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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정윤하 칼럼] 텐가에서 바나나몰까지⑤ AV와 성인용품의 현재 下인간의 건강한 삶, 개인의 즐거운 권리
  • 칼럼리스트 정윤하
  • 승인 2018.11.0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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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이 바랜 일본 현지의 AV 영상집 포스터들 <사진 제공=바나나몰>

사실 성인용품 시장의 성장에는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단순한 선정성을 넘어 인간의 건강한 삶, 개인의 즐거운 권리 등에 초점을 맞춘 제품으로 파이를 늘리는 점이다. 성인용품에서 ‘웰빙(Well-Being)’을 찾는다. 과거엔 상상할 수 없던 일이 성인용품 시장을 성장시킨다.

일본의 텐가는 자사 제품 중 실리콘이 들어간 제품에 ‘FDA 인증 안전 실리콘’을 명시하고 있다. 신체에 거의 해가 없다고 하는, 무해한 소재임을 강조해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전략이다.

국내 성인용품 기업 바나나몰도 비슷하다. 친환경 제품과 케겔 운동 용품 등을 온라인 쇼핑몰과 서울 청담동, 경기 의정부 등에 위치한 오프라인 매장 주요 자리에 배치했다. 텐가와 마찬가지로 ‘친환경’ 혹은 ‘웰빙’ 등의 콘셉트를 잡고 간다.

세계 각국의 브랜드가 이 같은 시대를 제품에 담고 있다. 미국 성인용품 브랜드 스바콤(SVAKOM)이 출시한 노바 볼 시리즈는 건강에 도우을 주는 럭셔리 명품을 표방한다. 친환경 소재의 재질로 만들었고, 이를 통해 케겔 운동을 실천하면서 PC 근육을 강화시키고 성적 만족감과 건강을 챙긴다는 기능을 내세웠다.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에어비(AIRBEE)도 비슷하다. 노바 볼 시리즈처럼 케겔 운동을 전면에 내세웠다. 스마트폰을 통해 자유롭게 조종하고, 케겔 운동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건강을 확실히 챙길 수 있다는 경쟁력도 있었다.

리프(LEAF)는 다른 의미로 소비자의 마음을 빼앗았다. ‘자연을 닮은 리프’라는 테마로 ‘친환경’을 전면에 부각했다. 웰빙 시대가 오면서 갖가지 유기농 채소 등의 수요가 늘었다. 성인용품 역시 그런 시대가 오리라는 예상이 들어맞았다. 제품은 히트하고 있다.

폐경기 여성 불감증 치료 문제로 여성의학계가 주목했던 새티스파이어(SATISFYER), 우머나이저(WOMANIZER)부터 영양분을 함유한 입욕제, 로션 등 판매도 마찬가지다. 해당 제품은 성인용품 시장의 시작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르다. 이런 변화는 성인용품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는데 도움이 됐다.

AV는 이런 일로 해답을 찾기 곤란하다. 우리의 건강, 생활 등과 밀착시켜 콘텐츠를 만들고 뭔가를 기획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AV 업계는 배우 인권 문제, 야쿠자 개입 의혹, 검은 돈의 운용 등 문제 재기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 단체 등이 AV 산업 전반을 노리고 있다. 일본 도쿄도는 진작부터 민폐 방지 조례를 통해 AV 스카우트 활동을 금지시켰다. 출연 강요 문제에 대한 사회 논란도 끊임이 없다.

업계는 이런 분위기를 인식한 듯 스스로 위원회를 조직, AV 촬영 현장과 계약의 투명화를 말하고 있다. 특히 AV 업계 종사자뿐 아니라 대학 교수, 변호사 등 지식인으로 구성돼 신뢰를 주려 노력했다.

AV 배우를 관리하는 프로덕션과 매니지먼트 회사 역시 자체적인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배우의 의사를 존중하고 거짓 계약서를 작성했을 경우 이를 해지할 수 있는 조항을 넣겠다 말한다.

