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각기 다른 이유로 '돈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추격전을 벌이는 7인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오락 영화이자 현실을 해학과 풍자로 담아낸 블랙 코미디 '머니백'(감독 허준형)이 12일 개봉했다. 취준생으로 시작해서 양아치, 택배기사, 형사, 사채업자, 정치인에 킬러까지, 이들에게 '머니백'이란 '모두가 자신의 것이라 주장하는 돈가방(Money Bag)'과 '뺏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뺏기고, 먹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먹히는 돌고 도는 돈의 법칙(Money-Back)'을 의미한다.

문화뉴스가 '머니백'에서 엄마 수술비를 구해야 하지만 가진 거라고는 몸뚱이뿐인 흙수저 만년 취준생'민재' 역의 배우 김무열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어떻게 봤나?

ㄴ 혼자 한번 봤었는데 혼자 볼 때보다 같이 보니 재밌었다. 주변에서 웃으니까 같이 웃게 되고 분위기도 더 타게 되는 것 같고 되게 긴장됐다. 아무래도 장르가 코미디다 보니까 처음에 작품 할 때는 안 웃겨도 상관없다 하고 시작했는데 영화관에서 같이 보다 보니 어떻게 보는지 궁금했다. 웃음소리 들리니까 그나마 긴장이 조금 풀어졌다.

개봉했을 때 듣고 싶은 말은?

ㄴ '재밌다'이다. 웃음이라는 게 정말 감사한 것 같다.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올 때 2차원적인 반응, 분명한 반응이고 웃음이라는 게 많은 부분을 용서하게 해준다.

 

전작들을 보면 드라마도 그렇고 센 캐릭터로 많이 나온다. 코미디는 처음인데 욕심이 있었나?

ㄴ 원래 코미디 좋아하고 코미디 중에서도 블랙 코미디 장르 좋아한다. 취향 안 가리는 편인데 코미디를 해본 적이 없어서 목마름이 항상 있었다. 무대에서는 뮤지컬을 했었다 보니 코미디를 하긴 했는데 영화에서는 한 적이 없었다. 이 영화는 안 웃겨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게 인물들 간의 얽히고설킨 사건들과 주어진 설정이나 상황들이 풍자나 해학적으로도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다 싶어서 웃음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다.

풍자나 해학을 어떤 장면에서 매력을 느꼈는지?

ㄴ 가장 대표적인 장면을 예를 들자면 총을 처음에 가지게 되고 그 총으로 우연히 집주인 아주머니를 만나서 돈을 뺏으려다가 총을 역으로 뺏기면서 혼나는 부분이다. 돈이 가장 무서운 세상인 거 같은 걸 느꼈다. 시나리오도 재밌었다. 그 안에서 풍자 해학이 보였다. 다른 장르도 그렇지만 특히 웃음이라는 게 개인적인 컨디션도 많이 타고 취향도 많이 타게 돼서 생각해볼 거리가 있다는 느낌은 많은 분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전개가 타이트하다. 시나리오랑 동일한지?

ㄴ 상황이랑 전체적인 흐름은 다 그대로 갔다. 처음에 나왔던 오프닝 시퀀스를 오프닝으로 쓰느냐 엔딩으로 쓰느냐였는데 오프닝으로 쓰셨다. 상황 속에서 디테일한 연기나 대사 같은 것들은 애드립 성으로 가게 된 것들이 많았다. 그 상황에 전체적으로 맞아떨어지는 게 중요했는데 이경영 선배님은 애드립 양이 방대해서 감독님이 오히려 걷어내는 작업을 했다. 편집이 생각보다 간결하게 잘 된 것 같다. 찍어놓은 것은 호흡이 오히려 길었을 정도로 편집을 필요한 정도만 했다. 사건의 정도를 위해서 들어간 느낌이 있어서 감독님이 대담한 선택을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애드립은 많이 했나?

