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체코 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감독 이리 베데렉)을 리메이크한 작품 '바람 바람 바람'(감독 이병헌)이 5일 개봉했다.

문화뉴스가 '바람 바람 바람'에서 SNS와 사랑에 빠진 여동생 '미영' 역의 배우 송지효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작품 끝나고 난 기분은?

ㄴ 사람이 좋아서 헤어지는 게 아쉬운 느낌이다. 스탭들, 배우분들 다 너무 좋다.

촬영이 언제였나?

ㄴ 작년 4월쯤 했다. 딱 요맘때 제주도였다. 진짜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지방 올로케였다. 근데 100% 올로케는 아니었지만 80~90%는 올로케였다. 처음 제주도 1달, 부산 1달, 나머지를 했었는데 제주도에 간다는 생각에 부풀어 있었다. 제주도를 일로만 가서 진짜 어렸을 때 부러웠던 게 수학여행 제주도 가는 거였다. 나는 경주에 갔다. 제주도를 20살 이후에 화보 촬영을 처음 가서 그렇게 큰지 몰랐다. 항상 일로 가니까 데려다주고 숙소 가고 이러니까 큰 줄 몰랐는데 간다는 것에 들떴었다. 가서 촬영하는데 바람이 많고 추운지 가서 알게 됐다. 우리가 생각하는 따사로울 것 같은 제주도는 5월쯤이었다. 그 전에 있었을 때는 비도 많이 오고 바람도 엄청 불고 머리가 왔다 갔다 할 정도로 많이 불어서 구멍이 숭숭 나 있는 돌담을 하는지 알았다. 유채꽃 만발한 제주도를 보긴 했다. 너무 좋았다.

 

이번에는 일로 갔지만 여유 시간이 있었다. 장기간 오랫동안 어디를 가서 해본 적이 없었는데 장기간 가서 오랫동안 여유가 있을 때 돌아다니지 않았다. 숙소에만 있었고 방 안에 있는걸 좋아했다. 어릴 땐 왜 돌아다닐 생각을 못 했는지 촬영 가서 한번은 너무 억울해서 비행기 타는 것도 빠듯하게 잡는 편이라 하루 더 있다 가겠다고 했다. 딱 두 번 시도했는데 하루 더 있다 왔을 때 그 뒤에 하루 렌터카 빌려서 맛있는 거 먹고 놀 거라고 했는데 숙소 가서 퍼져서 잠만 자고 왔다. 두 번째는 안 되겠다 생각해서 기필코 제주도 구경하겠다 했는데 또 잠만 자다 왔다. 일 끝나고 가서 남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길게 가면 쉬는 날도 있고 짬도 있어서 네 명이 잘 맞으니까 같이 돌아다닐 수 있게끔 만들어주신 게 감사하다. 진짜 재밌게 놀았다. 너무 재밌었다. 드라마는 그렇게 해봤자 스태프분들이랑 같이 다니지 영화는 스태프분들이 없고 개인 스텝, 영화팀들과 많이 하니까 드라이브하고 그랬다.

 

기대감이나 긴장감이 있나?

ㄴ 그런 거는 없다. 어떻게 봐주실지가 걱정은 되긴 하지만 그런 거는 일부로 생각을 덜어내서 하려고 많이 한다. 그런 거에 한번 꽂히면 리뷰나 댓글에 집착하게 될 것 같다. 숫자에 집착하는데 결국 결과물은 숫자다. 하나에 꽂히면 너무 꽂히는 스타일이라서 시청률, 관객분들에 집착하게 되는 걸 조금이라도 생각 안 하려고 한다. 많은 분의 반응이 제 맘 같으면 좋겠지만 제 맘 같지 않은 얘기를 듣고 소심해서 상처받는 스타일이어서
안 보려고 한다.

이병헌 감독과 함께 한다고 했을 때 어땠는지?

ㄴ 이병헌 감독의 전작을 봤다. 옛날에 봤는데 감독님의 영화가 깔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얘기를 채에 걸러서 응축시켜서 할 얘기만 딱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느낌이 '바람 바람 바람'을 선택할 때 그 감독님이 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바람나는 소재에 거부감은 없었나?

