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뉴스 MHN 권혁재 기자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2일 오후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연극 '킬롤로지(Killology)'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프레스콜은 전막 시연으로 진행됐으며 배우 이석준, 김승대, 장율과 김수현, 이율, 이주승이 전반부와 후반부를 나눠 시연한 뒤 질의응답과 포토타임을 가졌다.

7월 2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되는 연극 '킬롤로지'는 참신한 작품들을 연이어 선보인 '연극열전'의 최신 시즌인 '연극열전7'의 첫 번째 작품이다.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게리 오웬(Gary Owen)'의 최신작으로 개인의 문제를 거대하고 견고한 사회 시스템의 문제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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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이상(2002년 이후 출생자) 관람가인 연극 '킬롤로지'는 사회적 안전망 없이 자라난 인간들이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세 인물의 독백으로 담아냈다. 부잣집에서 태어났으나 삐뚤어진 기대 속에서 분노를 담아 자라난 뒤 잔인한 살인을 하면 높은 점수를 얻는 게임 '킬롤로지'를 만들어낸 폴, 가진 것 없는 평범한 인간으로 이혼 후 따로 살던 아들의 죽음을 막지 못했던 알란, 사회에 만연한 뒤틀린 분노와 폭력의 희생자로 자라나며 그 자신도 폭력에 잠식당해 살다가 허무하게 게임 '킬롤로지' 속 희생자처럼 살해당한 데이비.

이 작품은 사회에 만연한 폭력과 그 책임에 대해서 수위 높은 표현으로 관객에게 묻는다. 직접적인 폭력은 거의 행하지 않으나 인물들의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강도 높은 묘사의 독백, 데이비의 살해를 다루는 청각적 효과 등은 지금까지 봐온 어떤 작품들보다도 잔혹하다. 그런 면에서 '킬롤로지'는 불특정 희생자가 발생하는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지금 이 시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아낸 동시대성이 돋보인다.

한국 공연은 우리에겐 여행연극 시리즈나 '밀레니엄 소년단' 등을 통해 남성 인물 위주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느낌으로 탁월하게 살려내는 박선희 연출이 연출을 맡았고, 이석준과 김수현이 '알란' 역을, 김승대와 이율이 '폴' 역을, 장율과 이주승이 '데이비' 역을 맡았다.

시연이 끝난 후 박선희 연출을 포함해 전 배우들이 자리해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 좌측부터 박선희 연출, 배우 장율, 이율, 김수현, 이석준, 김승대, 이주승.

연극 '킬롤로지'는 구조가 독특하다. 해외 원작 작품으로 특별히 준비하신 부분이 있는지.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ㄴ 박선희 연출: 작품을 준비하면서 이게 우리들의 자화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 때마다 자주 언급 했지만 나의 어린 시절을 많이 떠올리며 작업했다.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한 번쯤 자식과의 관계, 당신의 어린 시절과 당신이 키울 아이들의 미래 등 좀 더 우리가 이 공연으로 괜찮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생각해 볼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질문을 던져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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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을 처음 봤을 때의 심정은 어땠나. 작품에 어떻게 임했는지.

ㄴ 장율: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정말 어려웠다. 작품이 3명의 독백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읽어내기 쉽지 않았다. 연습하면서 대본을 2번, 3번 읽으면서 세 인물의 관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아주 흥미롭게 작품에 임했다.

ㄴ 이주승: 새로운 형식의 작품이어서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작품은 굉장히 좋고 풀어내는 방식이 독특했다. 개인적으로 작품의 메시지가 확 드러나서 좋았다.

ㄴ 이율: 이 작품은 나에게 특별했다. 연극적이고 관객들에게 주는 매세지도 명확하고 그래서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 대본을 읽기는 힘들었지만 처음 어느 부분을 지나면서 매세지가 강해지는 부분이 특히나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켰다.

ㄴ 김승대: 실제 나의 아버지와 있었던 대화들이 떠올라 많은 공감을 들게 했고, 관객들도 많이 공감할거라 생각한다. 작품은 서로 다른 얘기를 풀어 나아가는데 다른 배우가 가져올 수 있는 연결고리들이 사실 굉장히 엉켜있다. 이런 특이한 방식의 작품을 본적이 없어서 도전하고 싶었다.

ㄴ 김수현: 8년 만의 공연이라 많이 힘들었고 도전하고 싶지 않았지만(웃음) 연출님, 선배님 등 믿음직한 분들이 계신다고 하셔서 하게 됐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재밌게 했다.

 

3명의 독백이 '프로즌'을 연상케 한다. 이 작품을 하며 연관된 점이 있는지.

ㄴ 이석준: 처음 이 작품을 접했을 땐 '프로즌'과 '스테디 레인', '킬미나우'가 섞인 작품 같았다. 실제로 공연을 해보니깐 3명의 독백이 이뤄진 부분 외엔 특별히 닮은 점이 없더라. 대본이 주는 메시지는 굉장히 간결하고 직접적인데 풀어내는 방식이 굉장히 독특하고 연극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대중과 눈높이가 맞는 작품을 많이 했다면, 이번 작품은 굉장히 특별하다. 시의성이 있는데다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었다.

'프로즌'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대가 넓어서 다른 배우가 독백할 때 유기적인 감정의 연결이 어려웠을 것 같은데.