ㄴ 웃기려고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연기를 했다. 웃기려는 애드립은 최대한 자제를 했고 애드립은 오히려 마지막에 이 돈이 왜 제 돈인지에 대해서 경찰 조사를 받을 때 진술을 할 때 대사들을 감정적으로 도움을 받으려고 애드립을 많이 했다. 그간 처해왔던 상황들, 이 사건을 통해서 겪게 된 것들을 방대하게 애드립으로 다 해서 감정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많이 걷어내 지긴 했는데 연기하기에도 제일 어려웠다. 거짓말 아닌 거짓말을 하면서 이 돈이 왜 내 것인지, 정말 이 돈이 내게 필요하고 그래서 내 돈이라고 하는 건데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웠다.

 

그 돈은 결론적으로 누구의 것인가?

ㄴ '민재' 것은 확실히 아닌 것 같다. 필요한 걸 해냈다. 어머니 수술비가 제일 필요했으니까. 감사하게 생각하고 앞으로 열심히 살아야 한다. 젊고 기회도 많고 앞날이 창창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생각한다.

민재가 앞날이 창창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보면 한심해 보일 수도 있다. 도박 등을 하고 일을 해서 벌려고 하는데 납득시키는데 고민한 부분이 있었나?

ㄴ 기본적인 설정을 하고 간 것이 매일 양복을 입고 출근을 하고, 그 양복을 입고 출근하는 곳이 편의점이고, 거기서 공부하는데 잘 안 풀리는 거였다. 실제로 그런 인물을 인터뷰하고 쓰신 거였다. 그런 것들을 초반에 빠른 편집으로 정보전달을 해놓기는 했는데 그게 약간 모자랐던 것 같다. 오히려 그런 정보전달이 모자랐다면 감정적으로는 많이 가져가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시종일관 대담한 선택이나 그런 것들을 할 수 있었다. 고민한 바로는 마지막에 어머니한테 돈 가지고 가서 수술비 됐다고 했을 때 감정적으로 공감이 많이 됐다. 그때는 나도 배우가 아니라 바라보는 입장에서도 짠했다. 그 정도로 감정 공감이 되긴 했었다.

 

본인이 '민재'의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ㄴ 어머니 수술비 마련까지는 용서가 될 것 같다. 수술비도 갚아야 한다. 빌리러 다녔지만 애초에 안되니까 방세도 뺐던 거고 오락까지 했던 거다. 사채도 쓰다 쓰다 안됐는데 이 부분이 갈린다. 왜 더 열심히 살려고 안 하고 오락해서 200만 원을 딸려고 생각할까? 그만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이 고단하고 힘든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많은 배우가 나왔다. 기자간담회 때 말하길 현장에서 자주 마주치진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화면에서는 조화롭고 결이 잘 맞는다. 출연자가 많은데 어떻게 합을 맞추려 했는지?

ㄴ 코미디지만 그냥 코미디로 연기하지 않으려고 들어갔다. 단순히 인물과 상황만을 놓고 연기를 하고 톤을 가볍게 하지 않으려고 연기했고 인물이 가지고 있는 진실함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신기하게도 선배님들도 다 그 마음을 가지고 연기한 것 같다. 보시는 분들이 웃을 수 있는 건 상황과 캐릭터가 행동하는 것을 보고 웃는 거다. 슬랩스틱을 하는 건 아닌데 묘하게 마음이 다들 통했던 것 같고 감독님께서 톤 조절을 조화롭게 잘 맞춰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가장 재밌었던 부분은?

ㄴ 마지막에 비비탄 부분이다. 전광렬 선배님은 비비탄 맞는 연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하셨다. 이걸 어떻게 맞아야 하나 했는데 표정이 너무 웃겼다. 영화가 따로따로 떼어놓고 보면 그동안 많이 봐왔던 이야기일 수도 있고 구조일 수도 있고 전개가 예상될 수도 있지만, 하나하나 상황 속에서 정확히 인지하고 만들어가고 쌓이면서 다 같이 만나서 사건의 정점에 치달았을 때 뭔가 터지는 게 있었다. 그만큼 앞에 쌓이는 게 있었다.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았는지?

