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로드르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눈엣가시'였던 호주 수녀 ‘퍼트리샤 폭스(71)가 필리핀 이민국으로 인해 다시 추방될 위기에 놓였다.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매체는 20일 필리핀 이민국이 폭스에게 다시 추방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필리핀 이민당국은 폭스의 재입국을 막기 위해 블랙리스트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필리핀 이민국은 폭스가 선교사 비자가 허용하는 활동범위를 넘은 행동을 했기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폭스가 반정부 집회는 물론 정치·인권문제와 관련된 기자회견에도 참석했다는 게 이유였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폭스를 비난했다. 그는 폭스를 향해 “외국인인 당신은 수녀의 탈을 쓰고 나를 모욕하고 있다”며 “그것은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민국에 폭스 수녀의 추방을 지시했다. 

이에 필리핀 이민국은 지난 4월 폭스 수녀를 ‘바람직하지 않은 외국인(Undesirable Alien)’이라며 체포한 뒤 선교사 비자를 박탈했다. 30일 안으로 필리핀을 떠나라는 명령도 함께했다.

폭스는 계엄령이 선포된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 감옥의 인권 실태를 파악하는 조사단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이점에서 마약과의 전쟁 당시 발생한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판을 봉쇄하려는 필리핀 당국의 목적을 엿볼 수 있다.

폭스는 이런 이민국의 결정에 불복, 법무부에 이의를 신청했다. 법무부는 지난 6월 “이민국이 비자를 박탈할 권한은 없다”며 폭스의 추방조치를 무효화했다.

그럼에도 필리핀 이민국은 폭스를 추방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칼을 빼들었다. 

폭스 수녀는 1990년대 초반부터 필리핀 현지 여성과 가난한 농부등을 돕기 위해 27년 간 인권 단체 활동가들과 봉사활동을 벌여왔다. 

내년 5월 상·하원 선거를 앞둔 필리핀 내에서 정권을 잡은 두테르테는 폭스 수녀의 움직임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마약과의 전쟁에서 뒤따른 민간 피해를 필리핀 밖으로 알리는 그녀의 행보가 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