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통해 트럼프 선거캠프의 외교정책 고문이었던 카터 페이지(47)에 대한 미국 연방수사국(FBI) 감청영장 신청서를 입수했다.

문서는 FBI가 지난 2016년 10월 해외정보감시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올해 초 기밀에서 해제됐다. 문서에는 페이지가 러시아 정부의 포섭 대상이었다고 FBI가 믿는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문서에는 "페이지는 정보 요원들을 포함해 러시아 정부 관리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페이지는 러시아 정부와 협력하고 공모하고 있다", "이는 미국 형법을 위반하고 2016년 미 대선의 결과를 훼손한다"라는 FBI 설명이 게재돼 있었다.

NYT는 이 증거를 제시하며 "페이지는 러시아 정보원이라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으며, FBI가 첫 감청영장을 신청한 지 2년이 다 되도록 범죄 혐의로 기소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법무부와 FBI는 지금까지 페이지에 대한 감청영장을 3차례 갱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페이지는 22일 오전 CNN 인터뷰에서 "내가 러시아 측과 연루됐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결코 외국 정부의 요원 역할을 한 적이 없다"라고 해명했다.

페이지에 대한 감청은 올해 초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측이 크게 반발했던 사안 중 하나다.

공화당은 "FBI가 권한을 남용해 부적절하게 감청영장을 받았다"라고 비난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이 FBI의 권한남용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다"라고 질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페이지의 감청영장이 공개된 이후, 오히려 트럼프 대선캠프가 불법적으로 도청됐다는 자신의 주장이 명확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영장 신청서는) 우스꽝스럽게도 심하게 수정됐다. 법무부와 FBI가 연방법원을 속였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는 '마녀사냥'이며 '사기'다. 사악한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트럼프 대선캠프를 불법적으로 감시한 정황이 짙어지고 있다. 공화당은 이제 강하게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연루 의혹이 더욱 뚜렷해졌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의원은 "2016년 미 대선에 불법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위해 러시아와 트럼프 선거캠프의 고위인사인 카터 페이지가 협조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전했다.

NYT가 공개한 영장 신청서는 무려 412쪽에 달한다. 단, 상당 부분이 검은색으로 덧칠한 기밀사항이어서 정확한 문맥을 파악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영장은 미국 내 외국 스파이 용의자에 대한 감청을 허용하는 해외정보감시법(FISA)에 따른 것으로, 감청영장 신청서가 공개된 것은 약 40년 전 법률 제정 이후로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