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istle Blower 1, 글레이즈 세라믹, 나무, 철프레임 등, 2014 ⓒ금호미술관
 
[문화뉴스] 50년간 생활 도자부터 조형, 평면, 건축에 이르기까지 도자에 대한 도전과 실험으로 장르를 확장해 온 신상호(67) 작가가 '사물의 추이(Vicissitude of things)'라는 타이틀로 8월 29일부터 열린 금호미술관 초대전을 통해 본격적으로 설치 작품들을 선보였다.
 
기울어진 배 그림 앞에 나무배 한 척을 놨다. 철 프레임에 도자를 이어붙인 작품이다. 한눈에 봐도 '세월호'를 연상시킨다. 
 
전시장 한쪽에는 낡은 철제 걸상들이 마구 뒤엉킨 채 쌓여있다. 버려진 의자들이 이름없는 학생들의 싸늘한 체온을 간직한 듯하다. 작가는 전시에서 "대한민국 미술교육, 안녕하십니까?"라고 대놓고 묻는다. 
 
작가는 "세월호 사고로 수백 명의 아이들이 바다에 빠졌는데 우리는 그냥 바라만 보고 있지 않았나? 지금 미술 교육도 마찬가지다. 홍대만 해도 1년에 500명의 인재를 뽑지만 졸업할 때가 되면 쓸 만한 작가가 하나도 없다.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이 인재들을 다 못 살리고 있다."며 지적한다.
 
미술대학이 덩치 키우는 데만 열중하느라 권력화되고, 체제화되고, 보수화되고 있다고 힐난한다. 미술대학들이 먼저 시대의 요구와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ow, 혼합재료, 2014 ⓒ금호미술관
 
이번에는 그가 50년에 걸쳐 수집해 온, "쓰레기로 취급됐던" 오브제들이 대거 '설치'됐다.
 
창틀과 문틀, 수도 펌프 등 일상의 오브제를 비롯해 총알이 뚫고 간(?) 방탄유리, 군용차의 문짝, 전쟁 포로를 싣는 데 쓰였던 보호차 등에 도자를 더하는 식이다. 
 
작가는 "진귀하거나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모으는 것과는 좀 다른 의미"라며 "오브제 하나하나가 갖는 역사와 시간을 수집하는 의식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시장 지하와 1층에서는 작가이면서 수집가이기도 한 그가 평생 모아 온 아프리카 부족의 무기, 장신구와 가재도구부터 중국 문화혁명을 기념하는 붉은 타피스트리, 명나라 도자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내용과 규모 면에서 모두 감탄을 자아낼 만한 컬렉션이다. 단순한 수집 그 자체를 넘어서 수집 대상이 품고 있는 시대성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작가의 본질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느낌이 있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심오한 철학적 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사회의 잘못을 얘기하고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전시는 오는 28일까지 삼청로 금호미술관에서 계속 된다. 
 
문화뉴스 신일섭 기자 invuni1u@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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