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세 외교' 비난 쏟아지자 사흘 만에 태세 전환…미국 의회 "통역 나오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제안한 '맞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문화뉴스] 미·러 정상회담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적극 부인하면서 "특검팀의 입회하에 러시아 검사들로 하여금 기소된 정보요원들을 심문하게 하자"라고 제안했다.

지난 미국 대선에 개입한 혐의로 미국에서 기소된 러시아 정보기관(GRU) 요원 12명을 미국에 보내 미국 법무부 조사를 받게 할테니, 러시아가 사기 혐의를 주장하는 마이클 맥폴 전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 등 미국인 2명을 직접 조사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멋진 생각", "믿기지 않는 제안"이라며 환영했으나, 이는 사흘 만에 없던 일이 됐다.

19일(현지시간)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푸틴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제안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신원이 확인된 12명의 러시아인을 미국으로 보내 유무죄를 증명하게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당시 2016년 대선뿐만 아니라 향후 미국 선거에도 개입한다면 참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푸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정상회담 당시 그의 '환영' 발언은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미국 정보 당국의 결론을 부정하고, 푸틴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한 것과 함께 큰 논란이 됐다. 

친(親) 트럼프계 인사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를 현명하다고 할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 러시아에는 '법의 지배'가 없고 푸틴의 통치가 있을 뿐이기 때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나쁜 한 주였다. 그는 준비했어야 할 만큼 충분히 준비하지 않았다.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더 꼬이게 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역시 "그런 일(맞조사)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미국 정치권과 매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저자세 외교'를 했다는 비난을 쏟아내자 사흘 만에 태세를 전환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의 거듭된 해명에도, 그가 러시아를 두둔하는 '기이한' 장면이 연출된 이래 후폭풍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미·러 단독 정상회담에서 오간 대화를 둘러싼 풍문이 무성해지자, 미국 의회는 당시 배석했던 미국 측 통역을 청문회에 불러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백악관이 성명을 통해 푸틴 대통령의 맞조사 요청을 대통령이 거절했다고 해명하자, 미국 의회 내에서는 90분간 단독회담에 배석했던 미국 측 통역을 청문회에 불러내 대화 내용을 확인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야당 민주당 소속 진 샤힌 의원은 "두 정상이 개인적으로 무엇을 논의했는지 알기 위해 그들의 회담에 배석한 미국 측 통역에 대한 청문회를 요구한다. 이 통역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과 무엇을 공유하고 약속했는지 밝히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트윗을 남겼다.

해당 통역은 국무부에 소속된 마리나 그로스로, 당시 단독회담의 유일한 미국 측 배석자였다. 그는 로라 부시 등 과거 퍼스트레이디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등의 통역을 했던 인사로 '국무부 직원'이라는 점 외에는 다른 정보가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단독 정상회담 내용을 놓고 러시아 측에서는 '중대한 합의'라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미국 관리들은 그 내용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어 '통역의 청문회 출석'이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18일 두 정상의 확대정삼회담에 배석했던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신 전략무기 감축협정(New START)과 중거리핵전력협정(INF) 등의 유지를 포함해 "중요한 구두 합의"가 이뤄졌으며, 시리아 문제의 대처에 대해 미국이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제안"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군 수뇌부는 "국가안보에 관한 어떤 이슈가 합의됐는지 파악하기 위해 앞다퉈 뛰고 있지만 거의 알아낸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국무부는 통역의 의회 출석에 대한 어떠한 공식적인 요청도 아직은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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