ㄴ 전작도 바람이 소재였다. 보여지는 작품을 하는 사람인데 많은 분의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일상적인 얘기를 할 수 없다. 일상적인 건 많은 분이 느낄 수 있는 거고 다른 걸 느끼게 해주려는 게 너무 자극적이거나 다른 세계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일상적인 걸 얘기하는데 있어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그런 얘기, 소재다 보니 그런 거를 소재로 해서 부부간에 외롭고 힘든 걸 몰라줘서 나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끌렸고 하는 그거에 대한 감정을 얘기하는 거다. 이번 같은 경우도 소재가 바람이지만 바람이라는 소재로 인해서 가족한테 한 명의 바람의 여신이 등장하면서 세 명, 네 명이 얽히고 설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을 피우고 어떻게 되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멀쩡한 사람에게 바람의 등장으로 이렇게 변할 수 있고 밸런스업 할 수 있었다.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한다. 바람이기 때문에 두렵거나 바람 소재이기 때문에 거부감이 들거나라는 생각보다 바람이 얼마만큼 자극적으로 다가와서 얼마만큼 삶에 파장이 큰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옆에 있는 사람이 소중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계기가 바람은 아니어야 한다. 그런 작품을 함으로써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대사 맛도 있지만 빠르다. 대사하는 호흡 맞추기가 힘들지는 않았는지?

ㄴ 사실 나는 말을 빨리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생각을 빨리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렇다 보니까 감독님의 호흡법이 사실은 촬영하는 동안 어려웠다. 끝날 때까지 어려웠다. 왜 그때 그렇게 해야 됐으며 왜 그때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영화를 보고 나서 알았다. 영화가 완성본이 나왔지만 글로 된 거를 생각으로 연기를 하게 되니까 생각의 폭이 얼마만큼 넓어지냐에 따라서 연기에 표현이나 톤이 달라진다. 감독님이 내 생각의 틀을 잡아주는데 사실 이해가 안된 건 아닌데 100% 이해를 할 수는 없었다. 의심이 많이 들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어떻게 나오게 될지 걱정이 많았다. 영화를 보고 나니까 왜 감독님이 이렇게 말하고 하라 했는지 생각이 나면서 느끼게 되면서 후회가 밀려왔다. 왜 그때 내가 생각하는 거 더 크게 넓게 깊게 해서 감독님 틀에 맞춰서 저렇게까지 더 다르게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때 왜 그랬지 하는 속상함이 있었다. 감독님의 디렉션의 스타일이 쉬운 건 아니었다.

 

영화를 보고 '이게 그거였어' 했던 장면은?

ㄴ 레스토랑 씬에서 마지막이 어려웠다. 그 씬이 영화에서 제일 어려웠다. 재미에 감정 상태에 따라서 이 일이 벌어지고 안 벌어지고를 가지고 있다. 설마라는 마음으로 간 거고 그때 '제니'의 그런 느낌으로 저는 던지고 '제니'는 얘기를 하지 않는 그 느낌이 너무 어려웠다. 생각해보면 그 씬을 생각을 제일 많이 했지만 다 그랬던 것 같다.

 

결말에 아이는 누구의 아이인지?

ㄴ 찍기는 했는데 그 부분이 편집됐다. 대본에는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니까 없는 게 다행이었다. 재미는 드릴 수 있지만, 막장 요소로 갈 수 있고 영화에 느낌이 그 한마디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담덕'이 죽고 나서 '석근'이 후회하는 부분도 그동안 자기 잘못을 알았기 때문에 '담덕'이의 소중함을 느끼는 건데 그런 느낌에서 갑자기 나까지 맞바람을 폈는데 아이까지 남의 아이인 건 위험한 것 같다. 결론은 '봉수' 아이라고 생각한다. 오픈 엔딩으로 끝나서 모르겠다.

 

이성민 씨가 리더 역할을 잘 해주셨다고 하던데.

