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12일 오후 대학로 드림시어터에서 연극 '임대아파트'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13일부터 공연을 시작해 오는 5월 13일까지 공연될 연극 '임대아파트'는 김한길 작가의 작품을 김진욱 연출이 각색과 연출을 맡아 극단 웃어에서 새롭게 제작한 작품이다.

 

이날 프레스콜에서는 작품의 전막시연과 기자간담회를 통해 연극 '임대아파트'가 어떤 공연인지를 소개했다. 연극 '임대아파트'는 만년 영화감독 지망생인 홍재생과 그의 연인 윤정현, 정현의 오빠이자 재생의 친구인 단역배우 윤정호, 지금은 세상을 떴지만, 아직도 그가 사랑하는 선영, 막내동생인 윤정수와 그녀의 여자친구인 찡(유카)까지 임대아파트에서 살아가며 불안한 청춘을 보내는 여섯 명의 이야기가 맞물려 돌아가는 작품이다.

재생 역에 김강현과 김호진, 정호 역에 정청민, 허동원, 김동민, 정현 역에 안혜경, 하지영, 정선희, 정수 역에 신동원, 김경환, 김지안, 찡/유까 역에 최은하와 신지연, 선영 역에 정희진과 천경은이 출연한다.

▲ 좌측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배우 천경은, 정희진, 김경환, 신동원, 김지안, 최은하, 신지연, 김호진, 김강현, 정선희, 안혜경, 하지영, 정청민, 허동원, 김동민

전막시연을 통해 선보인 연극 '임대아파트'는 아쉬움과 가능성을 동시에 남긴 작품이었다. 우선 디테일한 아파트 내부부터 호흡이 착착 맞는 배우들의 연기, 그로 인한 웃음과 슬픔의 '밀당'이 살아있는 점은 큰 장점이다. 하지만, 원작 연극은 2000년대부터 꾸준히 무대에 오른 작품으로 그 당시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다. 다른 말로 하면 그야말로 '세대가 바뀐' 요즘에는 다소 낡은 모습도 엿보였다.

 

예컨대 여자친구에게 경제적인 능력을 모두 맡긴 채 성공을 향해 노력하는 재생의 모습은, 사법고시에서 입봉으로 목표가 바뀌었을 뿐 과거 경제성장기 시절의 한국이 지닌 특유의 성공만능주의의 끝자락에 닿아있다. 그 결과 극적인 재미와 함께 현실성을 동시에 성취하는 과정에서 '성공을 위한 미팅'을 위해 접대 음주를 당연하게 여기는 등 재생의 캐릭터가 지나치게 정현에게 부담을 주는 나쁜 남자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특히 미역국을 먹는 과거 회상 장면은 대단히 대표적으로 기성 작가들이 여성 인물의 희생과 고통을 묘사하는 방법에 머물러 있다.

 
 

이는 2000년대에 만들어진 공연들 중 현대를 배경으로 한 다수의 작품이 겪는 문제기도 하다.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하기엔 작품의 정서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관객에게 공감을 요구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 과정에서 특히 급격한 세태 변화를 경험했으며, 공연을 주로 소비하는 2040 여성 관객층에게 좋지 않은 평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인 점은 그러한 재생의 캐릭터가 요즘 시대와 어울리지 않을 수는 있지만, 작품 내에서는 괜찮은 호흡을 보여주는 것이다. 재생과 정현의 이야기에만 포커스를 맞추지 않았고 재생은 물론이고 모두를 믿어주고 긍정적으로 삶을 지내기 위해 노력하며 선영을 그리워하는 정호, 정수와 찡/유까의 어른들이 보기엔 조급해 보이지만,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랑 등 다양한 청춘의 지점들을 묘사한다. 정현 역시 재생의 뒷바라지를 하며 자신을 끊임 없이 희생하는 인물이지만, 동시에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그를 뒷바라지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결과 '임대아파트'는 막연하게 가부장제의 폭력성을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들의 사랑과 실패, 후회를 한데 모아 청춘이 성숙해지는 과정으로 비춘다.

