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신혜은] 지인인 현직 고등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학생이 수시전형으로 승무원학과를 지원하려는데 조언해 줄게 있느냐"는 내용과 함께.

사실 책을 낸 이래로 승무원이 되고 싶다는 학생들의 연락을 심심치 않게 받기도 했다. 대부분 진로상담에 관한 것이었다. 여학생들에게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선망의 대상이라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솔직히 이게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었다. 

전국의 수많은 승무원학원과 대학의 승무원학과 그리고 그 안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입 다물고 모른 척하고 싶다. 비행하다 그만둔 전직 승무원들, 그중 일부인 나의 동료들과 친구들의 삶과 직결되는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오프더레코드용'으로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를 했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야기를 계속하자면, 누군가에게는 '초 치는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승무원이란 직업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시작하면 좋겠다.

→ 승무원은 하늘을 날아다니며 해외를 누비는 멋진 직업이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분류하자면 육체노동직이다.

→ 남들이 자는 시간에 일어나 공항으로 향하고 일을 하고 그러다 말도 안 되는 컴플레인을 받기도 하고 온갖 사람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다 보면 그야말로 걸어서 뉴욕(두바이에서 뉴욕까지는 13시간이 걸린다)을 간다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니란 걸 알게 될 것이다.

→  가끔 승무원주제에, 라며 깎아내리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물론 다른 사람의 직업을 자신의 방식대로 폄하하는 인간을 상대할 가치는 없겠지만,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한다며 은근히 무시하는 이들이 없지는 않다.

그렇다면 승무원이란 직업은 하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 헷갈리기 시작할 거다. 

그럼에도 비행은 분명 매력적인 일!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지난 7년 동안 비행을 하면서 내 직업을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승무원이란 직업을 선택할 것이다. 물론 힘들고 어려운 때는 있다. 그러나 그건 모든 일이 마찬가지다. 즐겁고 좋아 보이는 어떤 일이라도 힘들고 어려운 일이 존재한다. 다만 그것을 얼마나 즐기며 할 것인가는 자신의 몫이다.

이왕 승무원이 되기로 했다면 나는 외항사를 갈 것을 추천한다.

모든 승무원 준비생들이 가장 기본적으로 답변을 만드는 면접 질문 중 하나가 승무원이 되고 싶은 이유다. 그 답이라는 게 대부분 매우 뻔해서 다양한 문화를 좋아하고 그래서 여행을 좋아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답변에 나오는 단골 단어 중 하나가 '오픈마인드'다. 그렇다면 더더욱 국내 항공사에 국한 짓지 말고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사람과 만나고 소통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국내 항공사에서 업무 경험이 없는 나에게 국내 항공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해줄 만은 조언은 사실 많지 않다. 다만 내가 국내 항공사에 다녔다면 오랜 시간 동안 승무원 생활을 즐기며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긴 한다.

 

다시 질문의 요지로 들어가 보자.

수시전형으로 승무원학과를 지원하는데 해주고 싶은 조언이란 승무원 학과에 왜 가고 싶은가를 먼저 묻고 싶다. 그 학과에서는 어떠한 것들을 배우는지 그 학문이 자신의 인생에 어떤 도움이 될지를 따져보고 결정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승무원은 의사나 변호사처럼 오랜 시간 학문을 공부하고 전문성을 길러야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다시 말해 승무원 학과를 나와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거다. 대학에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그래도 승무원이 하고 싶다면 다른 직장과 마찬가지로 취업준비를 하면 갈 수 있는 곳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승무원을 하기 위해 승무원 학원에 다니며 약간의 도움을 받을 순 있지만, 승무원 학과를 가기 위해 고등학생들이 승무원 학원 다니는 것은 사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고등학교 때부터 승무원 학원에 다니고 승무원 학과를 가서 다시 입사시험을 치르고 항공사에 입사하면 회사에서는 짧게는 5주, 길게는 3개월 동안 승무원이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교육을 한다.

혹시라도 승무원 학과를 나온 학생이 좀 더 유리한 고지에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교육 중에 승무원 학과를 나온 학생과 일반 학과를 나온 학생의 차이란 거의 없다.

교육은 일반적인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모두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일뿐더러 현장에서 부딪히고 익혀야 하는 것은 실제로 경험에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고등학교 때부터 승무원을 준비하여 승무원학과를 나왔는데 만약 승무원이 되지 않았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볼 문제다.

학과는 승무원학과를 나왔고 그동안 해 온 공부라고는 사회에서는 응용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물론 사회에서 응용할 수 있는 학문이 얼마나 되겠냐 반문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전문적인 분야가 없다는 것은 취업에 불리한 부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비행 후에 어떤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승무원이 된 후에도 승무원으로 평생 커리어를 쌓지 않을 거라면. 물론 아직 고등학생이라면 지나치게 먼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앞으로의 인생을 준비하며 대학이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니 나라면 차라리 자신의 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학과를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선택은 자신의 몫이겠지만.

현실적인 것을 생각하지 않고 누군가의 말에 혹은 겉으로 보이는 것에 고민하고 있다면 일단 승무원의 현실에 대해 진실을 아는 게 좋을 듯 하다. 승무원의 장·단점을 제대로 알고 시작하자. 그리고 고등학생이라면 공부를 하자. 워킹 연습을 하고 미소 연습을 더 하기보다는 지식을 하나 더 아는 게 고등학생에겐 더 필요한 일이다.

[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ART'ietor) 신혜은. 승무원 출신 여행작가로 7년간 두바이에서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다 2012년 여행작가로 변신했다. 승무원과 여행작가로서 60개국 134개 도시를 여행했다. 여행에세이 '낯선 바람을 따라 떠나다'를 펴냈다. 고교 진로선택과목 '여행지리'의 집필진으로도 활동 중이다. 신 작가가 말하는 '여행 잘 하는 법'은 '현지인처럼 즐기기'다. "요즘 여행의 트렌드가 현지화이기도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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