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김재욱에 화난 것이 아니다

[문화뉴스] MBC 예능 프로그램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 부부 동반으로 함께 출연했던 개그맨 김재욱 부부의 발언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 김재욱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8일 밤 개그맨 김재욱과 그의 부인 박세미는 각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자신들이 출연한 프로그램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악마의 편집을 해 '자신들의 가족을 악랄하게 그리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재된 글에서 김재욱은 '자신의 어머니는 미용실이 바빠 1년에 한 번도 자신들의 집에 잘 오지 않는다'며 '제왕절개는 방송 전 결정된 내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방송 고르는 눈이 아직 부족하네요'라며 방송과 제작진 전반에 대해 심도 있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김재욱의 아내 박세미 또한 '원래 시부모님은 집을 잘 찾아오시지도 않는 편'이라며 방송을 위해 만들어진 환경 속에서 많은 비난이 가해지는 것에 대한 부담을 표했다.

ⓒ 김재욱 인스타그램 캡처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송되다가 지난 6월 28일부터 정규 편성돼 시청자들을 찾았다. 특히 김재욱·박세미가 시댁과 겪는 갈등상황들이 주가 되면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가령 명절에 아이를 재워야 하는 상황에서 시댁 식구들이 거실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상황과 박세미가 친정에서 겪은 상황을 비교하는 장면 등이 나왔다. 첫째에 이어 둘째까지 아들인 것을 알게되자 시어머니가 '딸을 낳아야 한다'고 말하는 상황도 잇따랐다. 네티즌들은 이러한 장면을 보고 며느리를 동등한 가족처럼 대하지 않는 현실과 그 사이에서 부인을 제대로 케어하지 못하는 남편 김재욱에 대해 열렬한 비난을 가하기도 했다. 

리얼리티 방송이라고 해도, 분명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어느 정도의 연출이나 개입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아무리 실감나는 방송환경을 추구한다고 해도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분량의 영상을 만들어야 하는 방송 현실의 특성상 불가피한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동시에 아무리 연출됐다고 해도 출연진들의 모습이 100% 연출에 의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들 부부는 당연히 출연진으로서 시청자들의 비난의 정도나 수위에 대해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단순히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선 출연진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은 그 어떤 것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재욱 부부의 경우, 시청자들은 그들의 시부모나 김재욱 자체를 철저한 악인으로 설정해 비난을 가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에게 있어 김재욱 부부가 상징하는 것은 며느리가 같은 가족구성원의 일부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만삭의 몸으로도 시댁에서는 편할 수 없는 사람으로 정의되는 현실의 투영이었다. 대중이 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가한 것도 이러한 사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한국 사회 현실에 대한 지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박세미 인스타그램 캡처

이를 증명하듯 함께 출연하는 다른 부부에 대해서도 사람들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았다. 며느리를 평가하고 며느리의 육아 방식을 무시하는 시부모의 모습에 사람들은 다르게 분노하지 않았다. 제이블랙과 마리 부부만 제외하고서 말이다. 그들은 부인이 가사를 전담하고 남편이 도와준다는 의미로 서로의 생활을 정해두지 않는다. 한 사람이 요리를 하면 한 사람이 설거지를 하는 방식의 분담 방식도 정해두지 않았다. 시부모님과도 완전히 이상적인 모습까지는 아니었지만 다른 집과는 다르게 열린 모습으로 외려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기도 했다. 

김재욱 부부가 연출진의 과한 편집과 설정에 아쉬움을 표하는 것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표하고는 있지만, 그 시기와 적절성에 대해서는 네티즌들이 의아함이 앞서고 있다. 과한 편집이 문제였다면 파일럿 방송시기에 조정할 수 있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한 대본이 아니고서야 어느 정도는 실제 현실을 반영한 부분이 있지 않냐는 것이다.

아직도 완전하게 개선되지 않은 가족 내 며느리의 입지와 가족 환경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예능이 사람들의 공감을 사고 있는 가운데, 김재욱 부부가 비판을 받아 억울한 지점이 진정 어디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필요해보이는 시점이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