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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정윤하 칼럼] 텐가에서 바나나몰까지④ AV와 성인용품의 현재 中
  • 정윤하 칼럼
  • 승인 2018.10.3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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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기 처리를 기다리는 반품된 중고 성인용품들 <사진 제공=바나나몰 강남점>

성인용품 시장의 중고 거래란 금기에 가깝다. 위생을 성인용품 사용의 첫 번째로 두고 각종 캠페인을 벌이면서, 자연스레 중고 거래가 사장되어 갔다. 한때는 국내 중고 거래 사이트에 자주 올라오던 남성용, 여성용 자위 기구 판매 관련 글도 대폭 줄었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중고 시장이 매우 활성화된 곳이다. 구매한 물건의 박스, 패키지 등 모든 것을 깔끔하게 보관해 사용하던 방식이 중고 거래 활성화에 한몫했다. 이 과정에서 S급, A급 등 물품의 등급을 나타내는 방식을 정착시켜 유행을 만들기도 했다.

인터넷 통신이 발달된 후 중고 거래가 더욱 늘었다. 중고 거래가 전국 단위로 확장됐을 뿐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 정보도 얻을 수 있게 됐다. 이젠 가전 제품부터 잡화까지 중고 거래가 없는 게 없다. 일본은 도시마다, 동네마다 중고 전문숍이 자리하고 있다.

중고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줄어든 하나가 있다면, 그건 바로 성인용품 중고 거래다. 2000년대까지, 성인용품의 중고 거래는 예전에 비해 거의 사장됐다. 한일 양국 성인용품 시장의 성장, 이 가운데 성장한 텐가, 바나나몰 등 기업이 만든 문화적 캠페인의 성과였다.

반면 AV와 성인물은 이 과정에서도 타격이 컸다. 앞서 말했던 AV의 일회성과도 관련이 있다. AV를 손쉽게 시청할 수 있게 되면서 러닝타임, 스토리, 작품성보다 잠깐 즐길 영상 클립 하나가 중요해졌다. 인터넷과 함께 더욱 활발해진 중고 마켓은 딱 좋은 거래처였다.

돈을 주고 DVD를 구매한 일부 소비자도 영상을 보고 마음에 들지 않거나, 지겨움을 느끼면 바로 오프라인 중고 매장, 인터넷 사이트 등에 팔았다. 중고 DVD는 원가에 비해 굉장히 저렴하게 거래된다.

인터넷의 발달로 중고 DVD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신작 판매량이 더욱 줄게 됐다. 신작 AV가 발매되면, 그것을 구매한 일부 소비자가 인터넷에 품평을 남긴다. 만족하지 못한 제품은 저가로 중고 매장에 팔아 버린다.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된다.

▲ 한때는 연예 엔터테인먼트社와 비교되던 S1의 회사 내부<사진 제공=바나나몰>

일본 비디오 윤리 협회를 무너뜨리고 AV 시장의 역사를 바꾼 기업 SOD(SOFT ON DEMED)조차, 이 같은 현상을 해결할 묘안을 떠올리지 못하고 있다. 중고 거래란 그 어떤 물품으로도,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이뤄진다.

일본 AV 업계는 불법 다운로드를 막자는 캠페인을 벌이곤 있으나, 중고 거래를 막자는 명분을 만들지 못한다. “이제 어쩔 수 없다. AV 업계는 지탱이 어렵다” 마츠모토 감독의 말은 이처럼 여러 가지 이유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현재 AV 업계가 내놓은 대안은 단순하다. 어쨌든 일본은 미국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큰 마켓을 가진 문화 강국이다. 패키지 강국이며 행사와 공연의 나라다. DVD를 팔아 돈을 벌 수 밖에 없다. 동족방뇨(凍足放尿)라는 말이 나오지만 특별한 대안이 없다.

AV 배우가 전국을 돌며 이벤트를 연다. 장소는 서점, 음반 매장, 잡화점까지 다양하다. 고객을 직접 응대해 사진 촬영, 악수, 사인 서비스 등을 베푼다. 일본의 팬 미팅이며 감사제다. 이를 보통 AKB 마케팅 혹은 AKB 비즈니스라 부른다.

이벤트는 보통 모든 것이 유료로 돌아간다. 입장을 위해서 해당 배우의 DVD를 사야 하는 경우가 많고, 사인이나 사진 촬영을 위해서는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등이다. 각종 특전이 제공되며 자신이 좋아하는 AV 배우를 직접 느낄 수 있다.

보통 AV 영상물의 타산 분기점을 1000장 전부로 나눈다. 고로 이런 행사를 자주 벌이면 흑자를 볼 수 있다. 이제 AV 배우와 레이블은 영상 판매가 아닌 대외 활동을 통해 수익을 맞춰가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 유명 배우가 성인용품 텐가 모델, 비디오 게임 모델 등 활동을 이어가는 것도 인지도 높이기의 일환이다.

양측의 이해 관계가 잘 맞는다. 성인용품 기업은 AV 배우를 모델로 기용해 충성도 있는 고객의 주목을 끌 수 있다. AV 기업 역시 전국적으로 성장 중인 성인용품 시장을 통해 해당 배우의 인지도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 내한 행사 중인 AV 배우들, 이제 AV 업계는 행사가 필수가 됐다 <사진 제공=바나나몰>

국내 성인용품 기업 바나나몰이 AV 배우 내한 이벤트를 개최하는 이유다. 바나나몰은 지금까지 아오이 츠카사, 하네다 아이, 하마사키 마오, 나고미 등 유명 배우의 내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츠보미 등 일본 최상급 AV 배우를 자사 홍보 모델로 기용했다.

작금의 AV 시장이란, 성인용품 등 ‘성문화’라는 큰 카테고리에 연결돼 활동하거나 AV 배우가 직접 고객을 만나 팬 서비스를 제공하며 버틴다. 전성기 모습을 생각하면 처량한 신세다.

“모든 콘텐츠가 겪는 현상이 아닌가” 묻는 이도 있다. 물론 AV뿐 아니라 대부분의 영상 콘텐츠가 이런 문제를 겪는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도 불법 다운로드와 중고 시장이 굉장히 활발하다.

하지만 선정성을 메인으로 하는 AV와 성인물이 받는 타격은 앞선 장르에 비해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영상 창작물은 ‘스토리 성’을 강하게 띠고 있다. ‘명장면’ 등이 클립으로 소비되기도 하나, 이것은 영화를 보지 않은 이에겐 큰 의미가 없다.

AV는 다르다. 가뜩이나 러닝타임이 짧아지고 있는 성인물 시장에서 스토리는 점점 더 옅어져 간다. 현재 AV를 소비하는 이에게 핵심은 배우의 외모, 체위와 카메라 앵글 정도다. 특정 부분의 클립으로도 해당 AV를 충분히 즐길 이가 많다.

인터넷과 통신 디지털화는 성인 문화를 보다 개방적이고 활발하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성인 문화의 핵심에 있던 AV와 성인 영상물 시장을 축소시켰다. 이는 성문화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닌, 인간이 직접 생활로서 즐길 권리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 중 하나였다. ⑤에서 계속

정윤하 칼럼니스트 l jungyh@bananamall.co.kr

現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前 SPOTV NEWS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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