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있는 감성돋는 정보’…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장기기증의 A-Z

[문화뉴스] 장기기증은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소재 중 하나다. 가족을 살리기 위해 간의 일부를 떼어낸다든지, 주인공이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떠보니 신장 하나가 없어졌다든지 하는 식이다.

이처럼 미디어에는 자의나 타의에 의한 장기기증이 자주 등장하는데, 실제 주변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 장기기증 희망등록 서약률이 아직 2.6% 가량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100명 중 2~3명만이 장기기증을 약속한 셈인데, 선진국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미국과 영국, 콜롬비아 등은 운전면허 응시원서에 ‘장기기증을 희망하십니까’라는 질문이 있다. 영국의 경우 이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면허증을 발급하지 않는다. 국가 차원에서 장기기증을 장려하고 논의를 활성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 비해 우리 사회에는 아직 장기기증에 대한 논의의 목소리가 작다. 정보도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사회적인 관심도 떨어지다 보니 자신의 장기를 떼어낸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뇌사자 1명은 평균적으로 3명의 사람을 살리고 있다. 죽고 난 후에 다른 생명을 여럿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니, 거부감이 들더라도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것 같다.

기증을 결정하지 않더라도 장기기증에 대한 여러 정보를 알아두는 것은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정의와 조건, 등록 절차, 오해 등 장기기증에 대한 모든 것을 한 번에 알아보자.

장기기증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이 중 사후 기증은 심장사 이후 6시간 이내에만 가능하다. [freepik]

우선 장기기증과 장기이식이 정확히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장기기증은 다른 사람의 장기 기능회복을 위해 대가 없이 자신의 장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장기기증은 말기 장기부전 환자의 장기를 정상기능의 장기로 대체해 기능을 회복하도록 하는 치료를 말한다.

장기기증은 크게 생존자 기증, 뇌사자 기증, 사후 기증의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생존자 기증은 살아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인데, 신장·간장·췌장·골수·췌도·소장의 일부가 여기에 해당한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아픈 경우에 주로 이뤄진다.

사후 기증은 심장사 이후 6시간 이내라는 다소 까다로운 조건 하에 가능하다. 사후 기증에는 안구를 비롯해 뼈·연골·근막·피부·양막·인대·심장판막·혈관 등의 인체조직이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뇌사자 기증은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뇌질환이 악화돼 인공호흡기로 생명만 유지하는 뇌사자에게서 이뤄진다. 사후 기증과 달리 신장·간장·췌장·심장·폐·안구·췌도·소장 등 장기기증이 가능해 가장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기증 형태다.

장기기증 희망 등록 방법에는 온라인과 방문, 우편, 팩스의 4가지가 있다. [freepik]

장기기증 희망 등록은 온라인과 방문, 우편, 팩스의 4가지 방법을 통해 가능하다.

가장 간편한 것은 온라인을 통한 등록이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센터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장기기증 희망을 신청할 수 있다.

등록을 완료하고 1~2주를 기다리면 장기기증등록증 카드와 함께 장기기증 희망자임을 알 수 있는 스티커가 집으로 발송된다.

스티커는 신분증용과 차량용의 두 가지인데, 사고 시 구급대원이 이를 보고 장기기증 희망자임을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단,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의 경우 등록신청서 상에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서명과 법정대리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증빙서류를 첨부해야 한다.

뇌사자 판정 이후의 경비는 모두 장기구득기관에서 처리하므로 유가족들이 장기기증을 위해 경비를 부담하는 일은 없다. [freepik]

장기기증과 관련해서는 유난히 잘못 알려져 있는 정보나 오해를 받고 있는 사실이 많다.

지난해에는 시신 수습과 장례식장 이송이 가족의 몫이라는 보도가 나와 큰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그러나 뇌사자로 추정되어 장기기증을 결정하게 되면 판정 이후의 경비는 모두 장기구득기관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유가족들이 경비를 부담하는 일은 없다.

생존자 기증의 경우 장기기증에 필요한 검사와 수술비용은 이식을 받는 수혜자가 부담하게 된다.

언젠가 깨어날 수 있는 환자를 회복불능으로 판단해 장기기증 절차를 밟는 실수를 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오해도 적지 않다. 이는 뇌사와 식물인간 상태를 혼동한 것이다.

뇌사란 호흡, 소화, 심장박동 기능을 조절하는 뇌간이 움직임을 멈춘 상태다. 인공호흡기 없이는 호흡과 생명연장이 불가능하다.

반면 식물인간 상태는 인공호흡기의 지속적인 사용 없이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고 적절한 치료를 통해 깨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장기기증 대상에서 제외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장기기증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의식을 되찾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뇌사자에 한정된다.

장기기증에 있어 중요한 것은 생물학적 연령이 아니라 장기의 연령이다. [freepik]

그렇다면 나이가 적고 많음이 장기기증에 영향을 미칠까. 답은 ‘아니다’다. 나이는 장기기증과 무관하며, 연령보다 장기의 상태가 더 중요하다.

건강하게 관리한 신체는 90세가 넘더라도 기증이 가능한 반면, 악습관으로 망가진 신체는 30대의 것이더라도 기증에 적합하지 않다.

장기를 기증하면 몸이 훼손된다는 생각은 장기기증을 망설이게 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할 수 있겠다.

장기를 적출하면 이전과 완전히 같을 수는 없지만, 보형물을 활용해 생전의 모습을 최대한 보존하고 있다.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하더라도 100% 장기기증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나눔에 동참한다는 의사표현일 뿐, 실제로 뇌사상태가 되어 기증 시점이 오면 가족의 기증 동의를 얻어야만 장기기증을 진행할 수 있다.

때문에 장기기증을 결심했다면 가족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생명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확산돼야 하는 이유다. [freepik]

인구 100만명당 뇌사 장기기증자는 스페인이 46.9명, 미국이 31.96명, 이탈리아는 28.2명, 영국이 23.5명이다.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에 한참 못 미치는 9.95명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장기이식 대기자는 3만명이 넘지만 장기기증자는 3000명 안팎에 불과하다.

2017년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의 발표에 따르면 하루 평균 3.17명이 장기 기증자를 기다리다 사망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전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장기 기증자를 추모 및 예우하고 생명나눔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매년 9월 둘째 주를 생명나눔 주간으로 지정했다.

10일인 어제 시작된 제1회 생명나눔주간은 16일까지 이어진다. 15일과 16일에는 장기·인체조직 기증희망등록자를 대상으로 한 뮤직페스티벌이 열린다고 한다.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장기기증은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여러 방법 중 하나다. 우리 사회는 가족의 반대, 잘못된 정보, 부족한 장기기증자 예우 문화 등으로 인해 장기기증이 아직 수면 아래에 깔려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와 알림, 그리고 이에 호응하는 시민들의 관심이 더해져 장기기증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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