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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문화공감] 호국보훈의 달 6월, 우리가 알아야 할 우리의 소설들우리 역사 돌아보게 할 문학 작품
  • 차주화 기자
  • 승인 2018.06.2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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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문화공감] 벌써 6월도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다. 6월 21일부터는 하지(夏至), 연중에서 낮이 제일 긴 절기로 들어가게 된다. 마치 초여름 시작과 같은 분위기에 나들이를 만끽하기에도 좋겠지만, 그에 앞서 6월이 지니는 역사적 의미도 한번쯤 살펴보았으면 한다.

얼마 전 우리들은 지방선거를 통하여 국민들의 뜻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거의 ‘역대급’ 결과였다. 우리 국민들이 이렇게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주권을 행사하기까지, 수많은 희생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1987년 6월의 민주 항쟁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주권을 행사하기까지 수많은 희생이 있었다. [국가보훈처 웹사이트 캡쳐]

그 뿐인가. 한반도에서 가장 가슴 아픈 역사라 할 수 있는, 한국전쟁. 1950년 6월 25일에 발발한 이 전쟁은, 공식적으로는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상태이다. 남한과 북한군, 그 밖에 수많은 나라들이 자신들의 이념에 따라 교전했다. 세계 기네스북에는, 가장 많은 나라가 단일 연합국으로 참전한 전쟁(Most countries to support an ally in war, 67개국)으로 기록되고 있다.

6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다. 곧 열대야와 장마가 찾아 올 이 여름에, 우리 역사를 돌아보며 문학 작품 한권으로 더위를 잊어보는 건 어떨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이 작품들은 수능이나 각종 시험 등에도 자주 출제되니 가족들과 함께 읽어도 좋을 것이다.


■ 최인훈의 <광장>

<광장>은 1960년 11월에 연재소설로 출발했다. 소설의 주인공 이명준은 남한 사회에 비판의식을 가진, 나름 배운 청년이다. 그의 아버지는 빨갱이 취급을 받고, 그는 남한을 ‘밀실’이라 느낀다. 결국 그는 월북하게 된다. 그러나 북한에서도 그가 찾던 진정한 ‘광장’은 없었다.

이명준은 현실과 맞지 않게 이상적인 삶을 추구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철학도인 그는 철학적인 사색과 논쟁, 관념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한마디로 현실과 동떨어지는 지식인의 비극을 잘 그려낸 작품이다.

그가 찾고자 했던 ‘광장’은 공동이 다함께 바람직하게 어우러지는 사회의 모습이다. 반면, 그가 답답함을 느꼈던 ‘밀실’(남한)은 각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광장’을 기대하며 넘어간 북에서는 개인의 행복을 추구할 수 없었다.

작가 최인훈 (1936년 4월 13일~)

소설의 저자 최인훈은 함경북도 출신으로, 한국전쟁 때 철수하는 남한 군인을 따라 월남했다. 그는 젊은 나이에 이 소설을 발표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 하근찬의 <수난이대>

경상도 어느 작은 마을의 이야기를 다룬 <수난이대>는, 작품 이름부터 비극적인 느낌을 드리운다. 등장인물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 때 징용을 끌려가 한쪽 팔을 잃었으며, 3대 독자인 아들은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한쪽 다리를 잃어버렸다. 아버지와 아들, ‘이대’가 모두 전쟁과 이념에 수난을 받아왔다. 전투가 끝났어도 그들의 없어진 팔과 다리가 살아 돌아오진 않으니 일평생 수난을 겪을 수밖에.

그러나 이들은 현실에 순응하고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삶이 버거울 때, 사회가 불안정할 때, 지금처럼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올 때, <수난이대>의 주인공들의 모습을 한번쯤 바라보는 건 어떨까. 절망의 순간일지라도, 서로 위로하며 낙관적인 태도를 가지는 모습을 말이다.

우리나라 근대를 대표하는 시인 박봉우, 신동엽, 그리고 하근찬의 젊은 시절 모습.

저자인 하근찬은 1957년에 <수난이대>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등단하였다. 1931년에 태어난 그는, 일제강점기 말에서 한국 전쟁에 이르기까지의 농촌에 사는 평범한 민중들의 고통을 주로 그렸다. 그가 그린 민중의 모습은 <수난이대> 속 주인공들처럼 슬퍼도 꿋꿋이 이겨내는 의지력을 가졌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것이 그가 느낀 우리들의 국민성일까, 우리에게 바라는 모습일까, 아니면 둘 다 일까.


■ 이범선의 <오발탄>

<오발탄>은 매우 비극적인 소설이다. 물론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모든 소설이 그렇겠지만, 오발탄은 작품 속에서 선명한 핏빛을 드러낸다. 월남한 한 가족과 가장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인데, 휴전 이후 당시 한국 사회가 얼마나 부조리하고 암담했는지를 고발한다.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오발탄>, 영화 속 장면

이 소설의 제목이 ‘오발탄’인 이유는 뭘까? 그건 주인공이 '인간이 세상에 나온 것이 조물주의 실수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마 소설 속에서 그의 현실을 보노라면 스스로가 ‘오발탄’이라 느낀 데 공감하실 수 있으실 거다. 해방촌 판잣집에서 사는 그의 가족. 어머니는 자꾸 고향인 북으로 가자하며 미쳐버렸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여 강도가 되어버린 동생, 생계를 위해 양공주가 된 누나, 영양실조 딸, 그리고 만삭인 아내의 죽음까지...