ㄴ 우리 대장님이셨다. 연기도 잘하시고 내공이 있으시고 아우라가 있으신 분인데 성민 선배님이 처음에는 조금 어렵긴 했다. 그분의 아우라가 다가가기 어려운 건 있었다. 먼저 손 내밀어주시고 챙겨주시고 하다 보니까 점점 많이 가까워지는 게 급속도였다. 선배님을 현장에서 대장님이라고 불렀다. '나를 따라와, 이렇게 해, 이게 아니잖아'라는 이런 식의 대장님이 아니다. 뭐 하라 한 적 없고 오히려 하자고 한다. 모두가 그분을 찾고 따를 수밖에 없는 마성의 매력이 있으신 것 같다. 

신하균 씨와의 호흡은 어땠는지?

ㄴ 부부이지만 사실은 내가 좀 더 붙잡고 흔드는 스타일이라 하균 선배님도 사실 어렵게 생각하면 되게 어려울 수 있는데 역할이 그렇다 보니 내가 더 장난치고 더 말 시키고 그랬다. 그래야지만 진짜로 연기할 때 어색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성격이 워낙 그런 것도 있고 해서 선배님하고는 내가 더 괴롭혔다. 귀찮게 한 것도 있었는데 선배님은 가장 큰 매력이 화를 잘 안 낸다. 화를 진짜 안 낸다. 화를 안 내니까 더 하게 된다. 받아주니까 더 하고 말을 시키면 말을 해준다. 그러니까 말을 자꾸 시키고 듣지는 않고 선배님이랑은 편하게 있었던 것 같다.

 

이엘 씨는 어땠나?

ㄴ 지현이는 강해 보인다. 쎄보이고 강해 보이는데 그 친구가 진짜 여리다. 다정하다. 많은 사람에게도 다정하고 동물들에게도 다정하고 지나가는 바람에게도 다정할 것 같다. 따뜻하고 다정하다. 그러다 보니 지켜줘야 될 것 같고 보호해 줘야 될 것 같은 느낌도 많았다. 그런 다정과 따뜻함 속에서도 이 친구가 아는 게 되게 많다 보니까 그런 거에 대해서도 얘기 많이 하고 맛집도 잘 알고 길도 잘 알고 지명도 잘 알고 백과사전 같은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까 역할분담이 다 있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이끌어주시는 대장 성민 선배, 이엘 씨는 맛집을 많이 알고 가자고 하는 스타일이었다. 하균 선배님은 마다하지 않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나랑 따라가는 스타일이었다. 나는 액션이 크니까 오버하는 스타일이었다. 역할분담이 있어서 그런지 제주도가 좋은데 더 좋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이엘 씨가 몸 간수하기도 힘든데 정말 잘 챙긴다고 하던데.

ㄴ 3남매인데 어렸을 때부터 성격이 진짜 소심했다. 내성적인 데다가 폐쇄적일 정도로 사람들 간의 관계, 말하고 주목받고 신경 써주는 게 너무 부담스러웠다. 왜 어렸을 때 웅변학원 안 다녔나 생각했다. 자신감이 없으니 목소리도 작고 구석에 있으려고 하고 지금 힘들고 해도 참는 게 습관이 많이 됐다. 그런 성격이었다가 '러닝맨'이라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그런 단점을 알고 어떤 사람이라는걸 알게 되니까 고쳐졌다. 고치려고 노력하니까 많이 개선돼서 지금의 내가 됐다. 현장에서 예전의 나 같은 사람이나 내 얘기를 하고 싶은데 못하는 사람들 보면 동병상련 느낌이 든다. 그럴 때 따뜻하게 다가오면 오래 기억에 남고 나를 챙겨주는 것 같고 나라는 존재가 괜찮은 존재라는 걸 느낀다, 그렇게 하면서 그런 마음이어서 챙겨주는 게 이 친구들이 힘을 내라고 힘을 주는 방법의 하나인 것 같다. 오지랖이 넓기는 하다. 그게 오히려 좋다. 그래서 지금처럼 아날로그처럼 글 쓰고 수다 떨듯이 얘기하는 게 좋다. 스타일이 그렇다.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챙겨주셨던 분 중에 기억에 남는 분은?

