인연이 돼 지금은 둘도 없는 사제관계로 발전했다.

"김 대표님으로부터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한걸음에 달려가곤 하지요. 김 대표님을 닮고 싶고, 그 이상 성장해 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고령화 시대, 농업 혁신의 중심에 서고 싶어 한국농수산대학에 입학

최 대표는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농업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최 대표에게는 주위 친구들이 사회적 성공을 위해 안정된 직장 취업을 목표로 삼는 과정이 비효율적으로 느껴졌다.

"오로지 입시만을 강조하는 나날 속에서 학업에 흥미를 잃었어요. 어차피 돈이 목적이라면 다른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더욱 굳혔습니다"

그러던 중 진로를 선택해야 할 고등학교 3학년 때, 평소 귀농을 생각하던 부모님의 소개로 한국농수산대학의 존재를 알게 됐다.

"듣자마자 무릎을 탁 쳤습니다. '사람'을 강조하는 21세기에서 혁신은 생명과 인문학의 교차점에서 일어날 것이라 생각했죠. 농업이야말로 생명을 다루는 산업이고, 농촌에서 현재 겪고 있는 고령화와 기술 부족은 새로운 인적 자원이 투입될 좋은 기회라고 봤어요. 저는 그 중심에서 혁신을 일으키고 싶었습니다.

 

끈질긴 노력 끝에 초기 영농자금 마련

졸업 후 최 대표는 부모를 설득해 1억 원 정도를 갖고 농사를 시작했지만, 큰 자금의 필요성을 느꼈다. 당장 양평의 부지를 매입하는 데만도 큰돈이 필요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자금을 대출받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당연히 사회 초년생이 수억 원이란 거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았다. "23세 꼬맹이에게 뭘 믿고 수억을 빌려주겠냐"고 그는 반문했다. 미친 듯이 발품을 판 끝에 방법을 찾았다. 신용카드를 발급받고, 가구주로 변경한 뒤 본인 명의로 건강보험료를 납부해 추정소득을 만드는 노력 끝에 결국 성공하게 됐다.

"스스로 만든 사업계획서만 120장에 달했죠. 나중에 농협 직원 분이 그러더군요. 융자 최대금액을 한꺼번에 다 빌린 사람은 10년 전 한 번 보고 이번이 처음이라고"

 

경영주는 생산기술 외에도 모든 것을 알아야

한국농수산대학에서는 3년 과정을 통해 작물의 생리와 생산기술을 익히고, 농장 경영기술을 배운다. 그럼에도 막상 졸업하고 농장을 설립하게 되면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최 대표는 이에 대해 "재학 시절에는 단순히 버섯 생육만 알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자기 농장을 운영하려면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직접 용접을 배우고 간단한 구조물은 스스로 만드는 등 모든 재배동과 설비를 직접 설계했다”고 말했다. “토목의 경우 아버지와 함께 관정, 배수로 콘크리트 타설 등의 전 과정에 깊이 관여했습니다. 결국 설비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훤히 꿰게 됐죠"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렇게 준비했음에도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졌다. 필요 인력을 잘못 계산하는 바람에 수확하기 직전에 많은 버섯에서 갓이 피어 상품성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이 뼈아픈 경험을 통해 ‘많이 재배하는 게 능사가 아니고, 확실히 딸 수 있는 만큼만 버섯 발이를 조절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일반 현황

 

나만의 성공노트

성공 노하우

이제 시작이라 성공을 말할 단계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성공으로 가는 길이 어떤 길인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농사에 사람보다 뛰어난 인공지능은 없습니다. 성공적인 농장 운영을 위해서는 오감을 총동원해 직접 보고 만지며 느끼는 과정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현재 수시로 생육 과정을 담기 위해 512기가짜리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으며, 온도·습도 등 중요한 데이터를 직접 그래프로 그리며 작물이 원하는 소리를 몸으로 체감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래 계획

SNS나 인터넷을 통한 직접 마케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작물의 양은 도매로 넘기는 것에 비하면 적겠지만 수익 면에서는 훨씬 나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아직은 냉장이나 포장 기술에 있어서 좀 더 보완이 필요합니다.

경험자 조언

창업 과정에서 가능한 한 많이 주위 어른들에게 도움을 받으라고 하고 싶습니다. 같은 동기의 경우 물탱크 설치 과정에서 관련 업체가 말도 안 되는 견적을 부르는 것을 봤습니다. 무엇보다 대출, 건축 허가 같은 공적 업무, 시공업체와의 협상, 건물 및 설비 이해 등 이 모든 것들을 다 혼자서 해내기는 아주 힘듭니다. 영농 시 발생할 문제점을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는 게 훗날의 시행착오를 줄일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청년농업인,

그것이 알고 싶다!

Q. 농업을 시작하기 전에 어떤 것을 먼저 실천하면 좋을까요?

A. 희망을 구체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생육, 재배에 관한 이론 습득은 물론이고 이를 현장 실습을 통해 적용해 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대학 2학년 때 일본의 버섯 농장에서 10개월간 현장 실습을 한 것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가 보고 싶을 정도로 그쪽의 일하는 방식이 좋았다. 특히 중요한 데이터를 직접 손으로 그리면서 체감하는 방식이 너무 마음에 들어 똑같이 따라하고 있다.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 농장을 시작하면서 양송이버섯 재배에 필수적인 '배지(Growth medium, 멸균으로 모든 미생물을 없앤 후 균류 등의 성장에 필요한 물질들을 첨가한 생육토대)'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효율이 좋다고 알려진 네덜란드산은 수입 비용과 통관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학교 선후배로 연을 맺은 일신농장 사장님께 배지를 받아 시작했는데, 첫 수확 사진을 보시고 선배님이 광주에서 한달음에 달려오셨다. "우리 배지를 써서 이렇게 많이 수확한 사례를 본 일이 없다"고 놀라워하셨다. 그때 성공을 예감했다.

 

Q. 청년농업인의 한 사람으로 국가나 지자체에 바라는 게 있다면?

A. 현재 청년농업인들에 대한 대출이나 지원은 그럭저럭 잘되고 있는 편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그 후인데, 대출이나 지원을 받은 뒤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지 컨설팅 같은 것이 따라 준다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 아울러 현재 나 같은 후계농의 경우 군복무를 자신의 농장에서 대체해 복무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이것이 없어지니 마니 의견이 분분하다. 이 제도가 계속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아가 젊은 농업인의 의지를 북돋아 주기 위해서라도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인터뷰는 문화뉴스와 내일날씨가 공동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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