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

[문화뉴스] 동물로부터 나오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지 않는 생활을 뜻하는 ‘비거니즘(veganisme)’이 주목받고 있다.

ⓒJTBC예능 '효리네 민박'

jtbc예능 ‘효리네 민박’에 이효리, 이상순 부부의 ‘페스코 베지테리언’이야기가 소개된 적이 있다. tvN 예능 ‘윤식당2’에서는 외국인들을 위한 맞춤 채식 요리를 선보였다. 한국 연예인 중 채식을 실천하고 있는 연예인으로는 이효리, 이하늬, 배종옥, 김효진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TV 방송과 연예인, 친구를 통해 채식주의자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지난 6월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채식연맹(IVU)이 집계한 세계 채식 인구는 1억 8000만 명에 달한다. 한국에서도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전국에 채식 전문 음식점은 약 300곳이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한국 채식 인구는 전체의 2%인 약 100만 명이다. 이렇게 채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주요 소비층으로 부각 되자 ‘채소(vegetable)’와 ‘경제(economics)’를 합성해, 채식 관련한 경제활동을 가리키는 ‘베지노믹스(vegenomics)’란 말도 생겼다. 채식주의자만을 위한 습관이던 ‘비거니즘’은 이제 식품을 비롯해 식물성 원료만을 이용한 화장품, 의류 등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화장품 업계

‘채식’ 열풍이 화장품 업계에도 번지면서 국내 화장품업체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김정문알로에의 ‘큐어 마스크팩’이다. 김정문알로에가 출시한 ‘라센스 로에 큐어 솔루션 알로에 마스크(이하 큐어 마스크팩)’은 일반적으로 쓰이는 알로에 과육 뿐 아니라 잎까지 사용한 것이 특징으로 쿨링과 피부 진정, 보습 기능이 탁월한 제품이다.

외식산업

이태원과 홍대 그리고 서교동, 합정동 등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장소는 콩고기를 넣은 햄버거, 우유나 계란을 넣지 않은 쿠키 등을 파는 채식 레스토랑이 늘어나고 있다.

계란이나 우유, 버터 등 동물성 재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기존 빵의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을 살린 비건 베이커리를 선보인 식품 업체들도 있다. 이런 제품과 서비스는 채식주의자뿐만 아니라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찾고 있다.

패션산업

일부 명품 브랜드의 경우 오렌지 껍질의 부산물을 사용한 오렌지 파이버를 만들었으며 아나나스 아남은 파인애플 잎에서 추출한 섬유질을 이용한 ‘피냐텍스(Pinatex)’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한 이탈리아의 경우는 와인을 만들고 버려지는 포도 껍질과 줄기, 씨를 소재를 한 섬유를 최근 선보이기도 했다.

ⓒpixabay

채식은 크게 8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1. 유제품과 동물의 알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 비건(Vegan)

2. 고기와 동물의 알을 먹지 않지만, 유제품은 먹는 락토(Lacto)

3. 달걀 같은 알 종류는 섭취하는 오보(Ovo)

4. 칼슘과 단백질, 철분을 쉽게 흡수할 수 있는 락토 오보(Lacto-Ovo)

5. 육류를 먹지 않고 해산물과 유제품을 먹는 페스코(Pesco)

6. 돼지고기, 소고기, 양 등 붉은 살코기를 먹지 않는 폴로(Pollo)

7. 때때로 육식을 해 거의 유기농 식단에 가까운 플렉시 테리언(Plexitarian)

8. 동물과 식물을 죽이지 않고 채취할 수 있는 열매만 먹는 프룻 테리언(Fruitarian)

4월 서울대학교 학생식당 비건식 논란

서울대 측은 지난 4월 3일 학생식당인 감골식당에 ‘비건으로 운영했던 채식 뷔페가 락토-오보 채식뷔페로 변경 운영되었다. 콩고기·계란·우유를 사용한 다양한 채식요리를 제공한다’라고 공지했다. 비건(Vegan)이란 육류·생선·해산물 등은 물론 우유·계란·꿀 등도 먹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나 채식주의자를 의미하고 락토-오보(Lacto-Ovo)는 우유·계란·유제품 섭취를 허용하는 채식주의를 의미한다.

이 같은 공지를 본 채식주의자 학생들이 “채식주의에도 여러 층위가 있다. 비건은 먹을 수 없는 식단으로 메뉴를 바꾼 것은 식이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전환이다”라고 반발하자 학교 측은 이들의 의견을 수용해 16일부터 다시 비건식으로 채식 뷔페를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해 일주일만에 메뉴를 다시 완전 채식주의식으로 변경했지만 다양한 채식주의의 이해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된 사건이다.

왜 채식을 하는가

채식주의의 유형만큼 채식주의를 선택하는 동기도 다양하다. 소화 기관의 기능이 약한 사람이나 알러지, 통풍 등 질병을 앓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채식을 해야 하며 공장식 축산에 대한 항의나 종교적인 이유로 채식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공개적으로 채식주의를 선언한 가수 이효리는 자신의 채식에 대해 “공장식 사육과 곰 발바닥이나 상어 지느러미 등 특정 부위를 위해 동물을 학살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배우 김효진은 “2006년 ‘인간의 종말’이라는 책을 보고 채식을 결심했다. 건강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 한 바 있다. 페스코 베지테리언인 이하늬는 “단백질 분해 능력이 떨어져 먹지를 못하는 친동생이 고기가 먹고 싶다고 우는 것을 보고 가족이 함께 채식을 결심했다”고 한다. 

동물보호를 위해 앞장서는 사람들의 생활방식으로 여겨졌던 채식은 더 이상 그들만의 생활방식이 아니게 됐다. 환경과 개인의 건강을 위해 채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pixabay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같이 다양한 채식주의를 모두 포용하기 힘든 실정이다. 서울대 학생식당이 식단을 변경해 논란이 됐으나 애초에 전국에서 채식주의 학생식당을 보유한 대학은 세 곳 뿐이다. 또한 국물요리가 많은 한국요리의 특성상 재료를 완전히 파악하기 힘들고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별도의 안내를 하는 경우도 많지 않기 때문에 채식주의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한국의 일부 채식주의자들은 육안으로 구별 가능한 고기 덩어리만 거부하는 ‘비덩주의’(非 덩어리 주의) 채식을 실천한다. 또, 보다 적극적인 채식주의자들의 경우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채식 식당 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거나 이 같은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기도 한다. 특히 3년째 비건식을 하고 있다는 배우 임수정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채식과 채식주의 식당에 대한 게시물을 지속적으로 게시하고 있다.

비거니즘은 라이프 스타일을 넘어 트랜드로 자리잡았다. 트랜드라고 해서 모두가 채식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채식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채식을 실천할 수 있는 환경과 자유로운 분위기가 형성되어, 마음 편히 외식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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