ㄴ 고생하는 역할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이 전에 '대립군'에서도 그랬고 그런걸 한두 개씩 꼭 하는 것 같다. 특히, 눈을 얻어맞고 나서 눈 부은 분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가져가야 했는데 처음에 감독님도 걱정을 많이 하셨다. 그래도 남자 주인공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부은 눈으로 가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했다. 리얼리티를 살려서 가는 게 좋지 않겠냐고 역으로 제안을 했다. 앞이 잘 안 보이고 눈 뜨기 힘들고 그랬는데 영화를 보니까 그래서 더 억울해 보였다. 눈이 더 쳐져 보이고.

 

다리에서 직접 뛰어내린 것에 대해 많은 분이 궁금해한다.

ㄴ 안전장치도 되어있었고 안전장치 믿으면 무섭지 않다. 놀이기구 타는 마음으로 할 수 있다. 그 위에 올라서면 공포스러운 건 사실이다. 영화를 보니 나인지 잘 모르겠더라. 보도자료가 나왔는데 뛰어내리는 스틸컷이 나왔는데 이것도 모르겠더라.

직접 한 이유는?

ㄴ 상황이 그렇게 몰고 가졌다. 넉넉하지 못한 영화인데 그날은 크레인까지 동원됐다. 떨어지는 속도 조절 때문에 와이어를 인력으로 잡아야 한다. 인력 동원되고 처음으로 로케를 서울 한가운데 동작대교에서 하니까 다들 뭔가 해내야 한다는 기분이었고 그 한가운데에 내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했다. 비슷한 거를 한 번 해봤다. 그 전에 '아름다운 나의 신부'라는 드라마 할 때 무술팀도 그렇고 지원을 해주는데 무술 배우 형님들이 해줬다. 고생한 영화를 많이 하다 보니 많이 안다. 한 번 잡아주셨던 게 있으니까 마음이 놓이는 게 있었다.

 

김민교 씨와 맞는 연기 합은 잘 맞았나?

ㄴ 잘 맞았다. 민교 형이 잘 때린다. 과거에도 잘 때렸던 것 같다. (웃음) 운동을 많이 했고 몸을 잘 쓴다. 연극도 많이 하고 워낙 연기를 잘한다. 대중들한테 익숙한 이미지는 'SNL' 이미지지만 대학로에서 연극도 많이 했고 평소에 누구보다 진지하다. 재미없고 진지한 게 나랑 잘 맞는다. 친근하게 잘 다가와 주는 성격이어서 내숭이나 이런 거 없이 사람이랑 사귀고 어울리고 이런 걸 좋아하는 성격이다. 때리는 장면도 기본적인 디렉션만 무술팀한테 받았다. 머리를 잡고 돈뭉치로 따귀 때릴 때 어디 때릴지 모르게 얘기 안 했는데 다 잘 맞았다.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배우들끼리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워낙 다들 베테랑이어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가장 호흡이 잘 맞았던 배우는?

ㄴ 희순이 형이 많이 만나지 못해도 좋았다. 작품 선택하는 과정에서부터 같이 의논하고 그랬다. 영화 제작 쪽에서 희순이 형에게 작품 제안을 했지만, 그 소식을 듣고 무엇보다 반가웠던 건 나였다. 캐스팅 디렉터보다 더 많이 전화했다. 했으면 좋겠다는 뉘앙스를 던졌다. "전 할건데요, 형. 그때 뭐 하세요?"하고 스케줄 물어보고 재밌을 것 같다고 계속 얘기했다. 두 번째 같이 하는 작품이다. '작전'이라는 영화였는데 그때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재밌게 찍었다. 그 작품을 인연으로 지금까지 계속 친하게 지내왔다. 딱 10년 됐다.

 

극 중 '민재'가 과거의 본인 모습과 비슷하다는 점은?