이 소설의 저자인 이범선은 1920년에 태어나, 김동리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그는 담담한 문체를 선보였고, 사회 고발 의식이 짙은 리얼리즘 작품을 주로 썼다.


■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이 소설의 제목이 비참한 현실에 굴복해야만 했던 등장인물을 비유하는 말이라는 것을 눈치채셨을 지도 모르겠다. <병신과 머저리>는 형과 동생의 이야기다. ‘병신’으로 비유되는 형은 한국전쟁을 겪으며 방황하는 모습을 보인다. ‘머저리’인 동생은 뚜렷한 원인은 없으나 무기력한 현실과 관념에 혼돈을 느끼는 모습이다.

작가 이청준 (1939년 8월 9일 ~ 2008년 7월 31일)

이 작품은 ‘액자식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기법은 저자인 이청준이 자주 사용하는 기법이기도 하다. 형은 전쟁에 대한 자신의 상처를 극복해내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소설로 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왜 아픈지를 모르는 동생에겐 ‘극복’의 방법 자체가 모호하며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이 소설에서 우리는 오늘날의 청년의 모습도 살짝 엿볼 수 있다. 전쟁이나 항쟁과 같은 구체적인 사건을 제시할 순 없지만, 사회 속에서나 꽤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뚜렷한 원인을 알아야 극복할 의지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 알 수 있다.


■ 윤흥길의 <장마>

작가 윤흥길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소설<장마>는 굉장히 한국적인 색채가 짙은 작품이다. 우리 민족 고유 정서라 할 수 있는 한(恨)을 그려냈기 때문. 한국의 문학에서 ‘한’이 갖는 상징성은 굉장히 크다. 그 정서 자체에서, 어쩌면 우리 민족의 수난사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한 민족이 이념의 대립으로 갈라져 있지만 동시에 비슷한 정서를 가지기에 극복이 가능하다는 희망적 성격을 띤다. 종교적 개념을 넘어, 우리 고유의 전통으로 이어 온 토속적인 샤머니즘 등을 화해의 장치로 볼 수 있다고 여긴다.

<장마> 역시 오발탄과 마찬가지로 영화로 제작된 바 있다.

이 작품의 제목인 ‘장마’가 의미하는 것은 한국전쟁이다. 계절적으로 6월 25일 쯤은 장마철이다. 소설 속에서 대립되는 인물들 사이의 갈등은 장마철이 끝남에 따라 해소된다. 장마가 보편적으로 부여하는 이미지 역시 소설의 분위기와 잘 맞다. 장마의 ‘길고 지루한’느낌이, 등장인물들이 처한 우울하고 지긋지긋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 소설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찾아볼 수 있는 소설이며, 오늘 날에도 민족적인 정서를 통해 독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 시대와 문학의 관계, 그리고 역할

수많은 문화 중에서도 문학은 시대의 거울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시대 문학’을 접하는 이유도 그러하다. 문학이 주는 희로애락도 있겠지만, 한 사회를 통찰할 수 있는 장치의 역할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장년층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한국전쟁을 겪어보지 못했으며, 청년들은 우리나라의 근대화 과정을 머리로만 알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우리 사회를 그려낸 작가들의 문학 작품을 보노라면 한 인간, 가족, 나아가 평범한 국민들이 처한 개별적인 아픔이나 감정 등을 면밀히 바라볼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문학이 가지는 사회성이 발현된다. 물론 시대 영화를 통하여 시각, 청각적으로도 그러한 간접적인 경험을 해볼 수 있다. 그러나 문학을 통하여 독자는 더 능동적으로 매섭고 깊은 통찰을 할 수 있다.

영화 <동주> 중에서

역사의 3요소는 인간, 공간, 그리고 시간이다. 우리 한국의 문학에서 위와 같은 작품들은 물론, 다양한 시대를 다룬 작품들이 다양한 시간 속,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군중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우리를 제대로 보기 위하여 우린 우리의 시대 문학을 읽을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 시대성을 잘 반영하는 문학 역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문학이 사회의 거울을 하는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국방TV 영상 <호국보훈의 달 특집 잊혀지지 않는 이름들> 중에서

요즘 서점에는 구미를 당기는 도서들이 정말 많이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6월엔, 우리 시대를 다룬 우리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보는 건 어떨까. 당시의 시·공간이 주는 느낌이 충분히 와 닿을 수 있을뿐더러, 굉장히 의미 있는 독서라 여길 수 있을 것이다.

학창 시절에 시험공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읽었다면 특히나 더욱 재독하시길 권해본다. 학습이 아니라 온전히 감상해본다면, 분명 그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으실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사회에서 일어난 사건들 때문일까, 요즘 청소년들은 역사에 관심이 많다. 아마 가족이 함께 읽어도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차주화 기자 | chajh@gom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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