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체코 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감독 이리 베데렉)을 리메이크한 작품 '바람 바람 바람'(감독 이병헌)이 금일 개봉한다.

문화뉴스가 '바람 바람 바람'에서 연출을 맡은 이병헌 감독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작 보고 원래는 안 하겠다고 했지만 하게 된 계기는?

ㄴ 원작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정서적으로도 그렇게 우리나라 정서에 맞지도 않는 것 같고 영화는 재미있으나 할 이유를 찾아야 했다. 설득당했다기보다 이 이야기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설득이 필요했는데 그게 어려워서 고사를 했고 몇 번 더 봤다. 제작사 대표님이 몇 번 더 봐달라고 해서 봤는데 그때부터 원작은 상황을 따라가는 영화이자 코미디였다면 두번 세번 보니까 인물들의 감정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영화에서 해피엔딩처럼 그려지는 엔딩을 바꾸고 싶다는 욕심도 들었다. 부정적인 행동을 하고 오는 공허함이 있을 텐데 원작에서는 화사하게 웃고 있었다. 나는 상황을 따라가는 것보다 감정을 따라가고 따뜻한 색감으로 담아내기보다는 차가운 이미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바꿔서 일탈에서 느끼는 쾌감, 허무함 이런 쪽으로 포커스를 맞춰서 이야기를 각색하면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체코와 한국의 정서가 달랐을 텐데 영화를 찍으면서 힘들었던 점이라면?

ㄴ 그냥 상황만으로 몰아붙이기에는 소재도 부정적인 소재이기도 하고 우리나라에 안 맞다는 건 영화적인 얘기다. 한국 사람이 바람을 안 피는 건 아니다. 영화적으로 상황이 꼬여있기 때문에 설정이 꼬여있는 거지 영화적으로 봤을 때 너무 부정적인 소재를 코미디 상황극으로 소비해버리면 큰 질타를 받을 수 있겠다는 영화적인 조건이었던 것 같다. 그냥 상황만으로 풀어가기엔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영화를 선택한 이유도 다른 결로 접근해보고 싶었다는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영화 관객들의 영화 취향에 맞게 해야 해서 그 부분을 신경 썼다.

미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ㄴ 부정적인 소재가 미화된다는 것 자체가 말 자체가 안 맞는다. 미화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영화의 이야기 만드는 사람뿐 아니라, 말이 안 맞는게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가 아름답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자나 나나 사회생활 하는 사람으로서 불륜을 미화시키기 위해서 작업을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누군가는 이것을 보고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만약에 그렇게 해석이 됐다면 의도한 것은 아니다. 보고 느끼고 해석하는 것은 보는 사람의 몫이다. 다만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있었다면 비난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말맛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부담은 없는지?

ㄴ 말맛에 대한 얘기는 좋게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마케팅 포인트 삼아 말씀해주시는 것 같다. 그런 것에 대한 부담은 없고 이번 영화는 대사보다 감정이 어려운 영화라서 생각했던 거에서 어긋날까 그런 부분에서 고민되고 부담이 더 컸던 작업이었다.

이엘 씨가 맡은 캐릭터가 가장 어려웠다고도 들었고 어려워 보이기도 한다.

ㄴ 영화를 하기로 한 후로 작업이 어려워지다 보면 후회를 하기도 하는데 '제니'라는 지점에서 크게 왔다. 설명을 너무 해도 안 되고, 한다고 해도 설명이 잘 되지도 않는, 복잡하고 어려운 감정의 캐릭터였던 것 같다. 영화 안에서 그 사람의 전사나 그 사람을 충분히 설명할만한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도 않았다. 그런 할애가 되지 않고, 신비로움도 있고, 이 사람의 어디서 태어나고 어떻게 자랐고,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연애를 해왔고 어떤 상처를 받고 그런 거를 정해놨던 것 같다. 영화에서 보이지 않는 그런 것들을 인지하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렸던 것 같다.

 

'제니'라는 캐릭터가 원했던 것이 무엇일까?

ㄴ '제니' 캐릭터 자체가 이엘씨와 얘기했을 때도 정답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 인물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정답을 찾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고 모르겠다고 끝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우리가 생각한 설정은 '제니'가 자기는 어떤 과거에 상처가 있었고, 그게 어느 지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바로 전에 연애에서인지 어렸을 때 환경에서 온 건지는 정해놓지 않았지만, 분명한 거는 이 영화 안에서의 '제니'는 괜찮아져 있는 상태라고 착각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자기도 잘 몰랐던 것이다. 자기 치유가 어느 정도 되고 모든 게 괜찮아져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혼란스럽고 치유되지 않은 지점을 자기도 모르는 감정 깊숙한 곳에서 부정하고 알아채지 못했던 시간이라고 봤다. 마지막에 '제니'가 모든 상황을 알게 되는 시점에서 이 상황에 집중하지 말고 자기 자신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영화 안 이 시간에서 이 경험으로 알게된 것이 '불륜은 나쁜 것이다', '죄를 지었구나'가 아니라 '과거의 그것이 치유된 것이 아니구나', '착각하고 있었구나'였다. '제니' 자신만 생각하는 감정으로 배우와도 얘기했다. 복잡하고 미묘한 캐릭터였다. 모든 것에 정답을 두고 작업하지는 않았다.

