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에 대한 열린이야기 - 그림 속에 숨어있는 사회와 문화 (제 2편)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황정연] 지난 이야기에서도 살펴 보았듯 작품에 표현된 요소들은 재현 그 이상의 의미, 즉 화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대변하는 일종의 장치로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러한 장치에는 사회적 의미가 반영된 경우가 대다수이며, 그러한 도상들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경우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사회문화의 이해와 도상 해석

Jan van Eyck, <The Arnolfini Marriage>, 1434

미술사학자이자 도상해석학을 제창한 파노프스키(Erwin Panofsky)는 화가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의 <아르놀피니의 결혼식>에 등장하는 평범한 사물들에 상징적인 의미가 녹아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아르놀피니의 머리 위로 켜 있는 하나의 초는 신의 통찰력과 지혜 혹은 '신 안에서의 하나됨'을, 바닥에 벗어 놓은 신발은 결혼식이 수행되는 공간의 신성함을 상징한다고 말이다. 

한편 20세기 후반의 미술사학자인 장 밥티스트 브도(Jan Baptist Bedaux)는 이러한 파노프스키의 해석을 비판했다. 그는 실내에 켜져 있는 초가 북유럽에서는 일반적인 것이었으며, 화면 아래에 위치한 신발은 예물을 교환할 때 신랑이 신부에게 선물하던 물품이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브도는 작품 속 ‘완전함’, ‘결혼’을 상징하는 십계명이 조각된 거울에 주목하였고, 이를 근거로 당시 결혼은 ‘종교적인 성사’의 성격을 띤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는 당대 지배적이었던 그리스도 교리를 기반으로 한 해석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고, 결국 브도의 해석이 더 많은 지지를 얻게 되었다.

위 사례에서 미술사학자 파노프스키와 브도는 같은 그림을 해석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 다른 도상에 집중해 서로 다른 의미를 도출했다. 이처럼 사회문화를 이해하는 깊이에 따라 같은 작품일지라도 완전히 다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당시의 지배적 가치관을 기반으로 한 해석이 더 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끝) 

 

[글] 황정연 큐레이터는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였고, 미술시장에 관심을 가지며 포스코 미술관, 표갤러리를 거쳐 현재는 오픈갤러리에 몸담고 있다. 작가 섭외, 작품 추천, 고객 응대, 미술 관련 콘텐츠 작업 등 오픈갤러리 내 미술 관련 업무 전반을 수행하고 있다.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