ㄴ 이석준: 이게 정말 난제였다. 왜 우리를 퇴장시켜주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웃음). '알란'은 첫 대사를 한 뒤 30분을 앉아 있어야 한다. 차라리 뭐라도 먹을 수 있게 먹을 걸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웃음). 사실 두 사람이 독백을 하고 제가 기다리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알란'이 극의 전개를 위한 감정을 가져야 하는 시간이랑 거의 동일했다. 나는 상상으로 내가 맡은 역할이 어느 부분에 위치해 있는지 추적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열심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따라갔다. 아마 '폴'과 '데이비'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ㄴ 박선희 연출: 사실 이 극은 세 명의 남자가 각자의 고백 혹은 증언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결국 하나의 길로 가는 것이다. 각자 다른 이야기인 것 같지만 한 가지 길로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각자의 움직임이 극 안에 미세하게 남아 있다.

 

라이선스 작품인데 무대는 어떻게 사용했는지. 무대 뒤에 존재하는 거울의 의미는 뭔지.

ㄴ 박선희 연출: 원작이 영국 작품이다. 최근에는 터키, 이스탄불에서도 공연했다더라. 원작은 더 추상적이고 초현실적이다. 어딘지 모르겠고 단조롭고 심지어 모던해보이지만,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 그 자체가 이들의 머리 속이라고 생각했다. 디자인의 경우도 원작과 다르다. 특히 거울의 미러링을 가지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 배우들이 거울을 직접 사용하면 어떨까? 생각을 했다. 세 사람, 세 개의 거울은 완전한 숫자 3을 의미하기도 하다. '폴'과 '데이비'가 거울을 가장 많이 사용해 자신을 마주하는 인물들로 그렸고, '알란'은 그 거울을 통해 자신을 보지 않지만 환상을 위주로 그려내는 인물로 표현했다.

독백이 많아서 배우 입장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오랜만에 출연인데 어떤 점이 새롭고 좋았는가.

ㄴ 장율: 어려움이 많았다. 모든 배역의 독백이 길었다. 긴만큼 관객이 잘 따라오게 해야 하는데, 일단 독백들이 장문의 독백들이 많다. 이야기를 어떻게 잘 따라올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또한, 그럼에도 데이비라는 인물이 어떻게 보여질수 있을까도 고민을 많이 했다. 한 사람의 독백이 끝난 후 다른 역할이 어떻게 자기 대사를 받아낼 것인지 배우들끼리 얘기를 많이 나눴다.

 

ㄴ 이주승: 나의 경우, 보통 형식의 대사를 주고받는 연극도 겁이 났다. 근데 이 작품은 정말 '뭐지?' 할 정도로 더 심했다. 무엇보다 나의 독백은 진짜 말을 하는 것처럼 대사를 해야 했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도록 고민했다. 또한, 움직임의 경우, 더 움직이면서 설명을 해야할 지 아니면 고정된 채 말만 해야 하는지 많은 연습이 필요했다. 그래도 선배들이 많은 조언을 주셔서 버틸 수 있었다.

'데이비' 역의 두 배우는 '폴'이나 '알런'에 비해 전반과 후반부에서 유독 달라보였다. 또 대사에 욕설이 많았는데 이 욕들이 현실적인 것을 표방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다.

ㄴ 이주승: 아무래도 달라 보이는 게 사실인 것 같다. 원작은 1막과 2막 사이에 인터벌이 있는데 저희는 휴식 없이 그냥 간다. 2막의 '데이비'는 아버지 '알란'의 환상 속에서 다시 환생을 한 인물이기 때문에 분명하게 차이가 있고 친절하고 착한 이미지가 더 강하다고 생각이 든다.

ㄴ 박선희 연출: 원작에도 욕이 많다. 엄청 많다. 빈민가에서 자라난 아이들로 설정돼 있어서 그런지 정말 많았다. 우리나라로 가져오면서 나름 줄인 것이다. 욕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표현하면서 욕이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후반부 데이비는 욕을 줄였다. 물론 배우들도 연기적으로 힘들다. '관객들이 애정이 가겠나?' 걱정을 많이 했지만, 성장과정을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언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이 걷어내는 쪽으로 진행했다.

 

쉽게 작품을 설명하는 말 또는 이 작품만이 가지는 매력을 이야기해달라.

ㄴ 박선희 연출: 사실 이 작품을 보면서 관객들은 영화를 떠올릴 것 같다. 작품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플래시백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영화를 볼 때처럼 좀 더 관대한 태도를 가지고 관람을 했으면 좋겠다. 물론, 머리를 많이 써야하며, 다시 봐야하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관객들이 사이사이 배우들의 감정선을 따라 스스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부분은 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포지션은 같아도 '데이비' 뿐 아니라 '폴'과 '알람'도 다 다르다고 느낀다. 이 작품은 한 문장, 한 마디로 말하자면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작품'이다.

각자 생각하는 '폴'은?

ㄴ 김승대: 굉장히 같은 텍스트로 다른 느낌이 나온다는 것은 어떻게 가는 것에 대한 문제인데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도 제 폴은 저와 제 아버지를 상상을 하며 했기에 지극히 평범하고 어느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결코 돈이 많다고 해서 행복한 집안일 수 있고 아닐 수 있고, 물질적으로 풍족하다고 해서 정신적으로 풍요롭지 않다고 생각한다. 저는 굉장히 모던하고 스탠다드한, 주위에서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인물을 표현하고 싶었다. 관객들에게 친밀함, 친근함을 주고 싶었다.

ㄴ 이율: 명랑만화, 액션만화 같은 폴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글] 오세준 인턴기자 yey12345@mhnew.com

[편집] 서정준 기자 some@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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