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스 멀티유스로써의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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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 Use)'라는 용어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하나의 콘텐츠를 영화, 게임, 음반, 애니메이션, 캐릭터상품, 장난감, 출판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판매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식"인데, 용어에 대한 정의 이외에도 주목할 만한 설명이 따른다. "마케팅 비용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 장르에서의 성공이 다른 장르의 문화상품 매출에도 영향을 끼치는 시너지 효과를 낸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원소스 멀티유스'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어떤 매체든, 그 본래의 매체로써만 한정되어야만 한다는 고집은 희박하다. 또는, 그 첫 모습으로만 머무르지 않기를 바란다. 흔히 인기 있는 소설을 두고 이루어지는 "가상 캐스팅"은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광경이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아끼는 작품이 또 다른 매체를 통해 확장되고, 더 알려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확장의 대상으로 인식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지난 몇 년간 꾸준한 성장을 보인 웹툰 시장. 그러나 웹툰이라는 매체가 다른 매체로 확장되는 과정에는 늘 우려가 뒤따랐다. 원작이 존재하는 모든 매체가 안게 되는 숙제가 그러하듯, 원작을 충실하게 구현해내지 못할 가능성만이 걱정거리가 되었던 것은 아니다. 웹툰 자체에 관한 의구심이 있었다. 과연 웹툰은 영화로, 드라마로 재현될 만큼 "괜찮은" 이야기를 갖고 있는가.

최근 웹툰이 매체로써 보여준 활약은 그러한 물음을 가라앉히기에 충분해 보인다. 일이 년 사이, 이른바 대세로 떠올랐던 드라마 중에서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 있었다.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은 케이블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직장인 판타지"로 화제를 모았다. 최규석 작가의 '송곳' 역시 가볍지 않은 소재를 정면으로 제시함으로써 웹툰에서 다뤄지는 서사의 영역이 사회 문제에 닿아 있을 수 있음을 인식시킨 바 있다.

   
   
 

이상의 사례들은 그 개개의 성공 여부 이전의 시사점을 남긴다. 웹툰이 "해볼 만한" 매체임을 증명했다는 사실이다. 웹툰은 현재까지의 확장에서 분명히 뚜렷한 성공 사례들을 남겼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7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며 웹툰 원작의 힘을 입증한 바 있다. 영화 '이끼' 역시 웹툰 영화화의 성공 사례인 동시에, 웹툰의 서사가 영화의 서사로도 적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다른 매체로의 확장에서 늘 성공할 수 있는 원작 매체란 없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웹툰의 성공 가능성이 인정받았다는 대목이다. 웹툰의 다른 매체로의 변신이 당연해지고, 그 영역이 점점 더 다양해지는 흐름이 예상된다. 그 시류 속, '원소스 멀티유스'의 대상으로써 웹툰의 활약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웹툰의 확장 양상을 살펴본다.

   
 
   
 

'치즈인더트랩',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네이버 인기 웹툰 '치즈인더트랩'은 2009년 연재를 시작한 이래 꾸준히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작품이다. '치즈인더트랩'의 매체 확장은 언젠가는 일어날 일인 것처럼 거론되곤 했다. 특히 드라마화는 로맨스 스릴러라는 작품의 장르 특성상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아니나 다를까, 웹툰이 속속 브라운관, 스크린 등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치즈인더트랩'의 드라마화는 당연한 순서인 듯이 이루어졌다.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은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았다. 남자 주인공 유정 역으로 선정된 박해진은, 원작 팬들의 "가상 캐스팅"에 꼭 들어맞는 배우로서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초반 캐스팅 미스 논란이 일었던 배우들 또한 안정적인 해석으로 호평을 받았다. "재밌는"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끼치는 영향으로써, 조별과제의 폐해를 널리 알렸다는 농담이 오가기도 했다.

하지만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 결말로 이행하는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드라마 방영 중반부터 시작된 삐걱거림은 작품에 쏟아졌던 안도의 한숨이 탄식으로 바뀌게 했다. 드라마 제작진은 원작자 순끼 작가와 배우 박해진과 불협화음을 일으켰고, 종영 시점에 이르러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에는 "원작 모독"이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웹툰 '치즈인더트랩'의 드라마화는 이렇게 개운하지 않게 마무리됐다. 그러나 끝은 아니다. '치즈인더트랩'은 영화화 소식을 알리며 다시 한 번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순끼 작가는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입장을 표했지만, '치즈인더트랩'이 드라마화로 그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은 팬들을 고무시키고 있는 바다. '치즈인더트랩'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법의 첫 번째 기준을 말하다…… '동네 변호사 조들호'

배우 박신양이 5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복귀하면서 고른 작품은 웹툰 원작의 드라마, '동네 변호사 조들호'다. 작품은 잘 나가던 검사가 "동네" 변호사로 변신한 이야기를 다룬다.

