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식 일괄타결 대신 특정시한 없는 ‘장기전’ 거론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에 시간제한이 없다는 사실을 밝혔다. 특정시한이 없는 '장기전'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문화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를 속전속결식 일괄타결론에서 시간‧속도에 제한이 없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하원의원들과 만난 공개발언 자리에서 “시간 제한도, 속도 제한도 없다. 그저 과정을 밟아갈 뿐”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미국은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그 이후 후속협상을 거친 뒤 비핵화 특정 시한을 명시적으로 못 박지 않았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보아 트럼프 행정부는 비핵화와 관련해 장기전 채비를 하는 모양새다.

이는 북한이 줄곧 요구해왔던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른 단계적 동시 행동론을 미국이 일부 수용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3차 방북 이후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자 미국 내에서는 '빈손 방북'이라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비핵화 시간표 논란은 지난 한 달간 계속돼왔다. 

지난달 14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에 북한의 주요 비핵화 조치를 완료하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비핵화 가이드라인을 ‘2020년’이라고 암시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비핵화 로드맵이 구체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후속협상이 곧바로 시작됐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북한 측이 뜸 들이기로 후속협상을 지연시키자, 지난달 25일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 시간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유연한 입장을 취했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달 "미국이 핵 및 생화학 무기, 미사일 등을 1년 이내에 해체하는 프로그램을 고안했으며, 북한이 협조한다면 매우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라며 비핵화 시간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맘때쯤 속도 조절론을 꺼내 들었다.

지난달 27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과정을 ‘칠면조 요리’에 빗대며 “(비핵화를) 서두르면 스토브에서 칠면조를 서둘러 꺼내는 것과 같다. 이제 요리가 되고 있고 여러분들이 아주 만족할 것이지만 서두르면 안 된다. 더 서두를수록 나쁘고 더 오래할수록 더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핵과 생화학 무기를 포함한 대량파괴무기(WMD)+탄도미사일 1년 내 해체’라는 시간표를 제시하면서, 조만간 북미 간에 논의될 것이라고 예고해 시간표 논란이 또다시 제기됐다.

이후 국무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일부 인사들이 시간표를 제시한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그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라며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겠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장기전을 시사한 것에 대해 "구체적 시간표를 못 박았다가 속도를 내지도 못한 채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만 하는 상황을 초래하기보다는 '전략적 모호성'을 택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3차 방북을 마친 지난 8일 “시간표와 관련해 우리(북미)는 많은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미국이 일정한 시간표를 제시했지만 북한과의 이견을 제대로 좁히지 못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이 ‘빈손 방북’이라며 미국 내에서 회의론이 제기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는 시간이 걸릴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속도 조절론을 적극 내세우고 있다.

지난 13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은 과정이다. 아마도 사람들이 바라는 것보다 더 긴 과정이 될 수 있다. 나는 오래 걸리는 과정에도 익숙해지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16일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도 “나는 정말 서두르지 않는다. 우리가 북한과 잘하고 있어서 아직 시간이 있다. 수년간 계속된 일인 만큼 서두를 필요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계속해서 비핵화 속도 조절을 시사해오자, 일각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일관된 목표로 세웠다가, 이를 공동성명에 명문화하지 못해 역풍을 맞은 학습효과가 아니냐”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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