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외국 관광객부터 우리 관객까지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 멋진 무용극이 탄생했다.

2018 정동극장 상설공연 '궁:장녹수전'의 프레스콜이 4일 오후 정동극장에서 열렸다.

'궁:장녹수전'은 천한 노비 신분으로 태어난 장녹수가 예인으로서의 끼를 발휘해 제안대군에게 발탁돼 가흥청의 스타 기녀로 자라난 뒤 이윽고 연산군의 눈에 들어 후궁의 자리에 올라 권력을 휘두르는 이야기를 제안대군과 연산군, 장녹수간의 로맨스를 더해 새로운 무용극으로 만들어냈다. 

조선의 악녀, 요부 등으로 불린 장녹수가 가진 예인으로서의 캐릭터에 주목해 노비 출신으로 기생을 거쳐 후궁의 자리에 오른 그녀의 삶에 '장고춤', '한량춤', '교방무'를 비롯한 각종 한국 전통무용을 매끄럽게 엮어낸 작품이다.

 
 
 

장녹수 역에 조하늘, 연산 역에 이혁, 제안대군 역에 전진홍이 출연하며 이외에도 남용우, 이기수, 박지연, 박소현, 전준영, 나래, 윤성준, 홍유진, 이승민이 출연한다.

창작진도 화려하다. 정혜진 안무가, 오경택 연출, 경민선 작가, 김철환 작곡가, 박동우 미술감독, 정재진 영상디자이너, 신호 조명디자이너, 이호준 의상디자이너, 김상희 소품디자이너, 김종한 분장디자이너가 작품을 꾸렸다.

이날 프레스콜은 2장부터 6장까지의 이야기를 시연했으며 정혜진 안무가와 오경택 연출, 경민선 작가, 손상원 극장장이 참여해 하이라이트 시연 후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경민선 작가는 우선 "작가보단 관객으로서 봤는데 웅장하고 멋있고 장녹수의 새로운 면. 기회를 가진 어떤 여인이 권력을 향해 가는 과정을 잘 표현했다"며 소감을 전했다.

또 경 작가는 "방향성을 잃은 예술. 권력을 향해가는 예술이 결국 어떻게 되는지를 살짝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고 전하며 "장녹수란 여인이 쉬운 소재일 수도 있지만 오후 4시에 찾아오실 관객층에게 녹록치 않은 소재였다. 그렇기에 한국 전통의 종합선물세트처럼 엮어주면서도 개성있는 여성을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가 없을까 싶어서 이렇게 써봤다"고 지금 시대에 '궁:장녹수전'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밝혔다.

▲ 경민선 작가

정혜진 안무가는 "우리 전통문화에 대해 좋은 이미지 보고 가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장녹수를 통해 우리의 서민문화, 기생문화, 궁중문화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최소한 출연진으로 최대효과를 보기 위해 안무를 주력했다. 두 시간짜리 작품을 만든 것 같은 느낌"이라고 작업 과정을 돌이켰다.

또 정 안무가는 "보통 전통춤 레퍼토리가 각 10분에서 30분까지도 있는데 많이 함축해서 이걸 2~3분으로 줄여 만들었다. 아까운 장면이 많다. 2시간 30분짜릴 만들면 장녹수의 모든 걸 다 보여드릴 수 있겠다"며 1시간 20분으로 만들어진 '궁:장녹수전'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아쉬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정 안무가는 "보통 오고무 등은 서서 추는 거라 레퍼토리로 보여줘야 해서 드라마 잘 녹일 방법을 찾다 기생에서 후궁이 된 장녹수를 대하는 신하들의 떵떵거림과 북을 연결시켰다"고 말하며 "움직이며 달려드는 북을 치고 빠지고 하는 과정이 어려운데 단원분들이 열심히 해주셔서 생각 이상으로 잘 나왔다"고 장녹수와 신하들의 싸움 장면에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 정혜진 안무가

오경택 연출은 "장녹수란 인물의 여정을 어떻게 대사 없이도 움직임과 춤, 표정 연기만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가 큰 고민이었다. 뚜껑 열어봐야 알겠지만 최대한 친절하게 만들려 했다. 보편적인 이야기를 한국의 전통문화의 매력을 통해 잘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연출 의도를 전했다.