ㄴ 깊지는 않다. 생각은 따로 안 나는데 데뷔할 때 같이 했던 분들이랑 연락 주고받으면 내가 그렇게 허투루 살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박한별 씨와 나온 '여고괴담 3' 촬영 후 연락하고 그때 만났던 분들 다시 만났을 때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부산 촬영지는 어디였는지?

ㄴ '봉수'의 레스토랑이 부산이었다. 봉수 레스토랑 내경, 외경을 찍었는데 송정 해수욕장에 용궁사 반대쪽 끄트머리에 있는 유명한 셰프님이 하는 곳이다. 영업을 안 하고 장소를 빌려주셨는데 앞에 앉아있으면 바다가 보인다. 제트스키 지나갈 때마다 "보안관이다!" 소리 지르고 놀렸다. (2017년 개봉했던 영화 '보안관'에서 배우 이성민이 주역을 맡았고 제트스키를 타는 장면이 나온다) 낚시도 하고 그랬다.

 

제주도 촬영 끝나고 사적으로 갈 수 있었나?

ㄴ 못 갔다. 요번에 또 촬영하러 갔는데 사적으로는 못 갔다. 해외여행을 처음 간 게 일로 간 거다. 비행기를 처음 타본 것도 일로 간 거다. 어디를 갈 때 일이라는 주제가 없으면 무료해진다. 쇼핑도 그다지 안 좋아하고 맛집도 맛있는 데를 알려주면 가는데 찾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까 어디를 갈 때 큰맘 먹지 않으면 잘 안 간다. 차로 이동할 수 있는 곳 아니면 마음을 크게 먹지 않으면 안 간다.

 

NG 많이 났던 장면은?

ㄴ 감독님의 디렉션과 느낌에 순도 100% 이해를 못 해서 NG는 평균적으로 규칙적으로 끝날 때까지 많이 낸 건 나였던 것 같다.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몰랐다. 오케이 사인을 명확하게 안 준다. 그것 때문에라도 더 의심하고 많이 가려고 했던 것 같다. NG는 아니지만, 나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계속 가려고 했던 것 같다. 진짜 괜찮은 거냐고 물어보면 '쓸만합니다'라고 해서 정확히 디렉션을 알기가 힘들었다. NG 많이 가서 미안하다고 늘 했던 것 같다. 감독님의 스타일은 쉬운 게 아니다.

 

송지효에게 '런닝맨'이란?

ㄴ 인생의 한 부분이다. 서른에 딱 시작해서 9년째 하고 있는데 어떤 거든 살아가는 게 인생의 한 부분이지만 가장 오래 했고 가장 나를 바꿔주고 가장 나를 많이 보여줄 수 있는 곳인 것 같다. '런닝맨'이 30대 시작을 같이했기 때문에 나의 30대는 '러닝맨'과 함께 한 거다. 9년 가까이 뭔가 해본 게 내 인생에 없는 것 같다. 그렇다 보니까 그런 부분에서 나의 인생에 가족 다음으로 가장 큰 부분인 것 같다.

러브라인은 따로 없었나?

ㄴ 프로그램 성향 자체가 러브라인이 있고 사람 간에 얽히고섥킨 상환보다 게임. 승부로 치중이 되다 보니 그런 부분이 있더라도 제외를 해놓고 하는 게 '러닝맨'인 것 같다. 그런 감정이 있으면 안 된다. 승부가 여자라고 해서 남자라고 해서 특혜를 받는 게 아니라 모두에게 똑같은 거를 하지만 주지만 부족한 게 있다고 해서 의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니까 배제를 한 거 같다. 그런 마음으로 10년 가까이 하니까 그런 감정이 생기는 게 손발이 오그라든다. 오래된 친구가 이성으로 느껴져 이러면 부담스럽다 갑자기 왜 이러나 싶은 마음이 오히려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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