ㄴ 20대 때의 무명으로 있을 때, 배우의 꿈을 가지고 있을 때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다. 그러면서 계속 배우, 작품 오디션 시도를 계속했는데 낙방 되고 집도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웠었다. 집이 가장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때가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였고 심적으로 연향을 많이 끼쳤다. 아버지도 생전에 많이 편찮으셨다. '머니백'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소위 말하는 금수저 외에는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부모님을 위한 마음, 자기 자신이 집안 가정이 아니더라도 자식이라면 아픈 부모를 위해 뭔들 못하겠나?

20대 때의 나와 비슷한 캐릭터를 하면서 돌아보게 되는 계기도 되었을 것 같다. 배우로서 자리를 잘 잡았고 돌아봤을 때 어떤가?

ㄴ 그때가 고맙기도 하고 대견하다는 느낌도 든다. 뿌듯함까지는 아니다. 지난날을 되돌리는 그런 시간보다 앞날 걱정하는 시간이 더 많다. 앞으로도 먹고 살 걱정이라던가 배우도 계속 선택에서 자유롭지 못한 직업이기 대문에 매번 먹고 살 걱정이 크다.

 

연기 바운더리가 넓어진 것 같다.

ㄴ 그랬으면 좋겠다. 어느 배우는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은 욕심은 누구한테나 있고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이게 프로의 무대에서는 자유롭지 못하고 겁나기도 하고 기회도 없을 수도 있고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계속 발전을 하고 싶은 소망 같은 게 있어서 그게 나한테 가장 큰 숙제다. 매번 작품마다 발전하는 것이 꿈이다. 배우로서의 꿈이다. 현실에 안위하지 말고 안주하지 말고 나아갈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각오도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머니백'이라는 작품이 하나의 도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처음에 대본을 읽었을 때는 '재밌네, 내가 안 웃겨도 되겠네'로 시작했는데 작품이 세상에 나오고 관객들 만날 때가 되니까 이런 무거운 책임감 같은 것이 많이 느껴진다.

이번 영화에서 잘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ㄴ 마지막으로 병실에서 어머니를 만났을 때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 부분에서 내가 내 연기를 보면서 약간 짠한 게 있었다. 우리나라 특유 정서상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부모님과 자식의 정서는 어쩔 수 없는 게 있는 것 같다. 웃는 모습을 볼 때가 좋았다. 마지막에 수술비를 가지고 병원으로 뛰어들어갈 때 웃는 얼굴이랑 '최 형사'를 따돌리고 잠깐 웃던 얼굴이 좋았다. 젊어 보였다. (웃음) 그 느낌이 생리적이고 육체적인 젊음이 아니라 고단한 청춘들의 활기의 느낌을 젊음이라고 표현한 거다. '민재'라는 사람을 바라봤을 때 그게 없는 사람이라서 절실하고 절망적이었는데 마지막에 그게 보인다. 그 웃음이 테크닉적으로 모르겠는데 바라보는 사람이 봤을 때는 젊어 보여서 좋았다.

 

요즘은 짠내(짠한 냄새)나는 청춘 주인공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ㄴ 극 중 '민재'는 정확한 나이는 나도 모르겠지만 20대 후반 정도로 생각했다. 군대까지 다녀와서 취업 준비 몇 년 한 정도, 아직 학자금 대출도 갚지 못한 상태로 봤다. 풍자와 해학이 있다. 어쩔 수 없이 돌고 도는 악순환의 느낌이 있는 것 같다. 지금도 취업률이 IMF 때보다 더 안 좋다는데 해결하지 못한 부분도 있고 나도 어떻게 그 시절을 보내왔는지 생각하기 아득하다.

제삼자 입장에서도 감정 이입이 되는데 사회적인 그런 거에 관심이 평소에 있나?

