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김도연' 영상에 관심 있어 하는 많은 이들이 제목과 같은 질문을 하곤 한다.

하긴,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방송국에 실제로 들어가기 전에는 방송국에서 쓰는 편집 프로그램이 뭔지 알아보려 노력하기도 했다. 그러한 노력 속에 참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아비드, 프리미어, 파이널컷, 에디우스, 베가스, 애프터이펙트 등등... 그리고 이들 중 어떤 프로그램이 더 우월한가를 판별하기 위해 다시 또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을 것이다. '좋은 프로그램'을 곧 '편집 실력'으로 연결시키는 사고방식 말이다.

 

그러나 편집은 기술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집합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어떤 영상을 어딜 어떻게 자르고 붙일지를 사람이 결정한 뒤에 도구를 통해서 구현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편집 프로그램 중에 자르고 붙이는 기능이 없는 프로그램은 없다. 단지 영상을 자를 때 누르는 단축키가 다르다는 것 정도다.

영상 편집에 대한 기본적인 기능을 다 갖추고 있으니까 '편집 프로그램'이다. 그러니 그 어떤 프로그램을 선택하든 당신의 편집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그저 손에 익었느냐 아니냐의 차이에 불과하다.

물론 각 편집 프로그램마다 나름의 장단점이 있는 건 사실이나, 반복해서 말하건대 이것은 편리한 부분이 서로 다르다는 뜻일 뿐, 당신의 의사결정을 구현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이 정도의 장단점에 영향을 받을 정도면 이미 상당히 편집 테크닉이 좋은 축에 속할 것이고 그쯤이면 이미 편집은 '프로그램빨'로 하는 게 아니란 것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영상 제작에 임하는 이들은, 좋은 편집이란 좋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좋은 의사결정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당신이 만든 콘텐츠의 품질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편집 프로그램이 아니라 당신의 미숙한 의사결정을 탓할 일이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제 아무리 비싸고 좋은 프로그램을 쓰더라도 결과물은 늘 제자리걸음일 것이다. 아비드를 쓰면 '우와~'가 나오고 베가스를 쓰면 '에이~'가 나오는 수준은 졸업하자. 좋은 의사결정을 할 줄 아는 진짜 고수는 어떤 프로그램을 쓰더라도 좋은 영상을 뽑아내게 마련이다.

 

편집 의사결정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많이 보고, 많이 따라해 보고 또 맨땅에 헤딩을 해도 좋으니 일단 많이 만들어 보는 게 관건이다. 편집 프로그램은 무리하지 말고 그냥 유명한 것들 중에서 구하기 쉬운 걸 쓰면 될 것 같다.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필요에 따라 프로그램 갈아타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니 걱정 말고 일단 지체 없이 뭐라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자. 이러한 경험이 쌓였을 때 비로소 편집 실력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ART'ietor) 김도연. 콘텐츠 컨설팅 기업 '콘텐츠민주주의' 대표. 기성 방송국과 뉴미디어를 모두 경험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로 누구나 콘텐츠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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