 
 

어떻게 '재생'을 사랑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안혜경 배우는 "'재생'을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믿고 각인했다. 요즘 시대에 이런 여성상 잘 없고 바보란 소리 듣기 쉽다. 그런데 제가 바로 100% 정연이다(웃음). 그 안에 믿음과 사랑이 있기 때문에 예쁘게 보지 않았나 싶다"고 답변했다.

"저도 정말 처음엔 답답해서 꼴 보기도 싫었다"던 하지영 배우는 "부모적인 사랑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연인이 가질 수 있는 사랑을 넘어 인생의 모든 것 같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고 요즘에 보기 힘든 사랑이기에 무대 위에 있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재생 역의 박호진 배우는 "'재생'이 너무 그렇게 보인 거 같아서 좀 서운하기도 하다"며 "'재생'은 큰 성공, 여자가 원하는 게 (성공이)아닌 걸 알면서도 그녀를 호강시켜 주려는 마음을 늘 갖고 살고, 그 마음 밖에 없는 사람인데 이쁘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재생'이 가진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연극 '임대아파트'는 아쉬움이 된 과거의 향수에만 젖어있지 않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 역할에 대해 더블, 트리플 캐스트를 통해 다양한 캐릭터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점을 넘어서 정수와 함께 결혼을 선언하는 파격적인 외국인 역할이 일본인 유까와 중국인 찡으로 확대된 것이다. 관객들은 공연에 따라 일본인 유까를 만나거나 중국인 찡을 만나는 정수의 모습을 보게 된다.

▲ 김진욱 각색/연출

김진욱 연출은 이에 대해 "스승이신 김한길 작가님의 원작은 일본인이었다. 첫 생각에는 소통의 범위를 좀 넓히려고 아프리카, 유럽인까지 캐스팅을 하면 어떨까 했다(웃음). 어려워서 가까운 중국인을 추가하게 됐는데 마음으로 통하면 어떤 나라든 상관없다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이는 최근 '광화문 연가' 등에서 보여준 '혼성 캐릭터'처럼 극 중 인물에 대한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것과 일치한다. 이러한 선택을 통해 '임대아파트'는 더 자유로운 표현과 시각으로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겨났다. 예를 들면 정수가 남자와 만난다면 어떨까. 사실 두 외국인의 역할은 긴장을 환기시키는 역할에 가깝지만, 그 덕분에 극의 정서를 유지하면서도 다채로운 상상이 가능해졌다.

 
 

배우들은 '임대아파트'를 어떤 작품으로 생각할까. '사랑', '사람', '삶', '도화지' 등 여러 답변이 나왔는데 앞서 "작품을 보러 온 관객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작품의 목적을 밝히기도 했던 김강현 배우는 '상관 없어'라는 답을 내놓았다. 그는 "기쁜 일이 있으면 웃으면 돼고 슬프면 울면 되는데 힘들 때 상관없어. 이런 생각을 하면 언제든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임대아파트에서 누군가의 고급 아파트를 부러워하기보단 내 삶을 열심히 살고 그런 삶에 대해 '상관 없어'하고 신경쓰지 않으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관객들이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조언을 건넸다.

 
 

끝으로 안혜경 배우는 "솔직히 좀 많이 보러 오셨으면 좋을 거 같다"고 속내를 밝히며 "다만 많이 오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라 공연 보시고 나서 감동받은 부분, 재밌던 부분 등을 많이 이야기해주셔서 주위 분들에게 점점 입소문이 퍼지면 좋겠다. 어려운 연극도 아니라서 앉아서 편하게 보시면 되지 않을까 싶다. 편안한 맘으로 데이트 온다는 기분으로 오시길 바란다"고 많은 관객의 사랑을 당부했다.

 
 

연극 '임대아파트'는 3천 관객을 목표로 배우들의 제주도 단체 여행과 함께 막공날 극장 앞에 커피차를 불러와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응원이 될 수 있게끔 커피를 나눠주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오는 5월 13일까지 대학로 드림시어터에서 청춘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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