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침묵', "희생된 시민들의 넋을 기리고 아픔을 위로할 수 있기를 바래요."

ⓒ여수심포니오케스트라

[문화뉴스] 여수심포니오케스트라가 1948년 10월 19일 전라남도 여수에서 발생한 여순사건 70주년을 기념하며 창작 오페라 '1948년 침묵'을 오는 20일과 21일 GS칼텍스 여울마루 대극장에 올린다. 

창작 오페라 '1948년 침묵'은 현재까지 제대로 된 명칭조차 갖지 못한 채 '사건'으로 남아 있는 역사적 비극 '여순사건'을 재조명하고 그 속에서 희생된 무고한 시민들의 아픔을 표현한 창작 오페라이다. 극심한 이념 논쟁 때문에 침묵해야 했던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을 여수심포니오케스트라가 오페라로 공연한다. 

이야기는 77세 할머니 연숙이 TV에서 '격동의 시대 대한민국의 이념적 대립으로 벌어진 씻을 수 없는 근현대사의 아픔, 여순1019'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보게 되면서 시작된다. 

여순사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며 자신이 7살이었던 1948년 10월 19일, 자신을 제외한 온 가족이 학살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그 트라우마로 70여 년을 살아온 자신의 삶과 기억을 떠올린다. 밤마다 악몽을 꾸게 되고 애써 외면하려 했던 과거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연숙은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여수로 떠난다. 그러다 여순사건 70주년 추모식에서 우연히 친구 영희를 만나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고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는다. 

여수심포니오케스트라 문정숙 대표는 "지역 민간오페라단이라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가수, 연극인들까지 많은 장르와 사람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1년 전부터 문화예술위원회와 전남문화관광재단 사업공모에 선정되어 국가보조금을 받아 어렵게 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라며 "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제가 몸담은 여수심포니오케스트라를 통해서 아픈 역사를 경험한 유가족분들을 위로하고 바른 역사조명과 진상파악, 명예회복, 과거사 청산 문제는 물론 '여순1019특별법'을 만드는데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연숙 역은 동양인 최초로 이탈리아 산카를로 오페라극장이 올린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로 열연한 '유럽의 프리마돈나' 소프라노 강혜명이 맡았으며, 여순 학살을 주도한 희대의 살인마 김종원 역은 대한민국오페라대상 남자 주역상에 빛나는 바리톤 박경준이, 시민사회운동가로 여순의 정명을 위해 애쓰는 문우영 역은 세계 4대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 밀라노 라스칼라 오페라극장에서 한국인 테너 최초로 데뷔한 국보급 성악가 이정원 맡았다. 

연숙의 남편 성민 역은 바리톤 오현승이, 연숙의 할아버지 역은 베이스 황예성이, 연숙의 언니 연화의 소꿉친구인 영희 역은 소프라노 김민희가, 연숙의 아들이자 방송국 피디인 정우 역은 테너 이우진이, 연숙의 딸로 어리광이 많은 민아 역은 소프라노 정곤아가 맡았다. 

연출은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분 최우수 연기상에 빛나는 배우 출신 이상직 연출가가 맡았으며, 최정훈 작곡에 오케스트라 연주는 여수심포니오케스트라가 106명의 출연자와 함께한다. 
 
주인공 연숙 역을 맡고 제주 4.3유가족 홍보대사이기도 한 소프라노 강혜명은 특히 이번 작품에 남다른 애정으로 각색도 맡았다. 그는 "'제주 4.3과 여순은 근현대사의 아픔을 함께 나눈 형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의 강해수 예술 감독님께서 여순사건을 배경으로 한 창작오페라 작업을 제안하셨을 때 꼭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여순1019를 여순사건으로 볼 것이냐, 여순항쟁으로 볼 것이냐는 근현대사의 이념적 논쟁을 떠나 오직 예술적 시각으로 희생된 무고한 시민들의 넋을 기리며 그날의 아픔을 서로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기를 바래요. 아직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대한민국에 왜 절대적으로 평화가 지켜져야 하는지 다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라며 참여 동기를 밝혔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