ㄴ 관심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한다. 얼마 전에 '원더'라는 영화를 봤는데 다시 한번 느낀 게 극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사회적으로 봤을 때 약자, 소수, 문제화되어가고 있는 것들, 그렇게 치부된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해를 하거나 공감을 하거나 그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인간을 얼마나 위대하게 만드는가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배우이다 보니 사회 돌아가는 것을 당연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옛날에는 캐릭터 연구할 때 작품을 많이 봤는데 점점 다큐멘터리를 더 많이 보게 된다. 평소에도 다큐멘터리가 재밌기도 하고 보다 보면 외계 생명체 다큐멘터리 보게 되고 비트코인도 보고. 트렌디하면서 자극적인 거 보게 되고, 작품 때문에 보게 되는 다큐멘터리는 괜히 숙제 같은 느낌도 있고 공부해야 한다는 느낌도 있다. '인라인'이라는 영화 이번에 찍으면서 '기억의 밤' 때도 그랬는데 트라우마에 대한 공부를 하다 보니 다큐멘터리 찾아서 보고 하는데 힘들었다. 쉽지 않은 감정들을 갖고 만드는 거니까. 힘들지만 봐야 한다.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면 재밌겠다거나 해보고 싶은 게 있나?

ㄴ 다큐멘터리랑 상관없는 얘기인데 요새는 내가 스스로 기득권화되어가고 있지 않나 무언가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지 않나 생각한다. 그거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 단순히 소재 거리를 말씀드리면 단발령 때 사람들에 대해서 궁금하다. 머리를 자르게 된 사람들에 대해 궁금하다. 어렸을 때도 배우 수업을 하면서 이런 수업을 받긴 했는데 지나가는 사람을 보고 이야기하고 상상하는 것이었다. 그런 걸 좋아한다. 그걸 쫓다 보니 머리를 자르게 된 조선 말기에 양반들, 특히 양반들, 지식인들의 어떤 것이 궁금했다. 이런 걸 하면 재밌지 않을까? 시대도 빠르게 변화되고 있고 기득권 세대랑 연결되고, 우리는 세상이 너무 빠르다고 얘기하지만 얼떨결에 따라가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당장 내일 어떻게 변하는지 모르겠는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나 생각하다 보니 떠올랐다.

'기억의 밤'도 그렇고 타이틀 롤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부담은 없는지?

ㄴ 있다. 내일 당장 뭐 먹고 살아야 하나, 다음 작품 뭐해야 하나, 연기를 잘해야 하는데. 존경하는 선배님들이 어렸을 때 했던 영화나 작품들 보면서 저 나이 때 보면 막연하게 '저거보다 연기 잘 할 수 있겠지?'라고 어렸을 때 생각했다. 지금은 발끝에도 못 미치는데 시간은 빨리 가는 거 같고, 작품들은 하고 있고, 이거로 사람들 만나야 되고 하니까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연기를 잘해야겠다는 것 말고도 영향력이나 책임감에 있어 바뀌게 된 계기가 있었나?

ㄴ 예를 들자면 공연을 할 때 공연 보고 편지 쓴 친구가 있었는데 '힘들었던 시절 오빠 공연을 보면서 힘을 냈다'라는 내용이나 혹은 '오랫동안 직장 생활하면서 무대 위에 열정을 보고 직장 그만두고 새로운 걸 시작하려고 한다' 등 하는 일이 어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을 정도의 영향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조그마난 각도의 차이더라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작품이나 연기로 주로 표현하고 만나 봬야 하는 직업이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거기에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다. 아이러니한 게 배우가 그렇게 무겁기만 해선 안 된다. 어떤 때는 누구보다 가볍고 경쾌하고 유치하기까지 해야 하는 직업이라 한쪽에 치우치면 안 되는 것 같다.

 

무대에 대해 애정이 있는 것 같다.

ㄴ 한번 해본 배우들은 다 알 거다. 연기라는 게 그 사람을 흉내 내고 상황을 재현을 하는 건데 거짓말이긴 하지만 그 상황은 돌아오지 않고 되돌려야 한다. 같은 상황 같은 시대에서 관객들이랑 살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고 신기한 경험이다. 열심히 연기하고 싶다. 나중에 연기를 못하게 되는 사정이 생길 때까지는 연기를 잘하고 싶다. 어느 기사를 읽었는데 80 넘은 피아니스트가 매일 아침 연습을 하면서 피아노 실력이 는다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이순재 선생님도 그런 말씀 많이 하시고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pinkcat@mhnew.com 사진ⓒ 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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