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매력에 흠뻑 젖다, 먹는 재미는 덤

전주한옥마을이 젊은 세대들의 문화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 사진 = 정종갑 사진기자

[문화뉴스 울트라문화]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고풍스러운 한옥 주위를 뛰어난 자태의 한복을 입은 젊은 남녀가 거닌다. 언제부터인가 전통문화거리가 현대화되고 모던한 젊음의 거리만큼 새로운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많은 주목을 받는 전주한옥마을을 찾아갔다.

전주 초입에 도착했는데 빗방울이 굵어졌다. 다소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분위기에 한가한 전주 시내를 관통해 한옥마을로 향했다. 비가 점점 더 많이 내렸다. 인적이 없는 젖은 고택들만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는 주차장에 도착하면서 사라졌다. 많은 비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전통은 또 다른 신선함

평일 오전이었는데 사람들이 꽤 있었다. 어깨를 감싸고 우산을 쓴 연인들도 있고, 삼삼오오 지나다니는 친구들의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우비를 걸치고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사람도 있었고, 노란물을 들인 머리에 화려한 한복을 받쳐 입고 거리를 오가는 여성들도 눈에 들어왔다.

전주한옥마을은 운치와 멋이 있었다. 수백여 채는 될 만큼 많은 한옥이 즐비하게 서 있는데, 현대식 건물과 달리, 넓게 트인 공간의 여유와 개성이 도드라져 보였다. 서울의 홍대나 가로수 거리가 콘크리트나 시멘트를 예술적으로 조성한 인조구조물의 느낌이라면 전주한옥마을은 자연 친화적인 흙과 나무의 조화를 이뤄 풍취를 더하고 있었다.

전주한옥마을 전경 / 사진 = 정종갑 사진기자

입구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는 체험형 한옥이 모여 있었다. 넓은 마당과 창문 사이로 집안이 슬쩍 보이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걸음을 붙잡았다. 넉넉한 인심과 여유로운 한옥채에서 하룻밤의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좌우로 뻗은 중앙거리에는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일반적으로 일직선으로 내려오는 한복 치마 속 중간에 틀을 잡아서 서양의 드레스 같게 한 방식이 한복의 태를 더 곱게 만들었다. 훨씬 활동적이고 멋스러웠다.

전주하면 음식문화의 본고장으로 꼽는데, 이곳에는 전주에서도 내놓으라 하는 맛집들이 몰려있다. 점심시간을 맞이해 식사를 하려는 인파가 음식점과 카페로 몰렸다. 거리 곳곳에는 음식문화만큼이나 멋스러운 박물관 등의 역사·문화 시설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조선조 왕들의 초상을 보관하는 어진박물관이나 전주소리박물관, 전주전통술박물관 등과 동학혁명기념관 등의 시설들이 한옥마을의 품격을 높였다.

사진 = 정종갑 사진기자

전주한옥마을은 휴식과 낭만,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그 에너지가 젊은이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전통 안에서 새로움을 찾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멋지게 보였다. 멋이 있고, 맛이 있는 전주한옥마을. 비가 와서 땅은 질고 하늘은 흐렸지만, 한옥은 더 선명하게 부각되고 우산을 쓰고 거니는 길가는 한없이 로맨틱해 보였다.

한옥마을, 체험하고 즐기는 공간

문화는 본래 배우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고 즐기는 것이다. 전주한옥마을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전통문화공간을 친근하고 즐거운 공간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서울의 북촌이나 인사동에 비해 더 다양한 형태의 공간들이 있었고 마을이라는 조합이 가진 정겨움의 깊이가 남달랐다.

‘한복’을 명절 때나 입는 거추장스러운 옷이 아니라 예쁘고 자랑스러운 우리의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전통과 현대의 단절을 잇고 궁이나 문화재가 가진 근엄함과 진지함 대신 친숙함의 옷을 입었다. 전주한옥마을은 연인, 친구, 가족이 함께 와서 즐기고 나누고, 공감하면서 살아가는 삶의 한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웃음이 피어나고 정감이 솟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진 = 정종갑 사진기자
사진 = 정종갑 사진기자

전주한옥마을 안에는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보존되고 있는 가옥들이 상당수 있다. 주로 조선시대 주요기관이나 문화재로 인정되는 건축물들이다. 그곳은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고 설명도 잘 되어 있지만, 지금은 인적이 끊긴 모습에 휑한 느낌이 들었다.

혈기왕성한 젊은 세대가 잠그고, 가두고, 담을 치는 도시문화보다 담이 낮고, 문은 열려있고, 창을 통해 안을 볼 수 있는 한옥의 매력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전망대 카페 위에 올라가 내려 본 수백 채의 한옥은 어울려 사는 우리네 모습과 같았다.

사진 = 정종갑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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