보육원 출신으로 유망주의 위치까지 오른 검사 조들호는 출세를 위해서라면 윗선에서 시키는 일은 모두 해냈지만, 같은 보육원 출신의 강일구에게 씌워진 누명을 외면하지 못하고 처음으로 항명한다. 그 선택으로 조들호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추락한다. 그렇게 낭인(浪人)으로 세월을 보내던 그는, 강일구가 연관되었던 3년 전의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걸 계기로 다시 법정으로 돌아간다. 이번에는 "동네" 변호사로.

'동네 변호사 조들호'는 법의 첫 번째 기준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법은 강자를 위한 것이라는 흔한 말에도 불구하고, 법의 최초의 모습은 정의에 기반을 둬야 한다는 사실이다. 강자에 의해 악용되거나 약자를 억압하는 수단이 되더라도, 극은 법은 정의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한다. 박신양의 공인된 연기를 통해 구현되는 조들호라는 인물의 모습은 법의 역할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보게 한다.

드라마 '동네 변호사 조들호'는 동시대 드라마 중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순조로운 항해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올바름에 대한 사람들의 갈구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법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증명이 지금 시작됐다.

   
 

황정음과 류준열의 로맨틱 코미디, '운빨 로맨스'

"골치 아픈"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점을 맹신해, 전 남자친구의 삼재(三災)에 좋다는 이유로 신발에 막걸리를 붓는 엽기적인 짓도 서슴지 않았던 이력이 있다. 또 다른 한 명은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본인 명의의 건물을 살 만큼 야무지지만, 지나친 구두쇠로 주변인들을 질리게 한다. 연애 상대로는 고려되기 힘들 것 같은 두 사람. 여기, 하필이면 그 두 사람 간의 로맨스가 시작된다.

웹툰 '운빨 로맨스'는 미신 맹신자와 구두쇠라는 독특한 조합으로 연애사를 풀어나간다. 5월 방영 예정인 MBC 드라마 '운빨 로맨스'에서 배우 황정음의 출연 사실이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다. 황정음은 '비밀', '킬미, 힐미' 등 작품을 보는 눈을 증명한 바 있다. 원작을 드라마가 잘 구현해냈을 거라는 한 근거가 되는 까닭이다.

또한 '응답하라 1988'에서 정환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배우 류준열과 황정음의 케미도 기대를 모으는 부분이다.

   
 

'가우스전자' 속 익숙한 얼굴들…… 현실 속 마케팅에 나서다

네이버에서 매주 5회 연재되는 웹툰이 있다. 곽백수 작가의 웹툰 '가우스전자'는 "다국적 문어발 기업 가우스전자에서 벌어지는 웃픈 현실 직장인 이야기"라는 설명을 달고 있는 작품이다. '가우스전자'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통해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현실을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짠한 감동으로 재치 있게 표현한다.

그 '가우스전자' 속 캐릭터들이 현실 속 마케팅에 나섰다. '가우스전자'의 캐릭터들은 곽백수 작가가 의뢰받은 '브랜드웹툰'에서도 활약한다. '브랜드웹툰'은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웹ㅌ눙르 홍보 수단으로써 활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가우스전자'에서 독자들과 익숙하게 호흡을 맞췄던 캐릭터들은, 여전히 직장인의 모습으로 등장하며 '브랜드웹툰'에서도 본편과 같이 직장인의 애환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브랜드웹툰'이 광고 목적에만 집중하는 반면, '가우스전자'를 원작으로 파생되는 '브랜드웹툰'들은 일반 웹툰 같은 흐름에서 은근슬쩍 광고로 마무리되는 식으로 재미까지 놓치지 않는다는 평이다.

'가우스전자'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곽백수 작가의 '브랜드웹툰'으로는 '코드명 가우스(비씨카드)', '가우스 임파서블(안전보건공단)', 'DK9(동국제약)' 등이 있다.

문화뉴스 김미례 기자 prune05@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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