 

제주도의 겨울을 생각했던 이유가 있었나?

ㄴ 제주도라는 공간을 설정한 것부터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인물이 몇 명 안 되는데 인물한테 좀 더 포커스를 주고 퇴로가 없는 섬의 이미지에 가둬놓고 얘기를 해보고 싶었고 소재도 소재이니만큼 이국적인 풍경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겨울 이미지가 사람이든 공간이든 이면의 차갑거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준다고 떠올렸다. 제주도 하면 아름다운 풍광을 떠올리지만, 그냥 제주도가 아닌 보통의 풍경, 혹은 쓰레기도 있고 따뜻한 채로만 떠올리는 공간에 다른 차가운 이미지라면 우리 이야기랑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이미지를 담고 싶었는데 촬영이 살짝 밀려서 봄에 찍었다. 그 전에 생각했던 의도가 남아있을 제주도로 선택했던 것 같다.

 

유채꽃 탕수육이나 깐쇼 옥돔 등 재밌는 중식들이 많았는데 중식으로 했던 이유가 있나?

ㄴ 원작에서는 계속 이태리 음식점이다. 요리를 주방장보다 잘한다는 설정이 있는데 우리는 설정을 중국집으로 바꿨던 게 변화의 폭이 더 크게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였다. 레스토랑을 다른 곳으로 바꿀 수는 없으니까 '봉수'의 어떤 욕망, 꿈꾸는 것 등이 조금 더 명확하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변화를 준다면 색감 적으로 강렬한 무언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중국 음식이 좋다고 생각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도에 많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선택됐다.

작품 작업할 때 주변 사람들을 많이 참고한다고 들었는데.

ㄴ 지금까지 작업했던 것은 공통점이 있는데 주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하긴 하는데 그 사람들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내면이 궁금한 것들이 있는데 사실 긍정적인 부분보다는 부정적인 부분에 관심이 간다. 영화에 찌질하게 그려지는 지점들이 그런 맥락에서 그렇게 그려지는 것 같다. 불륜도 불륜이지만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는 선 안에서 길에서 침을 뱉는다거나 아주 흔한 일상에서 흔한 사람들이 하는 아주 작은 일탈, 거기서 느끼는 쾌감, 고작 그따위 행위로 느끼는 쾌함, 그 후의 허무함, 그런 감정들이 그런 쾌감을 느껴야 하는지, 사람은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작품들이 다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하지만,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부분을 본다. 주로 부끄러워서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각자 다른 바람을 피우고 있는데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반전이 있었다.

ㄴ 뒤에 드러나는 부정적인 행위에서 뒤에 드러나는 인물들에 대해서 철저하게 감췄다. 너무 감추는 티가 나서는 안 되고, 암시가 느껴 져도 안 되고, 그래서 사실은 대중적인 이미지인 송지효가 그래서 필요했던 것도 있다. 당연히 너무 잘해주셨다. 그냥 편안한 누나, 동생 이모 그냥 편안한 옆에 있을법한 누구에게나 그 정도만 두고 편안하게 던져두고 아무것도 안 했다. 반전 이후부터 시작이 됐다. '석근' 캐릭터는 워낙 처음부터 드러나기 때문에 '석근' 같은 캐릭터가 어려웠어도 넷 중에서는 명확해서 가장 쉬웠다. '제니'처럼 모르겠고 복잡한 지점이 없었다. '봉수'도 전형적이다. 소심하고 원칙주의까지는 아니어도 소심한 인물, 변화하는 일탈을 경험하고 변화하고 성장하는 전형적으로 다뤄졌던 캐릭터이기 때문에 뒤에 드러나는 인물들은 철저하게 감추기보다는 편안하게 내버려 뒀고 '제니'는 또 완전히 다른 감정을 가진 인물이었다.

 

이성민이 맡은 '석근'이라는 인물이 극 중 모든 관계와 바람을 알고 있기도 하다.

ㄴ 사람들이 '보통 착각들을 많이 한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그런 그 나이 때에 '석근' 같은 캐릭터는 자신이 모든 걸 아는 것처럼 조언이 아닌 조언도 많이 하고 아는 척 한다. 자기는 이런 경험이 많아서 이런 것들을 알고 있다고 한다. 어느 정도 어릴 때도 그럴 수 있는데 '내가 아는 게 아닌 거구나'라고 깨달을 때가 있는 것 같다. 다 깨달은 게 아니겠지만 경험이 쌓여가고 연륜이 쌓여가는데 '석근'이 딱 그런 캐릭터였던 것 같다. 그 지점이었던 것 같다.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착각하는 시점이고 그렇게 생각하고 접근했을 때 어려워도 복잡하진 않았다.

