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력보정기·후드형 잠수복 등 다양한 장비 사용돼…구간에 따라 1~4명 구조인력 동행

미국 공군 구조 전문가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구조 당시 동굴 안의 상황을 일부 공개했다. [태국 네이비실 영상 캡처]

[문화뉴스] 지난 10일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州) 탐루엉 동굴에 갇혔던 13명의 소년과 코치가 기적적으로 전원 구조된 가운데,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던 구조 과정이 공개됐다.

앞서 태국 당국은 구조 개시와 함께 인근을 통제해 구조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동굴 안은 물론 입구의 상황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11일 AP통신에 따르면, 미군이 파견한 구조단을 이끈 미국 공군 구조전문가 데릭 앤더슨(32) 상사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구조 당시 동굴 안의 상황을 일부 공개했다.

지난달 28일 태국의 요청으로 앤더슨 상사와 미군 인도 태평양사령부 소속 구조전문가 30명은 동굴로 파견됐다. 당시만 해도 유소년 축구팀의 생존 여부와 위치가 파악되지 않았다.

앤더슨 상사팀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비가 내리고 있었으며, 동굴 입구가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한 상태였다.

그는 “우리가 동굴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바닥이 말라 있었지만, 불과 1시간~1시간 30분 만에 동굴 안쪽에 물이 가득 고여 밖으로 나와야 했다”고 설명했다.

태국 네이비실 대원들과 세계 각지에서 달려온 동굴 구조 및 잠수 전문가들은 힘을 모아 17일 만에 전원을 구조하는 쾌거를 이뤘다.

앤더슨 상사는 태국 당국이 제3의 출입구를 찾거나 바위를 굴착하는 방법 대신에 몸도 허약하고 수영조차 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잠수법을 가르쳐 동굴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 선택을 한 배경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동굴 안의 산소 농도는 떨어지고 아이들이 아플 위험도 있었다. 비가 더 내리면 소년들이 장기간 동굴에서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더 희박해지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잠수장비 사용법 교육은 최대 난코스로 불리는 좁은 통로를 통과하는데 맞춰 진행됐다.

앤더슨 상사는 “아이들이 있던 동굴 안쪽의 수심이 잠수부가 훈련하는 수영장의 깊이와 비슷했다. 잠수훈련의 목표는 아이들이 전문 잠수사를 따라 성인 한 명이 겨우 나갈 수 있는 좁고 긴 통로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소형 잠수함은 실용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구조 과정에서 사용되지 않았다.

실제 탈출 과정에서는 이미 알려진 장비인 전면마스크 외에도 다양한 장비가 쓰인 것으로 전해졌다. 물속에서 몸이 떠오르지도 가라앉지도 않게 해주는 ‘부력 보정기’, 머리까지 감싸는 후드형 잠수복, 신축성이 있는 고무끈, 특수 마스크 등이 있었다.

앤더슨 상사는 “특히 (대기압력보다 높은 압력의 공기를 방출하는) 양압 호흡기가 달린 마스크가 결정적이었다. 이 마스크를 쓰면 좁은 통로에서 패닉 상태에 빠져 마스크 안에 물이 들어와도 압력 때문에 자동으로 배출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장비가 갖춰졌음에도 좁은 통로에 저체온증을 유발하는 빠른 물줄기가 흘러 초기 여러 차례 돌파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으며, 동굴 통로를 따라 안전 로프를 설치해 상황이 다소 개선됐음에도 여전히 위험이 컸다고 말했다.

앤더슨 상사는 “이런 지형에서 잠수할 때 설치되는 로프는 생명줄이다. 로프가 설치된 이후 아주 조금 진전이 있었지만, 불과 40~50m를 나아가는데 5~6시간을 허비해야 했다”고 전했다.

태국 네이비실은 "'멧돼지(생존자들이 소속된 축구클럽 명칭)를 집으로' 작전은 어젯밤에 끝났다. 큰 도움을 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당국은 생존자 1명당 잠수 전문가 2명이 붙어 아이들을 빼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동원된 인력은 훨씬 더 많고 구간에 따라 보조 인력의 수도 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동굴 안에는 100명에 가까운 구조인력이 있었으며, 총 9개의 공간(chamber)을 통과하는 위험천만한 과정에 생존자 1명당 10여 명이 붙었다.

일부 구간에서는 2명, 좁은 구간에서는 1명의 잠수사가 아이들과 동행했고, 에어포켓이 있는 공간은 아이를 공중에 띄워 통과시켰다. 일부 구간은 물이 없었지만 바위투성이였다.

동굴 중 중간에는 생존자 공기통 보충용 실린더가 설치돼 있었는데, 이는 일반 공기가 아닌 산소 농도 80% 공기가 채워져 있었다. 그래야만 생존자들이 산소포화도를 높여 온전한 정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

동굴에서 아이들을 들것에 태워 옮기는 임무를 수행했던 전직 네이비실 대원은 “동굴에서 나온 아이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잠든 상태였다. 어떤 아이들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하지만 숨은 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쁘랴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소년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하려고 불안 완화제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링거를 맞고 있는 소년들은 다소 지친 듯해 보였지만, 병원 측에서 사전에 설명한 것과 같이 건강한 모습이었다. [브라이트TV 영상캡처]

앤더슨 상사는 이번 구조작전에 대해 “나도 이전에 해본 적이 없는, 일생에 한 번 경험할까 말까 한 경험을 했다. 우리는 지극히 운이 좋았기 때문에 원했던 결과를 얻었다. 이는 많은 퍼즐 조각을 맞춘 결과며 이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년들은 시계(視界)가 제로인 상태에서 최장 30분간 잠수를 견뎠다. 정말 중요한 것은 코치와 소년들이 뭉쳐서 강해지자는 이야기를 나누고, 생존 의지를 보였다는 점이다”고 덧붙였다.

이날 구조된 태국 유소년 선수들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영상도 공개됐다. 병실에 앉은 소년 2명은 촬영 카메라가 보이자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이는 태국 전통예절로 인사하더니 곧바로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만들어 흔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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