이어 "아주 힘든 작업이었지만 잘 나왔고 역사적인물인데 잘 모르는 외국인에게 이런 이야기가 통할까 고민이 컸다. 2주 전에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20명 정도를 모시고 연습장에서 런스루를 보여드린 후 이야기가 이해되는지 어떤 장면이 좋고 나빴는지 등을 설문조사를 받았다. 그때 어떤 분의 코멘트가 '권력에 발탁된 신데렐라 스토리'나 '궁중의 암투' 등은 어느 나라에서든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하셔서 한숨 놨다"고 작업 뒷 이야기를 밝혔다.

주 타겟인 외국 관광객이나 시니어 관객층에게 쉽고 빠르게 설명하기 위해 인형극 등을 활용하거나 다양한 형태의 '상징'을 담아냈다고 밝힌 오 연출은 "장녹수의 삶 중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을 짚어서 우리 연희와 연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 모든 고민의 순간에는 창작진 선생님들이 함께했다. 이 짧은 시간에 드라마를 어찌 설명할까에 초점 맞췄고 좋은 스태프들 덕분에 좀 해결되지 않았나 싶다"고 작업을 함께한 창작진에게 공을 돌렸다.

▲ 오경택 연출

한편, 정동극장은 이제 오후 4시에는 상설공연인 '궁:장녹수전'이, 오후 8시에는 기획공연인 '적벽'이 무대에 오른다. 소규모 민간 극장에서 상업적인 이유로 오전과 오후를 나눠 아동, 청소년 극과 일반극을 함께 병행하는 경우는 있지만 대규모 공공극장에서 이렇게 무대, 조명 등을 전환하며 공연을 운영하긴 쉽지 않다.

손상원 극장장은 "요즘 관광객이 많이 줄어서 관광객에게 전통문화를 알리는 극장의 역할이 축소됐다"고 말한 뒤 "정동극장의 역할이 전통문화를 세계화하는 것, 대중화하는 게 있는데 대중화하는 데 좀 더 무게 중심을 두자고 판단했다"며 이렇게 두 개의 공연이 올라가는 배경을 설명했다.

손 극장장은 "이 결정을 저 혼자 내릴 순 없었다. 극장에서 일하는 저희 스태프분들도 다들 예술가다. 좋은 작품으로 관객들이 오셨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나 마찬가진거 같다. 무대 전환에 2시간 정도 걸리는데 이걸 하루 두 번씩 한다. 무척 힘든 결정인데도 모든 식구들이 함께 결정했고 공공극장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정동극장의 식구들에게 연거푸 감사 인사를 전했다.

▲ 손상원 정동극장장

정혜진 안무가는 끝으로 "무용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무용을 제대로 잘 만들고 싶단 생각에 정동극장에서 의뢰받고 무척 기뻤다. 고생이라고 했지만 즐거운 고생을 했다. 석 달동안 사적인 걸 다 끊고 단원들과 함께 작업했는데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작품이 만들어졌다.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희가 들인 노력만큼은 나오지 않았나 싶다. 이 작품이 정동극장에 자리매김하고 더 발전되서 좀 애매한 부분도 해결되고 아까운 장면들도 다시 부활시켜서 두 시간짜리로 더 좋은 작품, 친절한 작품 만들어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다. 많이 부족했지만, 남은 시간 더 열심히 마무리해서 좋은 공연으로 선보이겠다"고 '궁:장녹수전'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5일부터 오픈런으로 열릴 '궁 장녹수전'은 2018년 동안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후 4시에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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