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감독 커리어 하락세 통해 배운 교훈에 집중해야 할 때

ⓒ 온라인커뮤니티

[문화뉴스] 그 시작이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불신은 어지간한 기사 하나만 읽어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축구 커뮤니티 일부 누리꾼들은 저마다 다양한 의견으로 협회를 향한 뜨거운 감정을 표현하는데, 요즘 말로 '츤데레'(겉으로는 퉁명스럽지만 속내는 따뜻한 경우) 같기도 하다. 대한민국 축구가 더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속상해서 움직이는 행동이 아닌가 싶다. 

17일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 감독이 선임됐다. 이번에도 축구 커뮤니티의 반응은 과히 폭발적이다. 사실상 플랜B군에 있던 감독이 왔으니 아쉬운 소리가 이번에도 크게 들리고 있는데, 그 중에 하나의 댓글이 인상적이었다. 

"김판곤(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뒷통수를 쳤다" 

사실상 플랜B 후보군에 있던 감독이 왔으니 물론 아쉬움이 클 수도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이란을 지휘했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 같은 대회에서 멕시코를 이끌었던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 그리고 키케 플로레스 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 등이 물망에 올랐었고, 특히 플로레스 감독은 팬들이 강력하게 원했던 후보였다.  

요즘 누리꾼 중에는 비선수 출신이라도 숫자가 들어가는 축구데이터 만큼은 전문가 못지 않은 식견을 꽤나 갖고 있다. 세계 곳곳의 리그경기를 영상으로 볼 수 있고, 풋볼매니저 피파온라인과 같은 게임으로 축구 전술의 흐름과 선수 개개인의 능력치를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다.  

아니라 다를까 벤투 선임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다들 어찌 그리 잘 알고 있는지, 감독 벤투의 최근 실적이 댓글을 통해 아주 상세하게 전해졌다. 사실관계여부는 물론 확인해야겠지만, 개중에 어떤 내용은 일부 기자들도 놀라면서 참고해서 썼을 정도다. 

ⓒ 대한축구협회

이들의 주장처럼 벤투 감독은 현재 커리어가 내림세 중인 것은 분명히 맞다. 최근 2군데에서 모두 1년을 넘기지 못하고 경질을 당했다. 표면적으로는 감독 선임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판곤 위원장은 온라인 축구 콘텐츠와 데이터로는 확인할 수 없는 벤투 감독의 진정성을 보았고, 특히 벤투 감독이 실패를 통해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에 대해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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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월드컵에서는 호날두를 데리고도 왜 예선탈락을 했는지, 2016 유로 예선에서는 왜 약팀에게 패했고, 직전까지 있던 중국 리그에서는 왜 실패했는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눴다. 거기에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있었고  벤투의 이런 쓰린 경험조차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의 발전을 위해 쓰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이 된 것이다. 호날두 의존에 대한 실패는 손흥민에게 의존하는 현 상황과 비슷하며, 간혹 약팀에게 발목이 잡히는 대표팀의 모습도 닮았다. 

2002년 월드컵에서 수비형미드필더로 나서 한국의 박지성과 공다툼을 하던 벤투였다. 7월까지만 하더라도 대표팀 후보가 될 수 없는 인물이었으나 이번에 제대로 인연이 닿게 된 모습이다. 

이번에 김판곤 위원장이 내린 결정이 정말 우리의 뒷통수를 칠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선임 과정에서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최선을 다한 모습 만큼에 대해서는 박수를 쳐줬으면 싶다.  

축구 변방인 대한민국에, 분명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책으로는 좋은 감독을 데려왔다고 생각한다. 벤투 본인에게도 이번 한국행은 승부수가 될 것이다. 흡사 상황은 한국에 오기 직전 퇴물 소리까지 들었던 히딩크 감독과 닮은꼴도 제법 있다.

그러나 벤투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그간 수많은 감독을 교체해가면서 배운 경험이 있다. 그를 히딩크로 만들지, 똑같이 포르투갈을 유로 4강에 이끈 경험이 있었지만 한국에서 사임된 코엘류나 갓틸리케에서 막판에서는 돌틸리케도 불린 슈틸리케처럼 만들지에 대해서는 협회를 비롯한 팬들까지 각자 저마다의 역할도 분명 있을 것이다. 

ⓒ 중계화면

실망한 축구 누리꾼들에게 그저 조용히 있으라고만 전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계속 키보드를 두드리자. 그렇게 해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더 좋은 정보와 의견을 개진하도록 하자. 벌써부터 뒷통수 맞았다고 단정지을 필요는 없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흥미있게 즐겨보자 이 상황을. 

벤투는 2004년 선수생활을 그만둔 뒤 자국 리그 명문팀 스포르팅 리스본 유스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능력을 인정받아 2005-06 시즌 성인팀 감독을 맡았다. 스포르팅 리스본을 안정적으로 우승권에 올려놓고 2007년과 2008년에는 FA컵 우승을 거머쥐었다. 포르투갈을 유로 2012에서 4강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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