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규격 장비 착용 후 경기 임할 수 있도록 공단 협조 얻어내

▲ 서울시장기 친선대회에 나선 덕수고와 경기고 선수들. 착용한 신발을 보면, 공(空) 스파이크임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기자님, 저희 어제 단체로 축구화 구매했습니다."

동계 훈련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기온이 점차 상승하여 각지의 고등학교 야구부가 실전 경험을 쌓으려는 시점이었다. 어찌 보면 주말리그를 앞두고 꽤 중요한 시기였는데, 바로 이 무렵에 필자는 한 학교 야구부원으로부터 다소 엉뚱한 소리를 들었다. 야구부원이 축구화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그러나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은 아니었다. 이미 지난해 추계리그를 기점으로 서울시설관리공단이 목동구장 내 '정식 규격 스파이크(이른바 징이 붙여져 있는 스파이크)' 착용을 금지시켰기 때문이었다. 이에 선수들은 징이 없는 스파이크(이른바 공 스파이크)를 신은 채 경기에 임해야 했다.

공(空) 스파이크를 착용한 대가는 컸다. 스파이크에 철제로 된 징이 없다 보니 자주 미끄러져 선수들 중 일부는 기어이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추계리그를 치렀던 서울시 지역 고교 감독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잘 미끄러진다는 단점 때문에 선수들이 수비나 주루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작전을 걸기도 어려웠다. 추워지는 시점에서 미끄러지는 신발을 신고 경기를 펼친 어린 선수들의 애로사항은 상당히 컸고, 이를 곁에서 지켜 본 필자 역시 간접적으로나마 그 고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공(空) 스파이크 착용 고집한 시설관리공단,
많은 이들 노력 속에 결국 '입장 철회'
정상적인 장비 착용하고 경기 임할 수 있어

그런데, 공 스파이크 착용을 고집한 시설관리공단의 입장은 해가 바뀌어도 그다지 변함이 없었다. 심지어는 1, 3루 더그아웃에 공문을 붙여 놓고 아예 철제 징이 박힌 스파이크를 착용하지 말라는 공문까지 버젓이 붙여 놓기도 했다. 그런데, 공단측에서 공 스파이크 착용을 고집한 이유가 상당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징 스파이크를 착용하면, 운동장 관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즉, 야구장에서 정상적인 장비를 착용하면 운동장 상태가 엉망이 되니, 관리가 용이할 수 있는 장비를 착용하라는 이야기였다. 이 공문을 접한 지도자들이나 선수, 그리고 프로 스카우트 팀 모두 기가 차다는 입장이었다. 분명 지난해 추계리그와 같은, 선수 부상 위험과 정상적인 경기 운영이 어려운 모습이 재현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목동구장에서 정상적인 장비를 착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고교야구 전체적으로 큰 문제를 가져올 수 있었다. 주말리그는 뒤로 하더라도 전국 본선 무대는 목동에서 열리기 때문이었다. 각지에서 정식 장비를 착용한 선수들이 목동에서 공 스파이크를 착용하게 될 경우 발생하게 될 수 있는 위험 요소(부상 등)는 분명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선수 부상 횟수가 많아질수록 쌓여가는 기회비용은 정식 장비를 착용했을 때 지출되는 운동장 유지비용을 초과할 가능성은 두말 할 것 없이 클 수밖에 없었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주말리그에 앞서 치러진 서울시장기 친선대회에서 선수들이 단체로 축구화를 구매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일종의 고육책이었던 셈이다.

▲ 더그아웃에 붙여진 정식 스파이크 착용 금지 공문. 이때까지만 해도 선수들은 정식 장비를 착용할 수 없었으나, 각지의 노력으로 이 방침이 철회됐다. 사진ⓒ김현희 기자

이러한 위험이 다가올지 모른다는 걱정이 증대될 무렵, 매우 반가운 소식이 전달됐다. 공단 측에서 공 스파이크 착용 제한을 해제했던 것이다. 이 결정에는 서울시 지역의 학부모들과 지도자들, 그리고 협회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말로 오랜만에 어른들이 아들들을 위해 제 역할을 한 것이며, 이를 공단과 서울시에서 받아들이면서 선수들이 안심하고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한 청원이 먼저 일어났던 것은 역시 학부모들이었다. 뜻이 있는 서울시 주요 야구부 학부모들이 의견을 모아 각지에 청원을 시작했고, 여기에 지도자 대표들과 협회에서도 힘을 보탰다. 그리고 지난 2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서울시야구소프트볼협회, 지도자 대표 3인, 학부모 대표 3인이 모여 오는 주말리그(4월 7일)부터 목동야구장 징 스파이크 착용에 대한 허가를 받게 됐다. 이에 공단 측에서는 인조잔디 보수를 통해 위험요소를 최소화 하기로 최종 확정된 것이다. '선수들을 위해 운동장이 있는 것이지, 운동장 유지를 목적으로 선수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정식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러한 결정에는 박수를 보낼 만하다.

이에 서울시 지역 학교를 비롯하여 전국의 학교들은 올해에도 정상적인 장비를 착용하고 목동야구장에 입성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수고를 아끼지 않은 학부모님들과 지도자, 협회 관계자, 서울특별시 및 시설관리공단측에 감사 인사를 보낸다.

eugenephil@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