 

인물들의 변화가 있었는데 '미영'과 '봉수'는 서로 끝까지 몰랐던 것이 맞나?

ㄴ 맞다. '미영'이와 '봉수'는 반복해서 그런 일을 저지르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한 번의 어떤 실수 그거로 정확히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외도나 이성에 관한 그런 것들을 반복해서 저지르는 인물로 생각은 안 했다. 미안함도 있을 것 같고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상대방을 의심하면서 자기를 돌아본다. 상대방을 극단적으로 의심해서 저 바닥까지 갔다가 그 지점에서 자기를 돌아본 것 같다. 사실은 자기가 그러고 있었다는 미안함, 죄책감, 깨달음 등을 느끼면서 그 지난 시간을 회상하면서 죄책감들 때문에 여러 가지 감정이 몰려온 거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 부분에 뛰어가는 것도 순간 남편이 갑자기 보고 싶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끝에서 뭔가 걸릴 듯 말 듯 한데, 걸렸으면 하면서도 걸리지 않았으면 하게 됐었다. 긴장감이 꽤 있는데 원작과 비슷함이 있었는지?

ㄴ 그게 고정 코미디, 클래식한 이미지라고 생각했다. 옛날 코미디에서 본 것 같은 그 이미지를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에도 있었고 언제 이런 걸 해보나, 나도 이런 이미지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고 고전적인 이미지라서 좋았다.

 

롤러코스터 장면이 인상 깊었다.

ㄴ 롤러코스터 장면은 만들어낸 이미지다. 평상시에 놀이기구 탈 때 그 표정으로 안 탄다. 억지로 타도 그 정도 표정은 안 나온다. 그거는 롤러코스터라는 어떤 위태로움과 아무 표정 없는 일상과 위태로움 등에 대한 만들어낸 이미지였던 것 같다. 허무함 이런 것들이 느껴지게끔 했다.

 

'극한직업'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는데 어떤 영화인가?

ㄴ '극한직업'은 지금까지 했던 것과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감정보다는 상황을 따라가는 코미디다. 내일 크랭크인(3월 29일)이고 연말쯤 보고 있다. 올해 안에 개봉하고 싶다. 상황 자체가 코미디다. 시츄에이션 코미디 같고 '바람바람바람' 작업하면서 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즐거운 시달림이 있었다. 감정을 계속 붙잡고 작업을 했는데 말투 하나가 조금만 달라져도 감정이 튀었다. 그거를 놓치지 않으려고 굉장히 좀 누구나 하는 고생이지만 유독 전작들보다 좀 힘들고 많이 지쳤다. 자괴감도 느끼던 중 그러다가 '극한직업'이라는걸 받아들였을 때 무조건 하고 싶었다. 어떤 영화든 주제의식이 있고 하겠지만 그것도 그거지만 한번 웃겨보고 싶었다. 감정보다는 상황으로 끝까지 웃음으로 밀어 붙여보고 싶었다. 그거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바람바람바람' 끝나고 나니까 그런 욕심이 생겼다.

촬영 중인 '극한직업'을 어필한다면?

ㄴ '극한직업'의 이야기는 범죄조직을 소탕하기 위해서 치킨집을 위장 창업하는데 장사가 안되는 아무도 오지 않는 치킨집을 인수해서 위장잠입을 하는데 의도치 않게 대박이 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인물 하나하나를 따라가는 이야기는 아니고 한 팀이 마약반 다섯 명에게 벌어지는 상황을 쫓아가는 코미디다. 이번 것은 딴생각 안 하고 그냥 막 웃기고 싶다. 웃기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코미디가 너무 폄하 받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바람바람바람'을 추천한다면 그 이유는?

ㄴ 단순하게 접근해도 좋고 복잡하게 접근해도 좋을 것 같다. 단순하게 접근하면 죄악에 대한 거나 불륜에 대해서만 생각해도 좋을 것 같고, 넓게 생각하면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할아버지도 나오고 꼬마도 나와서 외도하는 인물들을 조롱하는 시선이 있다. 단순하게 보면 조롱이지만 넓게 보면 사람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일상에서 흔하게 하는 일탈에 대한 부정적인 행동에 대한, 길에 침을 뱉는 것도 그럴 수 있고 사람에 대해서 자신에 대해서 넓게 깊게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다. 그냥 코미디로 보고 웃어도 좋을 것 같다. 어떤 식으로 접근해도 재밌게 감상할 수 있지 않나 생각 한다.(웃음) 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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