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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문화공감] 가을의 문턱 9월, 시로 맞이하기매년 돌아오는 가을, 먼저 느껴보기
  • 유안나 기자
  • 승인 2018.09.1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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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문화공감] 매미소리가 울려 퍼지고, 햇살이 눈부시던 여름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아침, 저녁으로 풀벌레 소리가 가득하다. 오는 것은 반갑지만 보내기는 아쉬운 가을이 온 것이다.

가을이 왔다는 건 특히 하늘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눈이 시릴 정도로 탁 트인 하늘에 폭신한 구름들이 떠있는가 하면, 파스텔 색 하늘에 흰 구름이 아주 얇게 펴진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바람은 또 어떤가? 하루 이틀 다르게 코끝을 채우는 선선한 바람은 마음 속 깊이 시원함을 주며, 옷을 여미게 만든다. 성큼 다가온 가을의 온도는 간절기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설레는 기분까지 느끼도록 만든다.

매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이 다가오면 사람들 입에서는 ‘가을 탄다’는 말이 스멀스멀 오르내리기 시작한다. 지금 9월은 1년의 반을 보낸 시기라서 그런지 괜히 ‘이번 년엔 뭘 했을까’ 하며 지난날을 뒤돌아보기도 한다.

하루에 한번쯤은 시간을 내서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자.

그렇다면 너도 나도 적적해지는 이 시기. 가을이 문턱으로 다가와 생긴 허전한 마음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 오늘 문화뉴스 문화공감에선 가을과 관련된 시 몇 편을 소개해드리고자 한다.

다른 글과 달리 ‘시’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도 어려운 분석 없이 누군가 가을을 표현한 이야기를 같이 느껴보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단풍잎이 물든 완연한 가을은 아직이지만, 시를 통해 가을 감성을 미리 준비해보는 것이다.


█ 어김없이 돌아온 9월

< 다시 9월 - 나태주 中>

기다리라 오래 오래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지루하지만 더욱
이제 치유의 계절이 찾아온다

. . .

이제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게 되는 시간
기다리라 더욱
오래오래 그리고 많이.


9월은 다소 애매하게 느껴진다. 더운 여름도 아닌 게 그렇다고 날씨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가을이라고 칭하기엔 어째 좀 부족하다. 그래서 그런지 큰 일교차에 어떤 옷을 챙겨야할지 고민도 하고, 소리소문 없이 찾아온 환절기 감기로 고생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렇게 변화를 맞이하는 계절, 가을이 문턱까지 다가온 이 시점에 ‘이제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게 되는 시간’이라는 저 시 구절처럼 우리 주변에는 무엇이 변함없이 남아있는지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가을 우리의 '기뻤던 순간'을 공유하며 변함없이 곁을 지켜주는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보는 건 어떨까. [freepik]

생각해보면, 물론 ‘떠나는 것’은 자연의 이치고, 떠나는 존재 역시 ‘수없이 많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나간 ‘기뻤던 순간’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곁에는 그 변하지 않는 순간을 공유할 많은 이들이 있다. 항상 보이지 않게 응원해주는 부모님, 친한 친구, 혹은 그 순간을 떠올리게 만드는 물건까지도.

이제는 서로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 자주 안부를 물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가끔씩 그들을 다시 만났을 때, 기억 속에서 변치 않는 ‘기뻤던 순간’을 공유하며 변함없이 우리 곁에 있는 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도 좋겠다.


< 9월의 기도 - 이해인 中 >

꽃길을 거닐고 높고 푸르른 하늘을 바라다보며
자유롭게 비상하는
꿈이 있게 하소서

꿈을 말하고
꿈을 쓰고
꿈을 노래하고
꿈을 춤추게 하소서


높아진 가을 하늘을 보니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것 같다. 가을이 오면, 왠지 모르게 지난여름동안 더위에 지쳐 무기력했던 마음도 저 높은 하늘처럼 두둥실 떠오르는 것만 같다.

우리가 정의내리는 꿈은 사람들이 지닌 특성처럼 다양하다. 누군가에겐 ‘되고 싶은 무언가’가 꿈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겐 ‘이루고 싶은 어떤 것’이 꿈일 수 있으니 말이다.

누군가 비웃는 꿈일지라도 '버킷 리스트' 작성해보기. [freepik]

다가오는 가을에는 꿈을 재정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재정비라니(...) 말은 어렵지만 몇 개월 전 설레던 마음으로 구입한 2018년 다이어리 버킷리스트가 텅텅 빈 건 아닌지 확인하는 것으로 재정비의 첫 걸음을 떼볼 수 있겠다.

생각만 해도 콧노래가 저절로 나오고, 어쩐지 막연한 기대감이 차오르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면 이번 가을 다시 꿈을 하나하나 적어 나가보는 건 어떨까.


█ 가을의 소리

< 귀뚜라미 - 나희덕 中 >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숨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 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 . .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하루 종일 어깨를 눌렀던 가방 다 제쳐놓고 타박타박 무작정 걷고 싶은 날이 있다. 해가 쨍-한 낮보다는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것 마냥 걸으면서 오늘 있었던 일을 모두 털어버리고 싶은 날. 아니면 그저 고민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잠들고 싶은 그런 날.