▲ 매장에 진열된 웰빙 제품, 새시대를 맞고 있는 성인용품<사진 제공=바나나몰 의정부점>

다만 대중이 신뢰할 수 있는가, 현실적으로 얼마나 실현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별개다. 의문 부호가 남는다. 무거운 분위기의 영상 촬영 현장은 단기간에 바뀌기 쉽지 않다. 비단 AV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를 제작하는 현장마저도 이 점을 고치지 못했다.

AV 업계는 성인용품과 다르게 흘러갈 수 밖에 없다. 성인용품은 여성의 자유를 외치는 동시에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일본의 텐가가 이로하를 론칭하고, 한국의 바나나몰이 주요 여성 브랜드와 직접 미팅을 갖는 시대까지 왔다. 이제는 케겔 운동, 친환경 용품 등 웰빙을 표방한 제품이 넓은 연령대에 걸쳐 사랑 받는다.

반면 AV는 여성을 강제로 억압하고 성적 대상화했다는 인식 속에 있다. 특히 중간중간 발생한 우라 비디오 사건이나 바키(BAKKY)社의 여성 배우 성폭력 사건 등이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물론 AV 업계도 여성 친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여성을 위한, 여성이 중심이 된 AV 시장을 열어보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초식남이 늘어난 만큼 연애하지 못하는 여성 인구도 늘었다. 건어물녀 등 신종 여성상도 떠올랐다. 여성이 AV를 보며 자위하게 만들자는 발상이 있었다.

우머나이저, 새티스파이어, 주미오 등 여성을 위한 제품 개발과 출시로 압도적 성장을 거둔 성인용품 시장처럼, AV 산업 역시 신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했다. 이케맨(イケメン)이라 부를 만한 남성을 배우로 고용해 AV 작품을 발매하는 시도가 이뤄졌다.

결과는 그리 좋지 않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여러 가지 분위기에 따라 성욕이 변화한다. 단순히 근육질의 남자가 성기를 드러내고 있다고 해서 성적 욕망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화로 인한 손쉬운 영상물 복제, 인터넷 발달로 인한 불법 공유 증가, 중고 거래의 활성화, 여성 시장 공략의 태생적 어려움 등 원인은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대안을 마련하기 어렵다. 이는 성문화 산업에서 AV와 성인물이 성인용품 시장에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는 원인이 됐다.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 일본은 팬 미팅과 특전 강화 등으로 줄어든 DVD 판매량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일시적 효과를 얻을 뿐이다. 쉬워 보이지 않는다. 향후 10년 안에 CD 매체는 자취를 감춘다는 전망도 있다.

▲ 여성 친화적 제품은 성인용품 시장의 주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제공=바나나몰 강남점>

서양 포르노 산업은 레이블에서 개인 위주로 영상 제작 비중이 이동하고 있다. 개인 감독이 캠코더나 가벼운 촬영 장비를 통해 영상을 찍고 판매해 돈을 버는 방식이다. 대규모 스탭이 움직이지 않는다. 배우의 팬 감사제 등 행사도 거의 없다. 그저 개인과 개인이 뚝딱하면 영상 하나가 완성이다.

인터넷 스마트폰 그리고 세상의 디지털화. 이것은 성문화 시장을 급속도로 성장시켰다. 한편 기존에 있던 구조까지 완전히 바꿔버리고 있다. 텐가와 바나나몰은 철저한 준비 끝에 2010년대 이후 급속도의 성장을 이뤘고, 한일 성인용품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반면 AV 업계는 사면초가다. 준비를 제때 하지 못했다. 영원할 거 같던 CD와 패키지 판매 시대가 그렇게 끝났다. SOD는 몰라도 텐가는 안다, 성인영화 제작소는 몰라도 바나나몰은 안다, 업계를 주름잡던 한 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 ⑥에서 계속

정윤하 칼럼니스트 l jungyh@bananamall.co.kr

現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前 SPOTV NEWS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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