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다시보기 : 어느날(2016) 이윤기 감독

[문화뉴스 MHN 인턴기자 오세준] 아내의 죽음을 못 잊는 보험회사 과장 강수는 업무 차 보험금 지급대상자인 사고자 미소의 진위 확인을 위해 병원의 갔다가 미소의 영혼과 마주하게 된다. 이 후 강수는 미소의 부탁을 들어주며 친해지면서, 그녀의 사고에 특별한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는 어느 날은 제목 그대로 어느 날 시작된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여자 정혜'를 시작으로 '러브 토크’, ‘멋진 하루’,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남과 여’까지 줄곧 남녀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냈던 이윤기 감독의 작품(2016)이다.

영화는 그간에 이윤기 감독의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멋진 하루’의 병운,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의 지석, ‘남과 여’의 기홍까지 항상 정이 많고 자존심과는 거리가 먼, 자신의 얘기를 잘 하지 않는 남자 캐릭터들. 나아가 위와 같은 각각의 영화에서 나오는 휘수, 영신, 상민과 같은 여자 캐릭터들으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상처와 어딘가의 결핍이 있어 보이게 그려진다.

또한, 영화 ‘어느 날’의 강수와 미소도 이와 같이 따뜻한 남자와 상처가 있지만 드러내지 않는 여자로 나온다. 이와 같은 설정은 남자는 여자를 통해 자신의 사연 또는 얘기를 풀어 나아가는 한편, 여자는 남자를 통해 결핍과 상처를 치유해 나아가도록 이끈다. 전작 영화 ‘남과 여’에서 기홍을 통해 자신이 여자로써 진정한 사랑을 받는 존재로 채워나갔던 상민과 같이 강수를 통해 미소는 시각장애인인 동시에 고아인 자신이 결국에 사랑을 받아 마땅한 충분한 존재임을 인식해 나아간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강수도 미소를 통해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아내의 죽음을 인정하면서 아픔을 회복한다.

이처럼 감독은 모든 관계를 가족적으로 풀어나간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내가 있어서 가족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있어 내가 있는 것이며, 내가 있어 가정의 의미와 가치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가정이 있어 내 존재의 의미와 가치가 생긴다"라고 말을 했다. 이번 영화가 특히나 가족으로써의 의미가 깊은 이유가 단순히 미소의 사연 하나로 일단락 짓는 것이의 아닌 영화 속 주인공들과 마주하고 소통하는 주변 인물들의 삶까지 확장 지어 살펴 볼 수 있다. 

영화 속 인물들이 서로의 사정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과정은 마르셀이 말한 가족의 확장적인 개념에서 설명 가능하다. "우리가 사는 사회를 가족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상대를 그의 ’어떠어떠함‘으로 판단하지 않고 오직 그의 ’있음‘ 자체를 존중하며, 시대의 고통과 불행을 나의 고통과 불행으로 인식하는 것이 모든 윤리의 바탕"라는 그의 주장을 통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숨겨진 의미들을 이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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