가을 저녁,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면서 산책해보자.

이와 비슷한 날이 찾아온다면 이어폰은 잠시 안녕하고, 저녁산책을 하면서 귀뚜라미 소리에 집중해보는 건 어떨까.

이맘때 저녁쯤 집 밖을 나가면 무성해진 풀 속 어딘가에서 귀뚜라미의 불규칙적인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낮에는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바빴는데, 생각치도 못한 귀뚜라미 소리가 여름과 가을 그 사이의 감성을 전해주는 것이다.

만약 이 시처럼 귀뚜라미 소리가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다면 ‘맞다’고 답해주고 싶다. 머릿속에 생각이 차오르는 날, 인적이 드문 저녁시간 집 앞만 잠깐 나갔을 뿐인데 귀뚜라미 소리와 발자국 소리로 가을을 느낄 수 있으니까 말이다.


█ 우리가 남기는 이 시간

< 가을의 기도 - 김현승 中 >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날이 추워지면 지겹드록 듣게 될 '옆구리 시렵다'는 말 [freepik]

학창시절부터 지겹도록 언급된 ‘옆구리 시렵다’는 말도 슬슬 나올 때가 오고 있다. 가을이 온다고 해서 뭐 크게 달라지겠냐만 ‘가을’이기에 우리는 그토록 나의 옆구리를 채워 줄, 따뜻한 온기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랑을 더 찾는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찾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과 동시에 가을 탓을 하며 나홀로 고독시간을 갖고 싶다는 건 욕심일까?

흘려보내기에는 아깝기에 더욱 알차게 보내고 싶은 욕심이 드는 가을. 사랑과 내 자신을 모두 지키고 싶은 분들이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 가을비 - 도종환 中 >

어제 우리가 사랑하던 자리에
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

. . .

어제 우리가 사랑하고
오늘 낙엽 지는 자리에 남아 그리워하다
내일 이 자리를 뜨고 나면
바람만이 불겠지요

가을에 다가오는 그리움, 그리 나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freepik]

감정이라는 녀석은 참 묘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소한 것에 배시시 웃다가도, 툭 던져진 말에 저 밑바닥을 찍게 만든다. 그러다가도 맛있는 걸 먹고 나면 상승기류를 타고 높게 솟구친다.

이토록 하루에도 좋았다가 나쁘기를 반복하다 보면 우리의 기억에도 남게 마련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 기억에 그리움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고.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옆에 있는 데도 불구하고 어제 같이 웃었던 시간, 저번에 싸웠던 일 조차도 그리워 한다는 건 이미 지나갔기에 추억으로 변해서일지도 모르겠다.

가을은 그리움이 찐해진다고도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그리움을 나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저 ‘지금’을 잘 보내고 돌아봤을 때 무엇이 그리워지는지를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 지극히 주관적으로 이 계절 남기기

‘9월엔 마음을 다 잡아보려 하지만, 다 잡아도 마음만은 못잡겠더군요’ <오은 –1년 中>


갑자기 찬바람이 불어서일까? 아니면 보고 있는 장면들이 하나 둘씩 바뀌고 있어서일까? 어쩌면 변화되는 계절 사이에 내 마음은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을이 다가와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흔들린다고 느껴질 때면 친한 친구들과 만나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털어내는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겠다. 연신 웃음이 끊이지 않고, “맞아!” 맞장구를 치면서 말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것조차 싫은 날은 당연히 찾아온다. 가을은 타는 것 같은데 답답하고, 그렇다고 시끄러운 장소는 더 싫은 기분. 나조차도 내 마음을 설명하기 힘들 때. 조용하고, 간접적인 것으로 위로받고 싶을 때 말이다. 그런 날이 온다면 오늘 문화공감에서 소개해드린 시와 같이 글을 통해 위로를 받아 보는 건 어떠실지.

시 한편 읽는다고, 감성에 취해본다고 나의 걱정거리가 모두 마법을 부린 것처럼 증발해버리는 것은 아니다. 또 증상에 따라 정확히 나아질지는 장담할 수는 없다. 다만, 이 계절 사람들이 표현한 이야기를 보고 있다 보면 우리의 기분이 조금은 자연스러워질 지도 모른다.

여러분의 9월은 어떤 이야기가 담길지 궁금하다. [freepik]

또 혹시 모른다. 보고 듣고 읽은 시 한 문장이 마음속 깊이 남아 글귀를 끄적이게 만들지도.

딱딱한 맞춤법과 형식과는 상관없이, 그저 나의 기분, 그리고 오늘 본 이 계절 잔상에 집중해볼 수 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은 가을의 문턱 앞에서 벌써 과거가 되어버린 지난 뜨거운 여름을 어떻게 보내셨는지. 그렇게 덥다며 호들갑을 떨었던 것 같은데 결국 지나갔고, 짧아지는 가을을 옆에 남겨두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나보다.

이번 가을 여러분의 9월은 어떤 이야기가 담길지 궁금하다. 올 가을에는 만인에게 보일 ‘시’는 아니라도 각자의 이야기가 담긴 시를 남겨보는 건 어떠실지.

 
    유안나 기자 | yan@gom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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